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료기기의 도입이 의료 현장의 검사 방식뿐 아니라 환자가 검사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불편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던 검사들이 기술 발전을 통해 보다 간편하고 일상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착용했는지도 잊을 정도” 혈압 측정의 변화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 진료받는 60대 손모 씨는 2년 전 커프형 24시간 활동혈압측정(ABPM)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팔에 커프를 착용한 채 일정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측정이 시작될 때마다 압박이 가해져 움직임을 신경 쓰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수면 중에도 측정이 이어졌다. 손 씨는 “밤에 자다가 팔이 조이면 순간 깨는 일이 있었다”며 “필요한 검사라는 건 알지만, 솔직히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로 측정한 24시간 혈압 모니터링 리포트 예시. /자료=스카이랩스

최근 손 씨는 혈압 상태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를 하루 동안 착용했다. 커프 없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하루 혈압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다.

손 씨는 “이동과 식사, 휴식 등 평소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혈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하루 혈압 변화가 그래프로 정리돼 야간 혈압이나 아침 시간대 혈압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10분이면 끝” 자동화가 바꾼 유방 초음파

이러한 변화는 혈압 측정뿐 아니라 다른 검사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수동 유방 초음파는 환자가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의료진이 탐촉자를 직접 움직이며 여러 방향에서 영상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겨드랑이 등 세부 부위까지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길고,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자동 유방초음파 장비 ‘인비니아 에이버스 2.0(Invenia ABUS 2.0)’(오른쪽). /사진=김정아 기자

가천대 길병원에서 유방 양성 종양 추적 관찰을 받아온 40대 김모 씨는 수년 전부터 자동 유방초음파 장비 ‘인비니아 에이버스(Invenia ABUS)’로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장비는 기기가 유방 전체를 자동으로 스캔하는 방식으로 검사 시간이 약 10분 내외로 줄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비용 부담도 줄었다.

김 씨는 “검사 시간이 확실히 짧아졌고, 비용도 오히려 저렴해져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겨드랑이 등 일부 부위 검사가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기를 다양한 각도로 활용하는 방식이 발전하면서 검사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김 씨는 “매년 같은 장비로 검사받으면서 검사 방법이 점점 발전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웨어러블과 자동화 기술이 의료기기에 적용되면서 환자가 검사를 경험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측정 정확도와 임상적 활용 범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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