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되어준 집에서…장기하·실리카겔·한로로, '스페이스 공감' 홈커밍데이 [현장]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홀에서 '스페이스 공감'의 '홈커밍데이'는 밴드 실리카겔의 곡 'NO PAIN'의 첫 소절과 같은 시간이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지난 2004년 4월 개관을 시작으로 '오직 음악'이라는 슬로건 아래 뮤지션들에게 특별한 '집'이 되어준 공간이다. 그 집에서 첫발을 내디뎠던 '헬로루키' 출신의 뮤지션 장기하, 한로로, 그리고 밴드 실리카겔은 고향집에서 신나게 노래를 했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는 관객 앞에서 '음악'이라는 뜨거움을 주고받았다.
한국 인디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가장 먼저 무대 위에 섰다. '먹이사슬'과 'ㅈㅣㅂ'을 부른 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한로로에게 객석에서 "예이, 한로로 최고!"라는 함성이 터졌다. 한로로는 "'스페이스 공감'은 저에게 긴장감으로 가득한 곳이다. 왜냐하면 제가 '헬로루키'라는 이름으로 처음 알려졌다. 그때는 저를 아무도 모르셨는데, 지금은 슬로건도 보이고 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되게 얼떨떨하다. 그때 처음 들려드린 곡이 '입춘'이었다"라며 '입춘', '0+0', '시간을 달리네'를 연이어 열창했다.
한로로는 360도 무대 위에서 네 면을 둘러싼 관객과 다정한 눈 맞춤을 나누며 열기를 더했다. 이어 공연 하루 전(2일) 발매된 신곡 '경기 끝?'의 무대를 예고하며 "이 곡은 정말 게임하다가 만든 곡이다. '몬스터에게 쫓기다가 게임은 오버되었지만, 현실의 나도 과연 게임 오버일까?' 생각도 들었다. 결국 사랑을 찾아서 같이 살기 좋은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곡"이라고 곡을 설명한 뒤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잘 모르시겠지만"이라고 우려를 전했지만, 객석에서는 이미 그 곡을 모두 함께 따라 하며 남다른 열기를 더했다. 한로로는 이어 '사랑하게 될 거야'까지 부르며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의 에너지를 증명했다.
밴드 실리카겔(김춘추, 김한주, 최웅희, 김건재)이 무대를 이어갔다. 최근 한국 인디 록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리카겔의 시작도 사실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를 통해서였다. 실리카겔은 "오랜만에 공연을 한다. 그런데 '스페이스 공감'에서 주최해 주신 공연이라 더 뜻깊다"라며 "저희는 2016년 올해의 헬로루키 우승 팀 실리카겔입니다"라고 다시 한번 힘차게 인사를 건네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실리카겔은 "저희 다음 순서인 장기하 선생님께서 '헬로루키'에 출전하셨을 때, 저희는 집에서 그 방송을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앞서 공연하신 한로로 님이 '헬로루키' 결선에 나가셨을 때, 저희가 축하 무대를 해드렸다. 오늘 모두 다시 모여 정점을 찍는 날이 되는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그리고 '헬로루키'를 통해 얼굴을 드러낼 신입 뮤지션에게 응원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라고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한 집에 모여 함께 노래를 하는 기쁨을 물씬 느껴지게 했다. 밴드 실리카겔은 '9', '모두 그래', 'BIG VOID', 'T+Tik tak tok', 'NO PAIN'까지 5곡을 선보이며 자신들이 표현한 "정점"이라는 단어를 무대로 입증했다. 김건재의 드럼 솔로에 이어지는 합주와 김춘추의 내지르는 기타와 최웅희의 베이스, 그리고 김한주의 보컬과 키보드까지. '헬로루키' 이후 얼마나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을 이들은 '실리카겔'답게 입증했다.
마지막 무대에 오른 장기하는 고향집에 내려온 막내 아들 같은, 혹은 철없는 막내 삼촌 같은 비주얼로 무대 위에 나섰다. 등장하기 전부터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라는 '그건 니 생각이고'의 의미심장한 한 소절을 부르면서 등장했다. 장기하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지난 2008년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올해의 인기상을 받으며 등장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헬로루키'가 거의 마지막 TV 출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그게 얼마나 중요한 방송인지 몰랐다. 그 후 몇 년 동안 저를 기억하는 유명한 짤이 된 거의 모든 모습이 그때의 모습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해 관객을 웃음을 짓게 했다.
장기하는 "군대에 있을 때 '제대하면 꼭 밴드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지 몰랐다.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노래를 만들었다. 달밤에 혼자 깨어나 '진짜 제대하면 진짜 간다, 내가 진짜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취향도 좀 마이너 하지만, 그건 모르겠고, 그냥 간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곡이 있었다. 그 곡을 2008년 불렀고, 그게 가장 유명한 라이브 영상이 될 줄 몰랐다"라며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장기하 길'을 걸어온 그의 과거와 현재가 무대 위에서 맞물리며 감동이 더해졌다. 이어 '그렇고 그런 사이', '별일 없이 산다'까지 이어지는 무대에서 마이크 스탠드를 가장 높이 들어올려 관객의 목소리를 담는 등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며 현장의 온도를 10도쯤 더 후끈 올려놓았다.
'스페이스 공감'은 지난 2007년부터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를 진행하며 국가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실리카겔 등 약 15년간 총 173팀의 실력 있는 뮤지션을 배출하며 인디 신(Scene)의 대표적인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스페이스 공감' 측은 홈커밍데이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무료 공연을 선보이고, 4년 만에 '헬로루키'를 재개하며 신(Scene)의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한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은 "신인이었음에도 너무나 능청스럽게 무대를 이끌었던 장기하(와 얼굴들), 총천연색 사운드를 들려준 실리카겔, 생동감 넘치는 록킹(Rocking)한 사운드로 놀라움을 줬던 한로로의 처음 모습이 아직 선명하다. 이들의 처음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뜻깊은 일"이라며 "이들이 루키였을 때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온 팬들과 함께 '스페이스 공감'의 새출발을 기념하고자 한다”라고 '홈커밍데이' 공연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편, EBS '스페이스 공감'은 오는 5월 6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 10시 50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