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GV에 임하고 있는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배우 /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영화 '왕의 남자'가 21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관객들과 호흡했다. 이는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에게 또 다른 의미와 감동을 전했다.

지난 4일 경기 부천시 부천 소풍CGV에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한국 장르영화 33 부문 행사로 영화 ‘왕의 남자’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된 가운데 이준익 감독과 배우 정진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GV는 개봉 후 2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작품을 사랑하는 오랜 팬들과 스크린을 통해 처음 영화를 접한 새로운 관객들이 함께 자리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사회자는 "나는 오늘 이 영화를 처음 봤다"라는 관객들의 손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오자 "새로운 관객이 계속해서 명작을 스크린에서 볼 기회를 찾고 있다"라고 말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준익 감독은 같은 상영관에서 21년 전 작품인 '왕의 남자'와 최근작 '아버지의 집밥'이 연이어 상영되는 상황에 대해 "의도하지 않았는데 21년 전에 찍은 영화의 주인공과 몇 달 전에 찍은 작품이 같은 극장에서 이어지는 게 신기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의 포스터

정진영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본 감회를 전하며 깊은 감정에 젖었다. 그는 "'왕의 남자'는 그때 이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라며 "GV 행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막이 올라가고 음악이 나오는 순간 확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났다. 배우들은 몸의 세포 속에도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20여 년 전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이상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작품 속 연산과 장생의 관계, 줄타기 장면의 의미, 연산 캐릭터의 해석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연산이 왜 장생을 죽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준익 감독은 "왕과 장생은 모두 억압받는 존재"라며 "서로에게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살고 죽음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 연산이 웃고 있는 이유도 두 사람의 오묘한 관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은 연산 캐릭터를 준비하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으로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연산군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너무 슬펐다"라며 "외로움 속에서 나온 광기, 기행, 파멸을 따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또 "'왕의 남자'는 배우인 나조차 '내가 어떻게 저렇게 연기했을까?' 싶을 정도로 특별한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20여 년이 지난 뒤 작품을 다시 바라보는 감정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영화는 만들 때는 내 것 같지만 개봉하는 순간 관객의 것이 된다"라며 "지금 다시 보면 실수한 것과 아쉬운 것만 보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잘 못 본다"라고 털어놨다. 정진영 역시 "저도 많이 불편하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GV 말미 정진영은 "'왕의 남자'는 저보다 더 오래 살 영화"라며 "그런 작품에 참여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여러분을 만나게 돼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주말 오전에 특별히 이 영화를 보러 와주시고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동스럽고 감사하다"라며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기를 바란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한편, 올해로 30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열흘간 영화 321편을 비롯해 AI 영화, 확장현실(XR) 콘텐츠,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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