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6400억원·신세계 5800억원·현대 5000억원
명품 넘어 K-패션·미식·콘텐츠가 성장 견인
일시적 특수 넘어 재방문 이끄는 서비스 지속성이 핵심 과제

국내 백화점 3사가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각각 5천억원을 모두 돌파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합산 시 각각 1조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외국인 관광 소비의 중심축이 백화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명품 구매에 의존했던 외국인 소비 구조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국가의 자유여행객(FIT)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면세점과 명동 상권에 집중됐던 외국인 쇼핑 수요가 백화점으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달라진 여행 방식이 있다. 쇼핑과 식음료, 문화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려는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백화점은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K-패션과 뷰티, 미식, 콘텐츠를 경험하는 관광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외국인 매출 1조 시대 ‘초읽기’…반기 만에 지난해 실적 육박

백화점 3사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을 합산하면 약 1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의 80~90% 수준을 상반기에 달성한 셈이다. 현재 흐름상 올해 전체 매출이 각각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64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7348억 원)에 근접했다. 최근 월별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며 업계 최초 1조원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해외 명품과 패션 상품군 소비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키네틱 그라운드 1주년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고객들이 K-패션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롯데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한 5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의 약 90%를 반년 만에 채운 셈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약 5000억원의 외국인 매출을 올리며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성장은 외형 확대뿐 아니라 소비 품목 변화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명품 중심이던 외국인 소비가 패션, 뷰티, 식음료 등으로 확산되면서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 면세점에서 백화점으로…외국인 소비 공식 변화

외국인 소비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고객 구성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9년 77.5%에 달했던 중국인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48.5%까지 낮아졌다. 반면 미국 고객 비중은 1.1%에서 19.1%로 확대됐고, 기타 아시아 국가 비중도 4.4%에서 14.9%로 증가했다.

특정 국가 의존형 소비에서 벗어나면서 백화점이 제공하는 가치도 달라지고 있다. 상품 구매뿐 아니라 한국 브랜드와 콘텐츠, 공간 경험 자체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이 70%에 달하며 해외 관광객이 국내 브랜드를 경험하는 주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공간·편의·콘텐츠 경쟁…3사 전략 차별화

백화점 3사는 외국인 소비 확대 속에서도 서로 다른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공간 경험 강화에 집중한다. 본점 신세계스퀘어,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센텀시티점 체험형 콘텐츠 등을 통해 쇼핑과 문화, 미식을 결합한 공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23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스퀘어 외부 전경./신세계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쇼핑 편의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외국인 전용 롯데 투어리스트 멤버십 운영과 AI 통역 서비스, 글로벌 결제 시스템 확대를 통해 언어와 결제 장벽을 낮추고 있다. 부산본점과 롯데몰 동부산점도 외국인 매출이 각각 150%, 170%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를 활용한 젊은 글로벌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K-팝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 팬들의 방문을 이끌고 있으며, 상반기 외국인 매출도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선 가운데 고도화된 다국어 디지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 하반기 경쟁 키워드는 글로벌 서비스…재방문 확보가 관건

하반기 백화점 3사의 경쟁은 방문객 수 확대를 넘어 고객 경험 경쟁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언어와 결제 등 쇼핑 과정의 불편을 줄이고, 한 번 찾은 고객을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서비스 체계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디지털 기반 쇼핑 편의성 강화에 집중한다. 중국 대표 플랫폼인 샤오홍슈에 이어 고덕지도와 따종디엔핑에 공식 채널을 개설하며 현지 고객 접점을 확대했고, 오는 9월에는 유니온페이와 협업해 QR 결제와 NFC 퀵패스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점포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강화한다. 더현대 서울은 K-팝·뷰티·푸드 등 체험형 콘텐츠와 AI 다국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무역센터점은 코엑스와 도심공항터미널 등 입지 강점을 활용해 구매력 높은 비즈니스 고객 공략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은 글로벌 마케팅과 고객 접점 확대에 주력한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재단 등 관광기관과 협업해 미주·유럽·대만 등 신규 시장을 공략하고, 글로벌 결제 플랫폼과 맞춤형 프로모션을 강화해 외국인 고객 유입과 재방문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외국인 소비 확대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한다. 환율과 국제 정세, 항공 공급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고객의 한국 재방문을 이끌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매출 연간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한 백화점 업계는 쇼핑·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을 안정적인 소비층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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