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브랜드 간 기능적 차별성이 약화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와 학계는 이 같은 환경에서 플랫폼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며, 규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수출 인프라 중심의 지원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 전략’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김경희

이날 발제를 맡은 이유석 동국대학교 교수는 “네트워크 효과와 경로 최소화로 대표되던 기존 플랫폼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플랫폼의 역설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경쟁의 중심이 정보의 양이 아닌, 개인화된 큐레이션과 플랫폼의 직접 통제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이 물류와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재판매(Reseller)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O2O 플랫폼에 획일적인 수수료 규제를 적용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브랜드 간 차별성이 약화되고 경쟁이 가격 중심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며, 기업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교한 제도 설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토론에서는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이동일 세종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변화에 맞춰 실험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유통 산업이 상품 판매를 넘어 ‘발견의 경험’과 ‘기술적 신뢰’를 제공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하며,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김경희

업계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애로도 제기됐다. 서상범 무신사 대외협력실장은 “소비자는 플랫폼이 통신판매중개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며 플랫폼 고유의 감각이 반영된 큐레이션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고리즘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핵심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시광 컬리 대외정책실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재구매율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통관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콜드체인 등 대규모 물류 인프라가 필수적인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플랫폼 산업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국회의원은 플랫폼 기반 수출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허종식 국회의원도 산업 경쟁력과 공정 생태계를 함께 고려한 정책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근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471억 원 규모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역직구 인프라 구축과 수출 거점 조성 등을 검토·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제·물류·마케팅 등 전 과정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동우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성장정책과장은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버티컬 플랫폼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물류·인증 등 후방 지원 체계 강화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류 확산과 K-소비재 수요 증가로 온라인 유통이 새로운 수출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정책 역시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내수 의존 구조가 지속될 경우 플랫폼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토론회는 국내 온라인 유통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경로를 모색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규모의 경쟁’이 한계에 이른 가운데, K-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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