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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천재들의 릴레이 인터뷰-브릭썬즈] ③ "레고는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

기사입력 2022.05.25 10:04
  •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브릭썬즈'팀
    ▲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브릭썬즈'팀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 천재들의 브릭 전쟁'(이하 '블록버스터')이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방영 중이다. '블록버스터'는 레고 마니아들이 모여 브릭 조립 배틀을 펼치는 오디션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사랑받은 글로벌 프로그램 '레고 마스터즈(LEGO Masters)'의 한국판이다. 국내에서는 레고코리아가 제작에 참여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Rebuild The World)’ 캠페인과 연계해 국내 레고 팬덤의 위상을 알리는 동시에 누구나 창의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디지틀조선일보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블록버스터 경연 본선에 진출한 팀을 만나 세대를 넘어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고 있는 레고 브릭의 매력과 창의력에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세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브릭썬즈'다. 브릭썬즈는 지난 22일에 방송된 블록버스터 4회 '공중에서 브릭 작품 만들기' 미션에서 “참신함과 스토리텔링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탈락자로 호명되었다. 브릭썬즈는 “최종 우승 노리고 왔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창작가들의 만남에 기쁨을 얻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 '브릭썬즈' 김재훈씨가 이끄는 '팀 DASAN(다산)'의 협업 작품
    ▲ '브릭썬즈' 김재훈씨가 이끄는 '팀 DASAN(다산)'의 협업 작품

    Q. 어떻게 처음 레고를 접하게 되었나요. 레고와 연관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입니까.

    김재훈 : 어릴 때 몇 개 없는 레고 브릭으로 자동차, 비행기를 만들면서 모서리가 닳도록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소중했던 브릭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르게 잊혀졌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레고 브릭을 보면 반갑고 저를 다시 어린 시절로 데려다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은 많은 레고 브릭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 짝도 맞지 않는 몇 개의 레고 브릭으로 만들었던 그때의 비행기가 그립습니다.

    김태완 : 2013년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레고를 사줬는데 그때 레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10월 춘천에서 개최한 브릭페스타 창작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아들과 같이 가서 수상한 것이 레고와 연관된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Q.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지원 동기는 무엇입니까.

    김재훈 : 레고를 통해 만난 인연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어 지원하였습니다.

    김태완 : 해외에서 '레고 마스터즈'라는 프로그램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레고 마스터즈의 한국판 '블록버스터'가 열리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게 참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Q. 레고 창작가들과 경쟁하는 것은 처음일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요.

    김재훈 : 첫 경쟁은 아닙니다. 테크닉 창작팀 'DASAN(다산)'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창작 경쟁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다른 레고 창작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김태완 : 저는 여러 온라인 창작대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경쟁이라고 생각하여 순위에 집착하는 자신을 보았을 때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경쟁보다 '창작가들의 축제'라는 느낌으로 경연에 임했습니다. 블록버스터에서 많은 창작가와 한 공간에서 레고를 한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Q.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까.

    김재훈 : 아직도 레고는 완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고 브릭을 이용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도 그 소재가 레고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이 아닌 그저 완구일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레고 브릭을 소재로 만든 창작품이 오롯이 '작품'으로 보이길 바랍니다.

    김태완 : 블록버스터를 통해 창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레고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프로그램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김재훈 : 각 팀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담긴 메시지에 시청자들이 주목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완 :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작품을 만들며 경쟁하는 모습을 주로 보겠지만, 모든 창작가가 레고 조립에 푹 빠져서 즐기는 행복한 모습도 봐주셨으면 합니다.

    Q. 레고 창작이 마니아들의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전과 대중의 인식 차이를 느끼는지,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는 레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재훈 : 수년간 여러 브릭 작가들의 노력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레고 창작품은 아직도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들과 거리를 좁히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기업과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이런 변화를 빠르게 인식해서 레고 창작품도 예술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완 : 국내에서 진행하는 전시회를 통해 많은 레고 창작가들의 작품들이 알려졌습니다. 여러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것은 일반 대중들도 레고에 관심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장난감으로 레고를 알았던 이들이 지금은 레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레고를 바라보는 인식에 변화가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레고'라는 소재가 누구나 알고 있는 추억의 물건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레고 창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처음에 정해진 조립 설명서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레고 창작 기술을 점점 발전시키셨나요.

    김재훈 : 레고 조립 설명서에 의지하지 않고 재미있게 조립하고 싶어서 여러 방법을 찾아 시도하면서 창작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항상 좋은 방법을 찾았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활동하고 있는 DASAN(다산) 팀원들과 함께 테크닉 창작하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김태완 : 2016년 레고 창작가 전시회 브릭코리아컨벤션을 통해 다른 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2017년에는 꼭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부터 소소하게 조카들과 놀아주면서 여러 블록과 종이접기로 장난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조카들은 제가 레고로 장난감을 만들어주면 매우 좋아했으며, 기뻐하는 조카를 보면 창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신제품을 구입하여 새로운 브릭 종류와 조립법을 공부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해외 창작가들의 창작품을 보면서 창작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Q. 레고가 휴식, 창의력, 집중력 개발 등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요.

    김재훈 : 저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30대 초반까지 제품 디자인 회사에 다녔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머리 속은 무언가 가득 차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에게 레고는 복잡한 생각을 비울 수 있는 너무도 좋은 지우개입니다. 깨끗하게 머리 속 생각들을 비우는 방법(레고)을 알게 되어 두통,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김태완 : 저에게 레고는 '휴식'입니다. 새로운 레고 제품을 구입해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만, 중고 브릭을 구입하여 세척하고 분류하는 등의 수고스러운 일 또한 저에게는 매우 행복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즐거운 일만 할 수 없습니다. 즐거운 일이 되는 순간까지는 많은 일들이 고되고 힘듭니다. 저는 레고를 통해 고된 일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점을 찾았습니다.

