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 글씨가 잘 안 보여요.”

화면 밝기를 높여도, 글씨 크기를 키워도 불편하다. 가까운 글씨를 오래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원거리와 근거리를 오갈 때는 초점이 늦게 맞는 느낌도 든다. 잠시 쉬면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불편이 반복된다.

이 같은 경험을 두고 자신을 ‘노안’이라 말하는 이가 늘고 있다. “벌써 노안인가?” “요즘 노안이 빨라졌다던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붙는다. 노안은 정말 과거보다 빨라진 걸까?

이미지=AI 생성

익숙해진 ‘젊은 노안’이라는 말

‘젊은 노안’이라는 표현은 이제 낯설지 않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돋보기를 고민하는 사례가 소개되고, 안과·안경 업계에서는 ‘조기 관리’와 ‘미리 대비’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사용이 노안을 앞당긴다는 설명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안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기보다,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 신호’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직 젊다고 여기는 연령대에서 느끼는 시각 불편은 곧바로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 불안은 ‘노안이 빨라졌다’는 서사로 정리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실제 변화와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안, 정말 빨라졌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노안 관련 진료가 증가 추세다. 다만 이는 고령화와 함께 중장년 인구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연령 분포를 보면 노안 진단의 중심은 여전히 40대 중후반 이후에 형성돼 있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서 노안 진단 사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노안 환자 가운데서는 일부에 해당한다. ‘급격한 저연령화’라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해외 기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안과학회(AAO)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노안을 수정체의 탄력 감소로 인한 생리적 노화 과정으로 설명하며, 증상이 통상 40대 중반 전후부터 뚜렷해진다고 안내하고 있다.

현재까지 노안 발생 시점이 과거보다 유의미하게 앞당겨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계 차원의 명확한 합의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공개된 학술 연구에서는 장시간 근거리 작업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눈의 피로와 일시적인 시각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비교적 일관되게 보고됐다. 다만 관련 임상 리뷰 논문들에서는 이런 요인이 수정체 노화를 직접적으로 가속해 노안을 앞당긴다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함께 제시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가까운 글씨가 흐릿해지거나 초점이 늦게 맞는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는 '가성 노안'으로 분류되는 일시적 증상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눈의 피로와 조절 기능 저하가 반복되며 나타나지만, 휴식 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즉, 노안은 충분히 휴식한 뒤에도 불편이 지속될 때 의심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항노화 시대, 달라진 것은 눈보다 ‘기대치’

이 같은 사례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일시적 불편과 생물학적 노안이 경험 차원에서는 쉽게 구분되지 않으며, 시각 불편이 곧바로 ‘노화 신호’로 해석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시대적 변화가 겹친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해졌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었고, 40~50대의 신체 상태와 외형도 이전 세대보다 젊어졌다. 그만큼 ‘이 나이에는 이 정도여야 한다’는 젊음의 기준도 함께 높아졌다.

과거에는 40대에 돋보기가 필요해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아직 젊은데 왜?”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몸의 변화 속도보다,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가 더 빠르게 이동한 셈이다.

노안이 과거보다 빨라졌다는 인식은 디지털 환경, 반복되는 마케팅 메시지, 그리고 변화한 기대치가 맞물리며 형성된 측면이 크다. 실제 노화 속도가 앞당겨진 게 아니라, 작은 변화도 쉽게 불안으로 해석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40대에 느끼는 시각 불편은 대부분 정상적인 변화다. 노안이 빨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정상’을 기대하는 기준이 높아졌을 뿐이다. 문제는 눈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노안’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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