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사선 기술 ‘플래시’, 폐 전임상서 정상 조직 손상 감소 효과 관찰
차세대 방사선 치료 기술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플래시(FLASH)’ 방사선에서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폐 전임상 모델에서 관찰됐다. 이번 결과는 동물 실험 단계의 연구 성과로, 실제 환자 치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한영이·최창훈 교수, 이성은 박사 연구팀은 양성자 기반 플래시 방사선 치료를 폐에 국소적으로 조사한 전임상 연구에서, 기존 방사선 조사 방식에 비해 폐 섬유화와 염증 반응 등 정상 조직 손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상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British Journal of Radiology에 게재됐다.
플래시 방사선 치료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1초 미만의 매우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가 수십 초에 걸쳐 선량을 나눠 조사하는 것과 달리, 조사 속도(dose rate)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총 선량을 사용하더라도 정상 조직의 생물학적 손상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자체 구축한 전임상 모델을 활용해 폐 조직에 총 60그레이(Gy)의 양성자를 조사하면서 기존 방식과 플래시 방식을 비교했다. 기존 방식은 초당 2그레이 속도로 약 30초 동안 조사한 반면, 플래시 방식은 조사 속도를 약 250배 높여 초당 500그레이로 약 0.12초 동안 조사했다.
그 결과, 기존 방식에서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와 염증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난 반면, 플래시 방식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현저히 줄고 조직 회복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관찰됐다.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괴사하는 피부염 증상 역시 플래시 조사군에서 감소했다.
연구팀은 동일한 총 선량 조건에서도 플래시 조사가 염증 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낮춰 정상 세포의 DNA 손상을 완화하는 생물학적 기전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플래시 연구가 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가까웠던 것과 달리, 실제 암 치료 상황과 유사하게 조사 범위를 국소적으로 제한한 전임상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전임상 단계로, 현재 국내외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플래시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조사 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상 선량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안전성을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임상 적용까지는 상당한 검증 과정이 남아 있다.
한영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양성자 플래시 방사선에서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폐 전임상 모델에서 관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선량 평가와 안전성 검증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사선 이용 미래혁신 기반기술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진은 향후 플래시 방사선의 작동 원리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