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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천재들의 릴레이 인터뷰-어느새] ⑩ "브릭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

기사입력 2022.07.08 09:00
  •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에서 최종우승 한 '어느새'
    ▲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에서 최종우승 한 '어느새'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 천재들의 브릭 전쟁'(이하 '블록버스터')이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10주간의 치열했던 대결을 마무리했다. '블록버스터'는 레고 마니아들이 모여 브릭 조립 배틀을 펼치는 오디션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사랑받은 글로벌 프로그램 '레고 마스터즈(LEGO Masters)'의 한국판이다. 국내에서는 레고코리아가 제작에 참여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Rebuild The World)’ 캠페인과 연계해 국내 레고 팬덤의 위상을 알리는 동시에 누구나 창의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디지틀조선일보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블록버스터 경연 본선에 진출한 팀을 만나 세대를 넘어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고 있는 레고 브릭의 매력과 창의력에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 사진출처=양승환님 인스타그램
    ▲ 사진출처=양승환님 인스타그램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는 블록버스터 최종 우승팀인 '어느새'다. 어느새는 마지막 미션에서 이전 미션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배치하는가 하면, 파도의 움직임을 구동하고 '항공뷰'를 볼 수 있는 구조물까지 선보이며, 보고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어느새는 전체 합산 점수 1위를 차지하며 최종 우승팀으로 호명됐다.

    Q. 어떻게 처음 레고를 접하게 되었나요. 레고와 연관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입니까.

    김승유 : 어릴 적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특이하게도 “만들기”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만드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했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들고 부수고를 무한히 반복할 수 있던 레고를 유년시절 생일선물로 받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적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는 컴퓨터 등 스마트기기가 없던 시절에 동네 형, 동생 할 것 없이 슈퍼 앞 정자에 모여 레고를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납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레고로 창작물을 가지고 와서 서로 뽐내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동네입니다. 한번은 우주선이 주제여서 저는 나름대로 있는 부품들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당당히 들고 나갔는데, 동네 형이 압도적인 부품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고 나와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양승환 : 신혼 초 아내가 선물해 준 F1머신 모델번호 8485(실버 챔피언)를 조립하면서 레고를 처음 접했습니다. 2014년 무렵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창작인 10인과 ‘반스터드’ 라는 소모임을 구성해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대중에게 레고는 아직 장난감이란 인식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으나 그것이 꿈의 씨앗이 되어 저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Q.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지원 동기는 무엇입니까.

    김승유 : 이미 작가를 업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기대감에 보답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참가 신청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레고 창작 전시회를 주최하는 브릭코리아의 운영위원으로서 브릭 아트와 아티스트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회라 생각이 들어 사명감을 가지고 용기 내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양승환 :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었습니다. 선수마다 특기가 있듯이 전 단거리보다 장거리에 능한 사람입니다. 속도전인 비즈니스 환경엔 정말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기회를 놓치고 가슴 아파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저를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잔근육을 키워 더 나은 작가로 성장하고 싶어 프로그램 참가에 지원했습니다.

    Q. 레고 창작가들과 경쟁하는 것은 처음일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요.

    김승유 : 음악에도 발라드, 힙합,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레고 창작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경쟁해야 하다 보니 더욱더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서 얻는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그만큼 더 성장할 기회의 발판이라 생각합니다. 매 미션이 어마어마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동반했지만, 저를 한번 더 성장시킬 기회라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양승환 : 이제껏 창작의 주체였던 익숙한 환경에서 협업은 낯설고 제약은 심리적 압박을 줍니다. 쟁쟁한 실력자들과 경쟁 속에 놀라운 경험을 나누며 파트너와 우정을 쌓을 무대를 상상할 때면 흥분되고 심박수가 빨라지는 걸 느낍니다.

  • 어느새 양승환님 창작품
    ▲ 어느새 양승환님 창작품

    Q.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까.

