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캉스·키즈룸·원데이 클래스… 호텔가에서 꺼내 든 '가족 카드'
황금연휴와 어린이날을 앞두고 호텔·리조트 업계에 '키즈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아이가 적어진 시대에 역설적으로 자녀 한 명에게 쏟는 지출은 늘어났고, 가족 여행에서 선택의 주도권은 사실상 아이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업계가 객실과 패키지 설계의 중심을 아이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 변화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응답이다.
롯데호텔 제주는 그 근거를 수치로 들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겨울방학 시즌 전체 투숙객 중 가족 단위 비중이 약 80%에 달했다. 이 수요를 겨냥해 출시한 '에이스 프리패스(ACE Free Pass)' 패키지는 2연박 투숙에 호텔 내 키즈랩 프로그램 무제한 이용권을 결합했다. 48개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이용권은 플레이·쿠킹·아트 클래스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50분 단위로 운영한다. 제주 몽생이 머핀 만들기, 동백꽃 방향제, 야광 캔버스 등 제주 자원을 콘텐츠로 전환한 프로그램들이다. 다자녀 가구에는 어린이 1인 추가 시 프로그램 이용 50% 할인 혜택을 추가했다.
'무제한'이라는 키워드가 패키지 전면에 등장한 것은 단순히 가성비 소구가 아니다. 부모가 따로 일정을 조율하지 않아도 아이는 하루 종일 호텔 안에서 채워진다는 메시지다. 부모의 '온전한 휴식'은 이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가 선보인 '리틀 럭스(Little Luxe)' 패키지도 같은 논리 위에 설계됐다. 꿀벌 캐릭터 '비해피'를 테마로 운영하는 허니콤 키즈 라운지는 정글짐·미디어 아트 볼풀·원목 교구존을 갖춘 키즈 전용 공간이고, 그 안에 보호자를 위한 맘스 라운지를 병치했다. 아이가 노는 공간과 부모가 쉬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되 동선은 연결한 구조다. 여기에 인근 한국잡월드 투숙객 할인을 더해 숙박 외 체험 반경을 확장했고, 이번에 새로 개장한 '비 가든 아트 워크존'에서는 아이가 직접 만든 콜라주 작품을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객실 자체를 놀이 공간으로 전환하는 접근도 가속화하고 있다. 리솜리조트가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에 선보인 솜니아 키즈룸은 기존 객실을 리모델링해 자체 키즈 브랜드 세계관을 투숙 공간에 구현했다. S30 타입은 거실 중앙에 대형 트리하우스와 나선형 실내 슬라이드를 배치했고, 트리하우스 아래 비밀 침대 공간을 두어 놀이와 수면이 이어지게 했다. S20 타입은 원목 미끄럼틀과 아치 구조물, 텐트 하우스를 스튜디오 구조 안에 압축했다. 두 타입 모두 모서리를 최소화한 곡선 디자인을 적용하고 사이드가드·유아용 변기 커버·키즈 전용 로브를 기본 구비했다. 체험 공간을 외부에 두는 대신 객실 안으로 들여온 형태로, 이동 없이도 아이가 충분히 놀 수 있는 환경을 객실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체험의 방향을 스포츠로 잡은 사례도 있다. 켄싱턴리조트 가평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프로축구단 서울 이랜드 FC와 손잡고 '어린이 축구왕' 패키지를 기획했다. 5월 5일 리조트 내 전용 구장에서 열리는 축구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하는 아이(7~11세)는 선수들이 실제 사용하는 라커룸과 훈련 시설을 먼저 견학한 뒤, 선수가 직접 코치로 나서는 기초 기술 교육과 미니 게임을 경험한다. 사전 신청 시 자녀 이름과 등 번호를 새긴 유니폼을 제공하는 '무료 마킹 서비스'는 이 패키지를 하루짜리 체험이 아닌 기억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다.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가족 고객층을 겨냥한 설계이자, 리조트가 스포츠 인프라를 갖춘 이점을 콘텐츠로 환전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