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차' 권상우, 관객은 王입니다 "쇼가 아니라 진심" [인터뷰]
이렇게 관객에게 진심인 배우가 있을까. 데뷔 25년 차 권상우는 그 누구보다 절실하다. 그 마음은 개봉하고 스케줄이 없는 날 저녁에는 매일 극장에 가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담겨있다. 모든 작품이 그에겐 소중하지만, 눈앞에 있는 '하트맨'은 또 각별하다. 최원섭 감독과 '히트맨' 1과 2에 이어 세 번째로 재회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코믹이라는 외피에 멜로를 입은 권상우 전매특허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권상우는 '하트맨'에서 다 내려놨다. '하트맨'은 싱글대디 승민(권상우)이 다시 만난 첫사랑 보나(문채원)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가지 비밀을 숨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가족 드라마와 멜로, 그리고 코믹까지 어느 하나 빠트리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권상우는 과거 록밴드 비주얼부터 음악을 그만두게 된 이유인 파격적 이유, 그리고 아빠와 연인을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까지 그만의 온도로 녹였다. 내려놓음으로 다시 보게 되는 권상우다.
Q. '히트맨'에 이어 '하트맨'이 됐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임했는지 궁금하다.
"'히트맨'과는 다른 결의 영화다. '히트맨'은 웹툰을 기반으로 좀 더 만화 같은 과장된 코미디를 했다면, '하트맨'은 제가 좀 더 선호하는 영화다. 코믹 영화지만, 제 나이에 만나기 힘든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멜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원래 제목은 'NO KIDS : 우리들은 자란다'가 가제였다. 촬영하다가 제가 '하트맨 어떠냐?'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진짜 제목이 될 줄 몰랐다. '하트맨'이 '히트맨'을 연상시키며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속에 다양한 것들이 있어서, 기대감보다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Q. 코미디 연기에는 대사만큼 흐름이 중요하다. '하트맨'에는 권상우만의 흐름이 돋보이는 것 같다.
"저는 그래서 코미디 영화가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액션 영화는 음악, 편집 등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코믹 영화는 상대방과의 리액션, 호흡 등이 중요하다. 똑같이 대사를 해도, 어떻게 하면 재미가 없다. 상대 배우 모르게 해야 재미있는 장면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제 길을 찾은 것 같다. 저는 더 정극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배우마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의 장점이라면 즉흥성에 있다. 현장에서 다양한 것들을 감독님과 조율해 가며 만들어갈 때의 쾌감도 있다. 그런 지점에서 나오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
Q. '하트맨'에서도 그렇게 의견이 반영된 장면이 있었나.
"피오(표지훈)와 현장에서 친해질 계기가 없어서 초반에 약간 서먹했다. 함께 촬영한 첫 장면이 딸에게 산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사전에 말도 하지 않고 액션을 했다.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책 종이에 피오가 살짝 베었다. 초면인데 미안했다. 장면은 잘 나왔지만, 그 미안함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Q. '하트맨'은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과 딸을 둔 아빠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실제 아빠이기도 하기에, 딸과의 애착 관계가 더 잘 담겨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딸을 키우는 아빠이다 보니, 같이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디테일한 거지만, 아이를 데려다주고, 볼에 뽀뽀하고 가는 건, 시나리오에는 없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아빠이기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역 친구와 연기할 때 오는 유쾌함이 분명히 있다. 관객에게 권상우가 아이들과 만났을 때 재미난 장면으로 가닿는다면, 좋을 것 같다."
Q. 실제로 '아빠 권상우'는 어떤 아빠인가.
"개구쟁이 같은 아빠다. 아들이 커서 사실 지금 키가 저와 같다. 딸은 지금도 만나면 괴롭히고, 뽀뽀하려고 하는데, 잘 안 해주려고 한다. 친구 같은 아빠 같다."
Q. '히트맨' 시리즈에 이어 '하트맨'까지, 1월의 남자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입소문으로 가야 하는 영화다. 저는 '하트맨'이 자신 있다. 충분히 공감해 주실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입소문이 필요하다. 무대인사 때 '뭘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큰절을 해야 하나. 쇼가 아니라, 진심이다. 손가락만 움직여도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인데 어려운 발걸음으로 극장까지 와서 영화를 봐주시는 건 정말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관객 여러분께 감사하고, 그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드리고 싶다."
Q. 데뷔하고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아보면 어떤가.
"과거 100만 관객은 지금의 100만 관객과는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우리는 너무 큰 복을 누리며 살았던 것 같다. 예전엔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더 소중하다. 관객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제가 중심에 있는 배우로 활동하는 것도 너무나 감사하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진심으로 그 감사함이 느껴진다."
권상우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진행된 '하트맨' 무대인사에서 관객에게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절을 했다. 권상우를 따라 문채원, 피오(표지훈) 등도 큰절에 마음을 보탰다. 관객을 왕처럼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는 든든함이 그의 다음 작품까지도 기대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