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배변이 불편해지면 흔히 전립선비대증이나 변비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배뇨 증상만으로 원인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허리디스크 등으로 신경이 심하게 압박돼도 배뇨·배변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물지만 척추관 아래쪽의 신경 다발인 마미가 눌리는 ‘마미증후군’은 치료가 늦어지면 신경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어 증상의 양상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디스크로 인한 신경 압박 – 마미증후군 /고도일병원 제공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배뇨장애는 대체로 서서히 진행된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지만 바로 나오지 않거나 소변 줄기가 가늘고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변이 중간에 끊기거나 다 본 뒤에도 방광에 남아 있는 듯한 잔뇨감이 들 수 있으며, 낮이나 밤에 화장실을 자주 찾는 빈뇨와 야간뇨가 동반되기도 한다.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배변 기능이나 항문 주변 감각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허리디스크 등으로 인한 신경 압박에서는 단순히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것보다 감각의 변화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마미신경은 다리뿐 아니라 방광과 항문 괄약근의 움직임과 감각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신경 압박이 심해지면 소변이 차는 느낌이 둔해지거나 소변을 보려 해도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대변이 나오는 감각이 평소와 달라지거나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나 대변이 새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항문과 생식기, 엉덩이 안쪽 등 자전거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해지는 안장 부위 감각 저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화장지로 닦을 때 느낌이 잘 나지 않거나 양쪽 다리가 동시에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 갑자기 시작된 요정체, 대소변 조절 장애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마미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마미증후군은 응급질환이므로 외래 진료를 기다리기보다 즉시 응급실을 찾아 신경학적 검사와 MRI 등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배변만 어렵고 소변과 회음부 감각이 정상이라면 일반적인 변비나 복용 중인 약물의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비는 대변이 딱딱하고 건조하거나 배변 횟수가 줄고 많은 힘을 줘야 겨우 나오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일부 제산제나 진통제 등은 장운동을 늦춰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다만 변비처럼 보이더라도 대변이 나오는 감각 자체가 둔해졌거나 소변 이상과 다리 증상이 함께 생겼다면 단순한 장 기능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증상을 구별할 때는 배뇨·배변 장애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 줄기가 점차 약해지고 배뇨 시작이 늦어지는 증상이 중심이라면 전립선비대증 가능성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딱딱한 변과 힘든 배변이 주된 문제라면 변비를 먼저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음부 감각이 둔하고 소변이나 대변이 차거나 나오는 느낌이 사라졌다면 척추 신경 압박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대소변 장애는 증상만으로 원인을 완전히 단정하기 어려운데 다리 근력과 감각, 회음부 감각 등 신경학적 상태를 살피고 배뇨 후 방광에 남은 소변량과 전립선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척추 MRI를 통해 신경 압박 여부를 평가하는데 무엇보다 대소변 기능 변화와 함께 회음부 감각 저하, 양쪽 다리의 힘 빠짐이나 저림이 나타난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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