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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에게는 그만의 향이 느껴진다. 영화 '허삼관'으로 만났을 때도 그랬고, '담보'로 만났을 때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드라마 '다모', '황진이', '시크릿가든' 등 한 입으로 나열하기도 힘든 작품들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무르익고, 사람 하지원이 가진 향도 진해진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배우 하지원은 영화 '담보'를 통해 한국영화로는 '허삼관'(2014) 이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났다. 하지원은 '담보'에서 작품의 큰 흐름 속, 매듭을 짓는 역할을 맡았다. 빚대신 데려온 9살 승이가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 사이에서 자라, 성인이 된 모습을 담았다.
"사실 승이는 굉장히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잖아요. 가족이 아닌데, 가족 보다 더 진한 사랑이요. 저는 그런 승이가 더 당당하고 이 사회에 더 기죽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아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통역사라는 꿈을 끝내 이루잖아요. 더 당차고 열심히 산 승이가 된 것 같아요." -
대학생이 된 승이의 모습부터 그 이후를 하지원은 담았다. 하지원은 처음에는 대학생 역할을 고사했다. 하지만 전개되는 감정의 흐름을 위해 강대규 감독님이 부탁했고, 응하게 됐다. 빨간 백팩과 청바지, 하지원의 대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소품이었다.
"대학교 때, 진짜 그 가방을 메고 다녔거든요. 기분이 이상하긴 했어요. 저는 연극영화과였으니까, 예쁘게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화장하는 것도 모르고, 맨날 청바지에 추리닝 입고 다녔어요. 그냥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한참 오디션 보러 다닐 때였거든요."
영화 '담보' 촬영현장은 꼭 대학교 때 같았다. 촬영 현장에 가면 선배 배우 성동일, 김희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그냥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인데도 그 속에서 감정의 균형과 높낮이를 고민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면 맥주 한잔을 곁들였다. 하지원이 사랑하는 영화 촬영장의 공기 그대로였다. -
"저는 사실 영화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촬영 현장에서의 대화나 공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도 영화의 일부고요.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는 그 공기가 좋아요.""제가 적극적이거나 그런 성격은 아니에요. 그런데 영화는 모두 다 함께 만드는 거잖아요. '난 여배우야, 나는 배우야' 그렇게 따로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들과의 교감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현장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좋은 것 같아요. 성동일 선배님, 김희원 선배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셔서 더 그 공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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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은 성동일의 "가장 나이 많은 딸"이 되었다. 그런데 딸 연기는 필요가 없었다. 하지원은 "성동일이 의상을 입고 옆에 서 계시면 이미 아빠예요. 나이 많은 딸이지만, 아빠라는 존재감 그 자체로 다가와주셔서 어색하거나 다른 생각을 할 거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사람 하지원에게까지 전해졌다.
"제가 한동안 못 불러본 말이잖아요. 현장에서 '아빠'라고 말하는데, 확 몰려오는 감정들이 있더라고요.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에게도 가족은 그래요. 늘 나를 지켜주는 존재죠. 옆에 있다고 생각해도 늘 그립고요. '담보'를 통해서 더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액션, 멜로,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대중과 만난 하지원이지만, 여전히 배우로서 목마르다. 해보고 싶은 것이 아직도 "엄청 많아요"라고 말하는 그다. -
"아직 멀었죠.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2·30대에 할 수 있었던 멜로가 있다면, 지금 보여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도전을 두려워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좋아해요. 궁금한 것을 못 참아요. 캐릭터를 맡으면 그 사람이 너무 궁금해져요. 취미가 뭘까, 뭘 좋아할까, 뭘 먹을까, 어떤 향을 좋아할까, 어떤 음악을 좋아할까 혼자 탐구해봐요. 그러면서 저만의 OST를 만들어요. 그 작품마다 향을 만들고요."
"드라마 '병원선'이라는 작품을 할 때였는데요. 그냥 두꺼운 해부학 책을 사서 읽었어요. 사실 내용도 잘 모르겠고, 외우지도 못하지만, 그냥 한 번 그 책을 다 읽음으로서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 생기는 자부신과 자신감이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한 번 파봐요. 제가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음악을 찾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고요."
영화 '담보' 속 승이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담았다. 강대규 감독님이 추천한 Hans Zimmer와 Rupert Gregson-Williams가 작곡한 영화 'Winter's Tale' OST 삽입곡 'Can you hear your heart'도 있었다. -
지난 2009년 가졌던 한 인터뷰에서 하지원은 "다음 생애에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음 생애에도 창작을 하는 일을 하게될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어찌보면 같은 지점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고,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비슷한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만히 못 있을 것 같아서 회사원은 못할 것 같아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하지원은 요즘에도 향을 만든다. 언니와 같이 향을 섞고, 좋아하는 향을 찾는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여전히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순간이다.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모습은 시간에 가려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발견할 때, 행복해요. 무언가를 찾아다니다가, 좋아하는 걸 발견하게 되고, 또 그런 제모습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 저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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