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전기 스포츠카 '루체' 공개
페라리가 순수 전기차 '루체'를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공개 행사는 로마의 벨라 디 칼라트라바에서 진행됐다. 해당 장소는 1947년 페라리가 로마 그랑프리에서 첫 승리를 기록한 곳이다.
루체는 브랜드가 2022년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 언급한 멀티 에너지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전동화를 기존 내연기관의 단순 대체 개념이 아니라 차량 구조와 성능, 디자인, 주행 경험 전반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모델에는 페라리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축적해온 기술들이 반영됐다. 세계 내구 선수권(WEC) 우승 차량인 499P에서 얻은 기술과 연구 프로젝트인 페라리 하이퍼세일에서 개발된 노하우도 일부 적용됐다.
루체는 페라리 최초의 4도어 5인승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기존 페라리의 트랜스액슬 구조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실내 공간 확보가 가능해졌다. 배터리와 차체 구조를 통합 설계해 공간 효율성과 차체 강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페라리 디자인 총괄 플라비오 만조니 팀과 함께 조니 아이브, 마크 뉴슨이 이끄는 러브프롬이 협업했다. 전면과 후면 라이트 패널은 차체와 일체형 구조로 설계됐으며, 조명이 꺼졌을 때는 차체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를 구현했다. 전륜 23인치, 후륜 24인치 휠도 적용됐다.
실내는 기계식 버튼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조합한 구성이 특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으며, 코닝 고릴라 글래스와 재활용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가죽 소재 등을 사용했다. 오디오 시스템은 21개 스피커와 24채널 3000W 출력 사양으로 구성됐다.
루체는 전용 섀시를 비롯해 모든 구성 요소에 혁신적인 엔지니어링을 집약한 비스포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각 바퀴에 장착된 총 네 개의 전기 엔진으로 구동되며, 122kWh 대용량 배터리와 F80에서 계승된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 그리고 독립적인 조향이 가능한 리어 액슬을 탑재했다. 시스템 총출력은 1050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 200km까지는 6.8초가 소요된다. 최고속도는 시속 310km 이상,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30km 이상이다.
각 바퀴에는 구동과 회생제동, 조향, 수직 운동 제어를 담당하는 액추에이터가 각각 탑재돼 실시간 토크 배분과 차량 자세 제어를 수행한다.
공기역학 기술도 새롭게 적용됐다. 능동형 공기역학 그릴은 냉각 효율과 공기 저항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며, 액티브 차고 조절 기능은 고속 주행 시 차체 전면을 최대 10mm 낮춰 공력 성능을 개선한다.
새로운 차량 제어 장치(VCU)도 탑재됐다. 이 시스템은 파워트레인과 차체 제어를 통합 관리하며 초당 500회 수준으로 데이터를 갱신한다. 전기차 특유의 급격한 가속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토크 제어 시스템도 적용됐다.
배터리 팩은 210개의 직렬 셀로 구성되며, 800V 아키텍처 기반으로 작동한다. 전력 전자 장치에는 소형 인버터와 공진형 DC/DC 컨버터가 포함됐다.
섀시는 중공 주조물(속이 빈 구조의 주조 부품)과 압출재, 알루미늄이 결합돼 완성됐으며, 차체에는 압출재와 알루미늄 시트를 사용했다. 배터리 하우징은 차체 강성 확보에도 활용된다. 기존 4도어 차량 대비 굽힘 강성은 25%, 비틀림 강성은 35% 이상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차량 주요 부품의 약 70%에 재활용 합금을 사용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도 고려했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단순히 새 모델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우리는 다시 한 번 가능성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