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유럽·미국서 고성장…1분기 최대 실적
농심, 신라면 20조 돌파…현지 생산·브랜드 확장 강화

K-라면이 글로벌 식품 시장의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아시아 시장 중심이던 한국 라면은 이제 미국과 유럽 주요 유통망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5억달러를 돌파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5억2100만달러(약 2조2200억원)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2023년 9억5200만달러 수준이었던 수출 규모는 불과 2년 만에 큰 폭으로 확대됐다.

특히 과거 중국과 동남아 중심이던 K-라면 소비가 미국과 유럽 현지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라면업계 양강인 삼양식품과 농심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해외가 끌고 수익성이 밀었다…삼양식품 ‘불닭 효과’ 본격화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144억원, 영업이익 1771억원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32%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성장의 핵심은 해외 시장이다. 해외 매출은 585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고,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수요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4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 2025’ 삼양식품 부스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양식품

특히 유럽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유럽 매출은 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 급증했다. 영국 법인 설립 이후 독일·네덜란드 등 서유럽 주요 유통망 입점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 역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매출은 1850억원으로 37% 증가했고, 중국 매출은 1710억원으로 36% 늘었다. 기존 핵심 시장과 신규 시장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도 눈에 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24.8%로 5개 분기 연속 20%대를 유지했다. 해외 판매 비중 확대와 환율 효과가 맞물리며 높은 수익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단순 수출 확대 단계를 넘어 글로벌 메가 브랜드를 구축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밀양2공장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성장세에 힘을 싣고 있다.

◇ 신라면 20조 돌파…농심, 장수 브랜드의 힘 보여줘

농심은 대표 브랜드 신라면을 중심으로 장기 브랜드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은 최근 국내 라면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1986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약 425억개에 달하며, 1991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라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심 조용철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라면 출시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라면의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농심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해외 사업 비중이다. 농심은 신라면 누적 매출 가운데 약 40%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층을 넓혀오며 사실상 세계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농심은 일찌감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미국과 중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공급 안정성과 물류 효율성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유럽과 호주, 동남아시아까지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K-컬처와 연계한 브랜드 전략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앰배서더 마케팅과 체험형 공간 운영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한편, 신라면 툼바·신라면 골드·신라면 로제 등 파생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브랜드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단순히 기존 시장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글로벌 소비층 확대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생산 늘리고 브랜드 키우고…K-라면 경쟁 2막

두 기업은 같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이라는 단일 메가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성장세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글로벌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을 늘리고, 미국·유럽 등에서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반면 농심은 신라면을 기반으로 장기간 구축해온 글로벌 생산·유통 체계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지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신라면 툼바·신라면 로제 등 파생 제품 확대와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소비층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다만 글로벌 라면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업체 간 경쟁뿐 아니라 현지 식품기업들도 매운맛 제품군을 강화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K-라면 경쟁의 핵심이 단순 수출 규모를 넘어 브랜드 경쟁력과 현지화 전략, 안정적인 공급 체계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K-라면은 이제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 식품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삼양식품과 농심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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