    김승유 : 긴 촬영 시간 대비 매우 짧은 상영시간으로 많은 내용이 편집되고 함축되는 것 같습니다. 화면에는 다 잡히지 못하는 웅장함과 멋진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보니 자세히 들여다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레고의 소재적 특징상 두 명이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은 작업의 분업화도 쉽지 않고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참여자는 이렇게 합작으로 진행하는 경험이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제한된 시간과 부품 안에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저는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말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승환 : 레고가 소통의 매개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공감하셨으면 합니다. 현재는 어렵고 힘들어도 좋아하는 걸 놓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믿음과 확신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Q 프로그램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김승유 : 스토리텔링, 기술적인 요소, 창의적 요소 등 각 팀이 보여주는 색깔이 정말 다채롭습니다. 팀마다 특색을 잘 기억해두시고 관전하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로 생각합니다.

    양승환 : 저희 어느새 팀은 상호보완과 장점을 극대화하는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서로 깊은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각 팀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협업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길 바라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어떤 팀워크를 보여주는지 시청자들이 잘 봐주길 바랍니다.

    Q. 레고 창작이 마니아들의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전과 대중의 인식 차이를 느끼는지,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는 레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승유 : 처음 레고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주변 반응은 “다 큰 어른이…”, “애들 장난…”, “장난감으로 뭘..?.” 이런 부정적인 시선이 주였고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덕업일치', '정말 환상적인 직업', '부럽다' 등의 소리를 듣습니다. 물론 아직도 나아갈 길은 멀지만, 이 길의 존재 이유까지 부정 받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정받고 걸어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더 힘차게 내딛고 싶습니다.

    레고의 매력은 성별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문화적 소재라 생각합니다. 보통은 시대를 거치면서 잊히고 지워지만, 레고는 모든 시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양승환 : 전시행사에 참가하는 창작가들의 작품이 매해 늘어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전업 작가들을 비중 있게 소개하는 기사와 영상을 접할 때면 이젠 레고가 마니아들의 취미생활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성장했음을 실감합니다. 레고가 안전하고 창의적인 장난감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죠.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전해주고, 차가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MZ세대에겐 사람들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아날로그의 온기가 레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레고 창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처음에 정해진 조립 설명서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레고 창작 기술을 점점 발전시키셨나요.

    김승유 : 우연히 발견한 작은 보자기가 저를 레고 창작가의 길로 안내했습니다. 20대 시절(2012년)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보자기 안에는 약 15년간 빛을 못 본 레고가 들어있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보는 추억 속 설렘에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앉아서 손이 가는 대로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오르며 순수하면서 열정적이었던 과거의 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그때의 모습을 찾고 싶었는지 그날 이후 자연스럽게 레고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추억 속의 '올드레고'를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미니 건축물을 만들며 창작 활동으로 이어져 지금은 이렇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양승환 : 2000년 중반 인터넷 카페가 키덜트 문화의 한 축을 이루던 시절, 온라인 카페 창작 게시물에 올린 작품들이 레고 동호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창작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레고 창작 기술을 발전시킨 건 '꾸준함'입니다. 생각이 쌓이는 축적의 시간을 견뎌내면 어느새 동경했던 상상과 브릭의 형상이 겹칩니다. 그때까지 인내하며 지속하는 겁니다. 만족하는 단계까지 부품을 계속 대입하고 정성이 더해지면 더 좋습니다.

    Q. 레고가 휴식, 창의력, 집중력 개발 등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요.

    김승유 : '창의성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발현되는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에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본 적 있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인지심리학자들은 <창의적 인재>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창의적으로 만드는 상황에 들어갈 줄 아는 사람>이라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능력이 만들어 내는 변수보다 상황이 사람을 바꾸는 그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강연을 듣고 바로 레고가 떠올랐습니다.

    레고로 창작할 때는 한정된 부품 때문에 늘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온종일 브릭과 숨바꼭질하는 세계, 즉 창의적으로 만드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런 상황에 들어감에 있어 두려움이 없고,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저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양승환 : 나를 힘들게 한 것도 레고였지만 나를 즐겁게 한 것도 레고였습니다. 창작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텼던 시간이 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레고를 통해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주저하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주었으며 성실함을 배웠습니다. 최근에는 창작의 소재가 되는 우리 것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살피면서 선조들의 지혜에 우리 문화재에 대해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Q. 주로 어떤 주제로 레고 작품을 만드십니까.

