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예약과 함께 전시 관람을 동시에 즐기는 여행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요 호텔들이 로비와 공용 공간을 갤러리로 전환하며 예술 경험을 숙박 상품의 핵심 요소로 끌어들이는 추세다. 단발성 전시가 아니라, 시즌별 기획전을 정례화하고 작가와의 협업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코오롱글로벌

경주 코오롱호텔은 5월 5일부터 31일까지 로봇 태권V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연다. 경북문화관광공사 산하 경주솔거미술관과 공동 주관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 김청기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 공간은 호텔 전체를 아우른다. 타임 애프터 타임 전시관에서는 태권V가 당대의 일상 문화 속에서 차지했던 위치를 추적하고, 레트로 박물관에서는 딱지·프라모델·문구류 등 당시 실제 유통됐던 관련 상품을 통해 시대상을 전달한다. 피규어 박물관에서는 원작 캐릭터에서 파생된 크고 작은 피규어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호텔 곳곳에는 김청기 감독의 역대 애니메이션 포스터와 영상, '엉뚱산수화' 연작을 배치해 이동 동선 자체가 전시의 연속이 되도록 구성했다.

관람에 그치지 않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엉뚱산수화 그리기'는 전통 산수화 위에 태권V를 등장시킨 김청기 감독의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관람객이 6개의 그림 조각 중 하나를 완성하면, 이를 모아 하나의 대형 산수화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에는 김청기 감독 본인이 현장에서 사인회를 진행한다. 전시 사진을 SNS에 인증하면 한정판 태권V 호롱이 키링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병행된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도 같은 기간 아카이브 자료와 엉뚱산수화 원작 약 40점을 선보이는 별도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사진=서울드래곤시티

서울드래곤시티는 오는 6월 26일까지 이비스 스타일 호텔 로비에서 민화작가 지민선의 초대전 '범'을 운영한다. 24시간 개방된 로비를 갤러리로 삼아 투숙객과 일반 방문객 모두 별도 비용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기획에는 장소성이 적극 반영됐다. 서울드래곤시티 측은 호텔이 자리한 용산이 남산과 한강을 배경으로 배산임수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곳임을 강조하며, '용'의 상징을 품은 공간에 '호랑이'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시 서사를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지민선 작가는 전통 민화의 소재인 호랑이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마더스 러브', '꽃길 II', '범기명도', '정화수_북두칠성' 등 대표작 9점이 걸린다. 주목할 점은 전시 방식이다. 아트테크 기업 시뮬라크(SIMULAQUE)의 3D UV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작가의 붓터치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눈으로 보는 동시에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시 환경을 구현한 것으로, 전통 회화와 디지털 출력 기술을 결합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진=조선팰리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은 4월 16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국 현대 사진 작가 구본창의 전시 '시간의 기록(Timeless Collector)'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시즌별 아트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전시로,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높은 호텔 특성을 고려해 한국적 미감을 담은 작가들과의 협업을 지속하는 기조 아래 기획됐다.

전시는 25층 그랜드 리셉션에 설치돼 투숙객의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 안에 놓였다. 선보이는 작품은 구본창의 대표 연작 '비누(Soap)' 시리즈를 중심으로 총 4점이다. 사용되면서 조금씩 사라지는 비누의 형태를 사진으로 기록한 이 연작은, 사물의 표면이 아니라 그 이면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탐구해온 구본창 작가의 작업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비누 실물도 함께 전시에 포함돼 작업의 맥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연계 객실 패키지도 운영됐다. 패키지 이용 고객에게는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사진집을 제공했으며, 그랜드 리셉션에서 호텔 시그니처 블렌디드 티인 '팰리스 가든 티' 서비스도 함께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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