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목적 입력만으로 구조·일정·담당자 자동 설계
MES 아닌 전공정 협업 이력 관리 PMS 개발 착수
10년 누적 데이터·구조적 흑자·55개국 네트워크 주목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사진 제공=마드라스체크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대형언어모델(LLM)의 부상이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일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AI 대체 공포에 흔들리는 지금, 마드라스체크는 오히려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 2월 ‘프로젝트 설계 AI 에이전트’를 출시하며 AI 협업 에이전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를 만나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AI 로드맵에 대한 준비를 들어봤다.



프로젝트 ‘설계자’로 진화한 AI 에이전트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세 번째 IT 혁명으로 불리는 AI의 물결은 단순히 제품 하나에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학준 대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기술 자체보다 인터페이스의 변화에 집중한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하고 소통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달라지는 건 그 방식"이라는 시각이다.

이 대표가 전환점을 맞이한 건 지난해 5월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뿐 아니라 채용 방식, 커뮤니케이션, 조직 문화까지 AI로 바꾸는 실체를 직접 목격했다. 귀국 후 즉시 AI TFT를 발족시켰고, 마드라스체크를 협업 특화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마드라스체크가 내놓은 결실이 '프로젝트 설계 AI 에이전트'다. 기존 협업툴 AI가 회의록 요약이나 문서 정리 같은 일반 사무 보조에 머물렀다면, 플로우의 AI 에이전트는 프로젝트 설계 단계까지 역할을 확장한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사용자가 프로젝트 목적을 입력하거나 기존 엑셀 WBS, 기획 문서를 업로드하면, AI가 프로젝트 맥락을 분석해 전체 구조, 상세 업무 리스트, 일정 흐름, 담당자 배분까지 자동으로 설계한다.

이학준 대표는 "기존 협업툴로 프로젝트 초기 계획과 설계에 들이던 시간을 80% 이상 단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인 AI가 질문 단위로 반응하는 데 그친다면, 플로우의 AI는 업무 흐름 단위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설계, 실행, 관리, 검색, 보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협업 OS를 지향하는 구조다. 4월에는 비서 역할의 에이전트 서비스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제조 특화 PMS로 산업용 시장 공략

마드라스체크가 올해 새롭게 주목하는 시장은 산업용 특화 PMS(프로젝트 관리 시스템)다. 이학준 대표는 "독일의 SAP, 지멘스, 스위스의 다쏘시스템 같은 글로벌 산업 소프트웨어 강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나라가 제조 강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미국의 제조 현장이 위축되는 사이 한국 제조 경쟁력이 부상하는 지금이 한국 소프트웨어가 성장할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분석이다.

마드라스체크가 개발 중인 산업용 PMS는 기존 MES(제조실행시스템)와 결이 다르다. MES가 공장 자동화·생산 라인 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마드라스체크는 제품 기획부터 설계, R&D, 부품 조달, 양산 준비까지 전체 공정 흐름을 표준화하고 각 단계의 협업 이력까지 관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미 국내 유력 제조 기업과 양산 관리 시스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레퍼런스 삼아 중소 규모 기업과 해외 시장까지 확장한다는 로드맵이다. 대기업은 자체 IT 인력으로 이를 구축해 왔지만, 중소 규모 기업은 여전히 엑셀과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다. 마드라스체크는 이 공백을 직접 겨냥한다.



10년 누적 데이터와 흑자 전환, 성장의 해자

SaaS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학준 대표는 살아남는 기업의 세 가지 조건으로 자본력, 고유 데이터, 인프라를 꼽았다. 마드라스체크는 지난해 수주·계약 기준 210억 원을 달성하고 구조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고유의 플랫폼에 누적된 내부 데이터가 있어야 고객 이탈을 방지한다"며, 플로우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고객의 프로젝트 데이터를 핵심 해자로 꼽았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마드라스체크는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추고, CSAP 인증으로 공공 시장까지 확보했다. 55개국에 구축된 글로벌 리셀러 네트워크도 성장 기반이다. 이 대표는 "엑셀이 등장했다고 모든 소프트웨어가 대체되지 않은 것처럼 AI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방대한 업무 데이터와 조직 협업 이력이 쌓인 플로우는 전환 비용이 낮은 서비스와 다르다는 자신감이다.

올해 목표는 수주·계약 기준 매출 300억 원 돌파와 40% 이상 성장률 유지다. 이 대표가 꺼낸 경영 키워드는 '성장과 안정'이다. 국내 중소기업 50만 개 중 플로우 도입 기업은 아직 1%에 불과하다는 점, 여전히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이 다수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만으로도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해외 55개국에서 유입되는 고객 상당수 역시 메신저와 이메일에 머물다 처음으로 협업툴로 넘어오며 플로우를 선택한 사례다. 협업툴에서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국내 1위에서 해외 강자로. 창사 10년을 넘긴 마드라스체크의 두 번째 10년이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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