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2500억 승부수…‘재무 구조 개선’과 ‘흑자 로드맵’의 실효성은?
유상증자 통한 CB 풋옵션 및 법차손 리스크 완화 시도
2026년 EBITDA 흑자 목표 제시… 볼파라 시너지 본격화가 관건
주주가치 희석 우려 속 ‘마지막 자금 조달’ 약속 지켜질까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대표 서범석)이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2,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자본 확충과 함께 2026년 흑자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상장 이후 루닛을 따라다녔던 재무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 궤도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과 실질적인 순이익 전환 시점에 대해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루닛이 제시한 ‘재무 건전성 확보’의 이면과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재무적 ‘아킬레스건’ 선제적 관리
루닛이 공시한 투자 설명서 등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약 1,378억 원)이 채무 상환 자금으로 배정됐다. 이는 볼파라 인수 당시 발행했던 전환사채(CB) 상환 등을 통해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또한 이번 증자는 코스닥 상장 규정인 ‘법차손(법인세차감전순손실)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카드로도 해석된다. 자본금을 확충해 자기자본 대비 손실 비율을 낮춤으로써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서범석 대표가 간담회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성장만 남기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EBITDA 흑자’ 달성,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루닛은 2026년 말 현금영업이익(EBITDA) 기준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약속했다. 근거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3% 성장한 831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지난 12월에는 월간 기준 EBITDA 흑자를 이미 달성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볼파라와의 통합 솔루션 신규 계약 380건 돌파 ▲루닛 스코프의 빅파마 매출 가시화 ▲인력 15% 감축을 포함한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운영비를 약 20% 줄였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EBITDA 흑자’와 ‘당기순이익’ 간의 괴리
다만 시장에서는 목표치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루닛이 강조한 ‘EBITDA 흑자’는 감가상각비와 이자 비용 등을 제외한 지표다. 볼파라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상각비가 매년 대규모로 발생하는 구조상, 현금흐름 기준의 EBITDA 흑자가 장부상 당기순이익의 즉각적인 흑자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한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서 대표가 “이번 주주배정 유증이 루닛의 마지막 자본 조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분기별 실적을 통해 성장의 속도를 증명하는 것이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할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실질적인 재무 자립으로 증명해야
루닛은 이번 증자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을 채무 상환에 투입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적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결국 핵심은 자본 수혈 이후의 실질적인 성과다. 서범석 대표가 공언한 대로 2026년 말 EBITDA 흑자를 달성하고, 나아가 실제 당기순이익까지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기업 홍보대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재무 보강’에 그칠지는 루닛이 확보한 실탄으로 증명해 낼 향후 분기별 실적표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