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납치된 뇌를 깨워라,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
챗봇 대신 과학으로… 3년 만에 사망자 1000분의 1 줄인 AI 위력
“우주는 항상 정오” 8배 효율 우주 태양광과 핵융합이 에너지 문제 해결

파블로스 홀만이 다쏘시스템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제너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그는 “AI를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에 쓰는 것은 가장 멍청한 용도”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 공포 마케팅을 멈추고 과학 문제 해결에 적극 투입해야 한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 파블로스 홀만(Pablos Holman)의 말이다. 그는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다쏘시스템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에서 AI를 두려워하기 보다,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만은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창립 멤버로, 빌 게이츠와 네이선 미어볼드가 설립한 인텔렉추얼 벤처스 랩에서 6000개 이상의 딥테크 특허를 개발했다. 테라파워 원자로, 레이저로 모기를 격추하는 말라리아 퇴치 장비, 허리케인 억제 장치 등을 발명했고, 최근에는 테크 분야 베스트셀러 ‘딥테크 딥퓨처’를 출간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AI 사망자 수는 여전히 0명인데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50년 전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스토리텔링이 한 세대를 희생시킨 실수를 AI에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AI 진짜 무대는 ‘과학’

홀만은 “AI를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에 쓰는 것은 가장 멍청한 용도”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AI를 과학에 투입하는 것’이다.

10년 전 홀만은 기후, 강우량, 인간 이동 데이터를 결합한 말라리아 AI 모델을 개발했다.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우기에는 섬 전체에 말라리아가 퍼지지만 건기에는 거의 사라진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다. 이 모델로 75개국에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 자문을 제공했다.

결과는 효과적이었다. 첫 에볼라 유행 때 약 1만2000명이 사망했지만, 불과 몇 년 후 두 번째 유행 때는 12명만 사망했다. 3년 만에 사망자가 10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홀만은 “이것이 코로나19에서도 가능했던 일인데 우리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활용 기술도 AI로 바뀌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은 경제성이 없다. 수거·분류·재활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려하면 새 플라스틱을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다. 홀만이 투자한 팀은 AI로 설계한 효소를 이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인간은 코카콜라용 장내 미생물, 에너지바용 장내 미생물이 따로 있듯이, 여러 효소가 각각 다른 플라스틱을 분해한다. 혼합 플라스틱을 통째로 넣으면 효소들이 알아서 단량체로 분해하고, 이를 다시 새 플라스틱 원료로 쓸 수 있다. 

산업 배기가스도 자원이 된다.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수소,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가 섞인 것인데, 극저온으로 냉각하면 각 기체가 다른 온도에서 얼기 때문에 분리할 수 있다. 홀만은 “오염을 수익으로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2000년 된 로마 판테온의 비밀도 AI가 풀었다. 판테온은 지진대에서 무근 콘크리트로 2000년을 버텨왔는데, 제작 방법이 수수께끼였다. MIT 연구자가 AI로 비밀을 밝혀냈고, 이제 사실상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시멘트 제조가 가능해졌다. 강철 사용량도 줄고 CO2도 20% 감축된다.

맞춤형 의학도 다가오고 있다. 홀만은 “우리는 장내 미생물 중 어떤 것이 레드불을 처리하고 어떤 것이 에너지바를 처리하는지 모른다”며 “AI로 이를 밝혀내면 개인별 컴퓨터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에서 식단과 약물을 테스트한 후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 AI 빼고도 에너지 기근… ‘우주는 항상 정오’ 우주 태양광이 해법

AI의 이런 활용이 가능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홀만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AI를 제외하고서도 인류는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 인구를 위해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을 10배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평균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토스터 1개를 24시간 가동하는 수준이다. 미국인은 한 사람당 토스터 67개, 유럽인은 56개를 쓴다. 반면 30억 명은 토스터 1개도 안 되는 에너지로 살아간다.

