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스타벅스 마케팅 고의성 입증 못해…경찰 수사 협조”
관련 직원 5명 직무배제·전 대표 및 담당 임원 해임
휴대전화 제출 거부 등으로 조사 한계…경찰 수사 적극 협조
"마케팅 검증·리스크 관리 체계 심각한 결함 확인"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일주일간 진행한 내부조사 결과, 관련 임직원들의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26일 밝혔다.
신세계그룹 경영총괄인 전상진 부사장은 이날 진상조사 결과와 관련해 “현재까지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룹은 실무진 5명과 결재라인 관계자, 임원진 등 총 15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업무용 노트북 포렌식, 사내 메신저 기록 분석, 대면 조사 등을 실시했다. 다만 마케팅 기획에 참여한 직원 5명 중 3명이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적 대화 내용 확인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사내 메신저상에서 관련 직원들이 논란 이후 당황하는 반응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전 공모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아 고의성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확인됐다. 관련 직원들은 “기존 '가방에 쏙' 문구와 라임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AI에 문구를 물어봤다”, “5·18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사건 직후 그룹과 즉시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하자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그룹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관련 직원 5명을 직무 배제하고 손정현 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즉시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행사는 팀장, 담당 임원, 본부장, 대표이사 등 4단계 승인 절차를 거쳤지만 어느 단계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승인권자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결재했으며,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법무 검토와 CSR(사회공헌) 관련 검증 절차도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실무진 개인의 실수보다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부실을 지목했다. 회사 측은 “설령 최초 기획자가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도 정상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탱크 텀블러 명칭은 해외 제조사가 실제 물탱크에서 착안해 붙인 이름이며, 503mL 용량 역시 17온스를 환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미니 탱크 텀블러의 4월 16일 출시와 탱크 듀오 세트 21% 할인율 역시 행사 일정 및 가격 산정 과정에서 결정된 것으로 특정 역사적 사건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용진 회장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는 발언의 질문에 그룹 측은 “회장으로서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그룹 차원의 역사 인식 제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시민사회와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추가 사과 가능성도 언급됐다. 전 부사장은 “현재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면서도 “적절한 시점이 되면 광주를 직접 방문해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조사 상황과 후속 조치를 본사와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의 여파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측은 “현재 상당한 매출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매출보다 상처를 입은 분들에 대한 치유와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