    김승유 : 부품 하나, 실생활의 경험 등 우연적인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주제를 정하고 만들지 않지만, 결과물들을 보면 사물이나 제품, 오브제와 같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즐겨합니다.

    양승환 :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창작을 즐깁니다.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동력으로 움직이는 대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우리 문화를 테마로 궁궐의 한옥과 옛것을 주로 디자인합니다.

  • 어느새 김승유님 창작품
    ▲ 어느새 김승유님 창작품

    Q. 레고 작품 제작시 어떻게 영감을 얻습니까.

    김승유 : 개인적으로 영감은 무의식(냉장고)에 저장된 기억(재료)의 융합(요리)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예술, 제품, 영상, 음악, 패션 등 레고와 관련 없는 분야라도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고 합니다. 이런 정보를 사전적 데이터로 기억하고 암기하기보다는 오감을 통해 순간적으로 전해지는 느낌으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일상에서 불현듯 튀어나와 재미난 아이디어를 던져주곤 합니다.

    (위 사진) 경험의 예로, 하루는 부품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파주 출판단지에 가서 밤새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한 페이지에서 주머니에 들어있던 부품과 형태가 유사한 Vitra의 Eames House Bird 오브제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순간적으로 영감을 얻어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스케치하였고 돌아오자마자 그 부품을 통해 '어느-새'라는 작은 오마주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다음에 나무와 새집을 더해 의미를 확장한 'REBORN'이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지금은 MBC블록버스터 팀명까지도 그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영감은 오히려 낯선 환경이나 우연한 상황 속에서 더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양승환 :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가족여행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감동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종종 얻습니다.

    Q. 레고 작품 제작 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나만의 해결 방법이 있다면?

    김승유 : 레고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부분을 창작하거나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막히는 부분으로 돌아왔을 때 더욱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게 되어 문제가 쉽게 풀리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양승환 : 저는 레고 조립 설명서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편입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종이가 주는 질감을 좋아합니다. 작업하다 막힐 때면 유사 장르의 조립 설명서를 살펴보면서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평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인근 공원의 운동장을 걷습니다. 산책하듯 걷는 동안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잔상을 놓치지 않고 메모나 스케치한 것들을 시도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합니다.

  • 어느새 김승유님 창작품
    ▲ 어느새 김승유님 창작품

    Q. 지금껏 만든 레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짧은 작품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김승유 : 고흐의 작품 중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 원폭으로 소멸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이 있습니다. 이를 레고를 통해 복원하는 작업실의 한 장면을 연출한 작품으로 고흐에게 전하는 편지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사실주의적 연출로 인해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화구'와 '화구상자'는 레고 브릭은 또 다른 예술 소재이자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어 미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구와 화구상자를 레고 브릭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마치 레고 브릭인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디테일한 표현 때문에 실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레고다 아니다를 놓고 언쟁이 펼쳐질 정도로 다양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양승환 : 2019년 제작한 불국사 디오라마입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께서 경주로 떠난 가족여행의 즐거웠던 한때를 회상하시고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브릭코리아 전시장에 두 분을 모셨던 날이 기억납니다. 행인들 앞에서 제 작품 불국사를 보시고 어깨춤을 추시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돌발행동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이제는 휠체어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고 계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그때가 참 행복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 호흡기 치료받으며 2미터가 넘는 대형 디오라마를 3개월간 혼자서 해냈다는 성취감과 코엑스 관람객이 뽑은 1등이란 큰 선물 또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Q. 최애 레고 작가와 작품은?

