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는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다. 동시에 부모님의 기억력과 일상 기능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평소와 다른 기억 저하나 행동 변화가 반복적으로 보였다면 단순 노화인지, 보다 정밀한 평가가 필요한 상태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20년 56만 7,433명에서 2024년 70만 9,62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27만 7,245명에서 33만 2,464명으로 늘었다. 인지 저하 관련 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AI 생성

건망증과 무엇이 다른가

많은 사람이 경도인지장애를 단순 건망증과 혼동한다. 그러나 두 상태는 양상이 다르다.

건망증은 정보가 뇌에 저장돼 있으나 일시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인출’의 문제에 가깝다.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을 되살리는 경우가 많고, 본인도 기억력 저하를 인지한다.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기억의 ‘저장’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힌트를 줘도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최근 대화 내용을 반복해 묻는 일이 잦아진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유지하지만, 요리 순서를 자주 헷갈리거나 금전 관리·약 복용처럼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활동에서 실수가 반복되면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 노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연간 약 10~15%가 치매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경도인지장애가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수년간 상태를 유지하거나 호전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관리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연휴 동안 이런 변화가 있었다면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명절에는 평소 전화 통화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미세한 변화가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십 년간 해오던 음식 간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익숙했던 음식 조리 순서를 자주 헷갈리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 30분 전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해 같은 질문을 다시 하거나,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즉각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거” 같은 대명사 사용이 늘어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대화의 흐름을 놓친 채 멍하게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면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건망증인지, 보다 정밀한 평가가 필요한 상태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력·주의력·언어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필요할 경우 뇌 MRI 등 영상 검사를 병행한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 훈련, 운동, 만성질환 관리 등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앙치매센터는 ▲규칙적인 운동 ▲절주·금연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 ▲사회적 교류 유지 등을 치매 예방 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연휴가 끝나기 전, 부모님의 변화를 한 번 더 떠올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단순한 건망증인지,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신호인지를 구분하는 첫 단계는 ‘관찰’이다.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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