지난 세기 인류는 에너지 생산을 10배 늘린 적이 있다. 나무를 태우고, 고래를 태우고, 석탄과 석유를 태웠다. 생물이 사라지고 지구는 오염됐다. 홀만은 “이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방법은 딥피션이 개발한 SMR(소형 모듈형 원자로)이다. 이 원자로는 도요타 자동차 크기로, 맨홀 구멍을 통해 지하 1마일(약 1.6km) 깊이에 매설한다. 기존 원자로들이 747 여객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는 10억 달러 규모 콘크리트 격납용기가 필요한 반면, 이 방식은 100만 달러 수준의 시추공만 있으면 된다.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이었던 냉각 펌프도 없다. 지하 1마일 깊이의 수압이 펌프 역할을 대신한다. 홀만은 “중력이 작동하는 한 안전하다”며 “중력은 지금까지 완벽한 작동 기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딥피션에 올해 7월까지 첫 원자로를 가동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미 844개 원자로 대기 주문이 들어온 상황이다. 홀만은 “기가팩토리를 세워 기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블로스 홀만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AI를 제외하고서도 인류는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 인구를 위해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을 10배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두 번째 방법은 우주 태양광 발전이다. 우주의 태양광 패널은 지상보다 8배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밤이나 구름 같은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홀만은 “우주는 항상 정오”라고 설명했다.

발사 비용 문제도 해결됐다. 우주왕복선 시절 아이패드 하나를 우주에 보내는 데 4만 달러가 들었지만, 스페이스X 덕분에 1500달러로 떨어졌다. 스타십의 목표는 10달러다. 홀만은 “10년 내 집 창고보다 우주에 물건을 보관하는 것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는 냉핵융합이다. 플라즈마 핵융합은 과학적 문제를 해결했지만 초대형 자석으로 플라즈마를 띄워야 하는 엔지니어링 과제가 남았다. 홀만은 뮤온 촉매 핵융합과 나노 구속 핵융합 두 가지 기술에 투자했다. 두 팀 모두 올해 순에너지 양성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 보관 중인 70만 톤의 감손 우라늄만으로도 향후 1000년간 전 세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원자로와 핵무기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다. 홀만은 “새로운 우라늄 채굴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 AI 공포는 비도덕적 비즈니스

홀만은 이번 발표에서 AI를 둘러싼 공포 마케팅을 우려했다. “할리우드와 뉴스 미디어가 공포 이야기로 사람들의 뇌를 납치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진화적으로 무서운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설계됐다. 부모로부터 호랑이가 위험하다는 것은 배워야 하지만, 블루베리가 맛있다는 것은 굳이 배울 필요가 없어서다. 홀만은 “뇌의 이런 진화적 특성을 비즈니스가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미국의 94개 원자로는 민간인 안전사고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단 한 건의 부상이나 사망도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홀만은 특유의 화법으로 “원자력은 태양광 패널보다 안전하다”며 “태양광은 매년 사람들이 지붕에 패널 설치하다 떨어진다”고 비교했다.

AI에 대한 공포도 같은 구조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홀만은 “AI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상상의 공포 이야기로 모든 사람을 겁주고 있다”며 “이미 모든 아이와 친구들을 겁먹게 만들었고, 이는 비도덕적”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지난 200년간 인류는 수십억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5년 전부터 매년 자율주행 트럭이 트럭 운전사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헤드라인이 나왔지만, 단 한 명의 트럭 운전사도 자율주행 트럭 때문에 해고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에는 현재 10만 개의 트럭 운전사 공석이 있다.

그는 “기술은 장기적으로 항상 이긴다”며 “인간이 기술을 발명하고 작동시키고 저렴하게 만들고 확장 가능하게 만든 후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만약 기술 발전을 우려했다면 바퀴를 발명한 사람은 아마 암살당했을 것이고, 한 세기 동안 바퀴를 가진 사람은 모두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이 “아빠는 틀렸어. 바퀴는 멋져”라고 말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홀만은 “우리는 역사상 가장 진보된 도구, 가장 많은 사람, 가장 교육받은 사람, 가장 많은 지식과 경험, 돈을 갖고 있다”며 “이것으로 멋진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절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어낸 무서운 이야기를 그만하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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