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른도 아이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연휴 일정 덕에 올해는 서울 근교 나들이 수요가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여행 형태가 있다. 정보 과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의도적으로 '비워내는' 여정, 이른바 도파민 디톡스형 나들이다. 빽빽한 일정 없이 걷고, 멈추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하루. 서울에서 1~2시간 안에 닿는 미술관 세 곳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뮤지엄 SAN (강원 원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자락에 자리한 뮤지엄 SAN은 건축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공간이다.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8년을 들여 완성했으며, 플라워·워터·스톤 가든으로 이어지는 야외 동선은 넓고 긴 산책로로 기능한다. 노출 콘크리트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수면에 비치는 하늘—말수가 줄어드는 풍경이다.

Enattendant기다리며 포스터(사진=뮤지엄 SAN)

실내 전시도 풍성하다. 제임스 터렐관은 빛을 매체 삼아 명상적 경험을 유도하고, 올해 새롭게 문을 연 GROUND 관(안토니 곰리관)은 안도 타다오와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첫 협업 공간이다. 동굴처럼 설계된 구조 안에 인체 형상의 철제 조각이 늘어서고, 입구 너머로는 산줄기와 숲 소리가 펼쳐진다.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숯의 작가' 이배의 대규모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12월 6일)로, 불로 태운 숯을 통해 소멸과 생성의 시간을 탐구한다. 미술관 전체를 전시장으로 삼은 압도적 규모가 특징이다.

호암미술관 (경기 용인)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은 전시와 정원 산책을 한 번에 즐기려는 이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을 둘러싼 희원은 연못·정자·석탑과 계절 꽃나무가 어우러진 약 2만여 평 규모의 정원으로, 그 자체로 나들이 목적지가 된다. 건너편 '옛돌정원'에서는 자연 속에 놓인 야외 설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은 한국 조각 1세대 작가 김윤신의 회고전 <합이합일 분이분일>(~6월 28일)이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전기톱을 쥐고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의 나무·돌 조각, 회화, 판화 등 17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충북 청주)
충북 청주의 국립현대미술관은 담배 공장이었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꾼 곳이다. 이곳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개방 수장고'다. 유리창 너머로 실제 소장품이 보관된 수장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어, 일반적인 전시 관람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방혜자 개인전 포스터(사진=국립현대미술관)

현재 주요 전시는 빛을 주제로 작업한 고(故) 방혜자(1937~2022) 작가의 회고전 《방혜자 -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다.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마련된 전시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자적인 화풍을 일군 작가의 생애 전반을 조명한다. 이 밖에 미술은행 20주년 특별전, 드로잉·일본 현대 판화 소장품 전시 등 여러 전시가 동시 진행 중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6~9시는 야간 무료 개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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