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심장질환 환자에게 그동안 승모판 치환술이 표준 치료로 여겨져 왔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자기 판막을 보존하는 승모판 성형술이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다만 이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결론은 아니며, 환자의 판막 상태와 위험인자에 따른 선별이 핵심이라는 점이 함께 강조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김기태 교수팀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류마티스 심장질환으로 승모판 성형술을 받은 환자 337명을 대상으로 평균 15년, 최장 22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를 분석해, 재수술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흉부외과 분야의 권위지인 The Journal of Thoracic and Cardiovascular Surgery에 최근 게재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가 류마티스 심장질환 환자의 심장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승모판 수술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 심장질환은 만성 염증으로 인해 심장 판막이 두꺼워지거나 굳으면서 협착 또는 역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병변의 손상 범위가 넓은 경우가 많아, 그동안에는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승모판 치환술이 주로 시행됐다. 자기 판막을 최대한 보존하는 성형술은 좌심실 기능 보존과 항응고제 복용 부담 감소 등의 장점이 있지만, 류마티스 환자에게는 장기 내구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20년 생존율은 78.9%였으며, 승모판 재수술 누적 위험은 10년 4.5%, 20년 12.7%로 나타났다. 또 ▲중등도 이상의 승모판 협착 ▲폐고혈압 지표(삼첨판 역류 속도 3.4m/s 초과) ▲전엽 증대술 시행 ▲건삭 술식 시행 여부 등 네 가지 요인이 재수술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이들 위험인자를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했을 때 장기 성적 차이는 뚜렷했다. 위험인자가 하나도 없는 ‘저위험군’ 환자의 경우 20년 내 재수술 위험은 1%에 불과했지만, 위험인자가 1개인 경우에는 12.7%, 2개 이상인 고위험군에서는 33.6%로 높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치환술과 성형술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결론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수술 전 판막 상태와 폐고혈압 동반 여부 등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환자별로 적절한 수술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즉 ‘치환이냐 성형이냐’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환자의 위험도와 판막 상태에 따라 맞춤형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장기 추적 데이터로 뒷받침한 셈이다.

김준범 교수는 “류마티스 심장질환에서는 병변이 광범위해 성형술의 장기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며 “이번 연구는 저위험군 환자에게 성형술이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기태 교수는 “재수술 위험인자를 활용하면 환자 개인의 조건에 맞춘 수술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며 “젊은 환자가 많은 류마티스 질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장기 예후를 함께 판단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류마티스 승모판 질환 치료에서 ‘치환 대 성형’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을 넘어, 환자별 조건에 따라 수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과학적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실제 치료 결정은 개별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