    김승유 : '하야로비(양승환 작가)'의 '궁전(한옥과 턴테이블의 만남)'을 가장 좋아합니다. 레고의 가장 큰 특징은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단순히 브릭과 브릭의 결합만이 아닌 브릭과 다른 제품과도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매우 관심 있어 하고 지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보여준 작품이 '궁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승환 :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예술을 조립하다 어느새 고흐를 닮아버린 브릭 화가 ‘반트’ @vant.KR 김승유 님입니다. 색의 조화와 비율을 최적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며 예술성을 두루 겸비한 만능 재주꾼입니다. 대표작품으로 히로시마 원폭으로 소실된 고흐의 작품을 모자이크로 묘사한 ‘해바라기’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띄우는 편지 같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 어느새 양승환님
    ▲ 어느새 양승환님

    Q. 레고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꼭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김승유 : 가장 애착이 가는 고흐작품(To Van Gogh From Vant)의 연장선으로 오직 레고로만 고흐의 방을 실제 스케일로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양승환 : 바다거북은 저에게 첫 브릭새활용 작품입니다. '브릭새활용'이란 가정에서 쓸모 없어진 브릭이나 중고 브릭을 기부 받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영상매체에서 바다거북의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멸종위기 해양생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브릭새활용을 시작하면서 실제 크기만 한 바다거북의 제작과정을 SNS에 공유했고, 바다에 방생하는 퍼포먼스에 많은 분들이 응원과 공감을 주셨습니다. 레고는 자원순환의 가치가 높은 만큼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물들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레고가 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바랍니다.

    Q. 경연에서 우승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는지?

    김승유 : 함께 참여했던 모든 참가자분과 여행을 다녀오고 싶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는 긴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이 들었습니다. 다 함께 여행 가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양승환 : 마스터 자격으로 레고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과 어린 환우들에게 창작의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꿈과 희망을 조립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새활용 작품을 공공장소에 전시해 보는 것도 꿈입니다.

    Q. 레고 창작 문화가 더 확산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격려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김승유 : 제가 누구에게 조언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지 않기에 이 길을 함께 나아갈 동행인이란 마음으로 말씀드려봅니다. 큰 결과를 내기 위해 그 재료와 도구마저 거창하고 거대해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브릭은 그 자체로써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충분히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조립이 복잡해야 하거나, 결과물이 기발해야 하는 부담감과 조급함을 조금 덜어내시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페이스에 맞춰 한 계단 한 걸음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승환 :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행사가 많았으면 합니다. 창작을 즐기는 문화를 더 확장해나가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꿈을 키워가는 데 관련 업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단계를 밟아가듯 우선 기성품을 다양하게 조립해 본 후 자신의 생각을 서서히 더 하면 됩니다. 처음은 상상했던 이미지와 괴리감에 실망스러워도 계속하다보면 티핑 포인트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시간이 창작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Q. 레고그룹에서는 이색적인 실험과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레고의 이색 실험(또는 캠페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면?

    김승유 : 최근에 'ADULTS WELCOME'이라는 슬로건으로 레고 보태니컬 컬렉션 시리즈를 홍보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또한 국내 관련 행사에도 저의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레고 보태니컬 제품들과 실제 생화를 함께 꽃꽃이해보는 클래스가 진행되었는데, 레고는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닌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멋진 행사였습니다.

    양승환 : 레고그룹이 2019년 미국의 비영리 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와 손잡고 '레고 리플레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레고 브릭을 기부받아 세척과 분류를 거쳐 전국의 학교나 방과 후 교실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레고가 가장 안전한 장난감에서 나아가 지속 가능한 재료와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적인 행보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 어느새 김승유님
    ▲ 어느새 김승유님

    Q. 나에게 '레고'란?

    김승유 : 나에게 레고란 “나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제 작가명 Vant는 영어 Want의 어원으로 '제가 바라는 것의 근본을 찾고, 작품으로 담아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양승환 : 나에게 레고는 “NFT”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토이죠. 작품에 들인 시간과 정성은 그 무엇과도 교환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이자 고유한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막연했던 내 인생의 선물입니다. 책 한번 읽지 않던 제가 도서관을 찾고 저질 체력에 골골대던 나를 걷게 했고, 인생의 코어 목표를 세워 하루를 기록하게 만든 고맙고도 감사한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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