  • '브릭썬즈' 김태완씨의 창작품
    ▲ '브릭썬즈' 김태완씨의 창작품

    Q. 주로 어떤 주제로 레고 작품을 만드십니까.

    김재훈 : 테크닉 브릭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모든 대상을 주제로 창작합니다. 그리고 그 창작물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방법도 함께 연구개발 하고 있습니다.

    김태완 : 저는 영화, 애니메이션의 명장면을 레고로 많이 만듭니다. 그중에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분야의 작품을 주로 창작했습니다.

    Q. 레고 작품 제작 시 어떻게 영감을 얻나요.

    김재훈 :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느끼고 소화하는 과정은 디자인 할 때나 레고 창작할 때나 변함없이 영감을 얻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영감을 얻는데 도움이 됩니다. 영감은 준비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요행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합니다. 계획은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에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완 : 저는 화려한 색감의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주로 영감을 얻습니다.

    Q. 레고 작품 제작 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나만의 해결 방법이 있다면?

    김재훈 : 제가 소속되어 있는 팀 DASAN은 창작만을 위한 팀은 아닙니다. 서로 동료이면서 경쟁자고, 동시에 서로에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술술 풀리기만 하는 창작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제작 중에 때로는 커다란 벽에 막혀 한참을 돌아도 출구가 안 보이는 막막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팀원들과 서로 논의하고 격려하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김태완 : 평소에 계속 조립법을 생각하고 있어 레고 작품 제작 시 막히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는 스타일이 아닌 머리 속에 있는 조립법으로 조립하는 스타일이라서 관련 색상 브릭이나 생각했던 브릭이 없을 때는 쉽니다. 구입한 브릭이 오는 동안은 강제 휴식 기간이 되는 것이죠. 또한, 만들고 싶지 않을 때는 창작을 안 하고 휴식을 취합니다.

    Q. 지금껏 만든 레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짧은 작품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김재훈 : 팀 최초 협업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대형 선박과 대형 크레인, 그리고 각양각색의 컨테이너와 트레일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느낌의 디오라마입니다. 제가 담당한 파트는 디오라마 전반의 설계와 화물선에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리는 작업을 주로 하는 대형 크레인이었습니다. 작품 관람객들이 버튼을 이용해 크레인을 움직여 볼 수 있도록 연결함으로써 전시된 작품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 작용을 통해 테크닉 창작품에 매력을 100% 전달하려는 최초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김태완 : 가장 오랜 기간 조금씩 만들어 온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거의 1년 동안 제작한 작품으로 가장 많은 브릭을 사용했으며, 제가 만든 작품 중 가장 길이가 높은(1.2미터) 작품입니다. 작품을 제작하던 중 아들과 작품을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아들의 어렸을 때 모습과 계속 올라가고 있는 작품의 모습이 담긴 그 사진은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Q. 최애 레고 작가와 작품은?

    김재훈 : 수년 전 어느 전시회에서 유명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레고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본 애니메이션이라서 작품을 봤을 때 감동은 매우 컸고 그만큼 머릿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 작품의 이름은 '고양이 버스'이고 작가는 지금 저와 함께 블록버스터에서 브릭썬즈 팀으로 참가한 '김태완'님 입니다.

    김태완 : LCP 이재원 님의 <YAMAN~! SUMMER CHRISTMAS~!> 입니다. 모처럼 휴가를 맞은 산타클로스의 즐거움과 인자함이 공존하는 얼굴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Q. 레고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꼭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김재훈 : 만약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레고가 있다면 오래도록 회자 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이디어 노트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태완 : 매우 크고 자연과 어우러진 나만의 월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 인생 중 가장 크고 많은 조립 기술을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경연에서 우승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는지?

    김재훈 : 남편 없이 바쁜 주말마다 힘들게 가게를 지키며 고생한 아내에게 포상과 휴가를 주고 싶습니다.

    김태완 :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Q. 레고 창작 문화가 더 확산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격려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김재훈 :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처럼 브릭아트를 대중들에게 알릴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크고 작은 브릭아트 전시가 열리기는 하지만 대중 매체를 통해 알려지는 파급력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레고 창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창작이란 행위에 정도(正度)는 없지만 단지 무거운 엉덩이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태완 :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레고 전시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전시회를 통해 레고의 창작 욕구를 불태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처음부터 2,000브릭 이상의 큰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힘들 겁니다. 처음에는 200브릭의 창작품부터 시작해서 조립을 즐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멋진 창작품을 만드는 창작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Q. 레고그룹에서는 이색적인 실험과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레고의 이색 실험(또는 캠페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면?

    김재훈 : ‘Build, Unbuild, Rebuild(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린이들이 제품을 조립 설명서만 보고 만드는 것으로 끝나면 그 행위는 단순한 소비에 그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Build, Unbuild, Rebuild' 캠페인을 통해 어린 창작가들이 레고를 여러 번 충분히 즐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완 : 레고에서 LGBTQ(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제품(40516 모두가 멋져요)이 출시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색으로 미니 피겨와 무지개를 표현한 제품입니다. 그 제품이 출시된 시기에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님이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아요.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인종차별에 대한 말을 해 기억에 남습니다.

    Q. 나에게 '레고'란?

    김재훈 : 나에게 레고란 '포션(potion)'입니다. 떨어진 자존감을 올려주기도 하고 지친 일상에 회복제가 되기도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하게 리셋 시켜주는  마법같은 존재입니다.

    김태완 :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레고'보다 더 재미있는 취미는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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