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85%, AI로 쇼핑… “사람 아닌 에이전트 설득해야”
1조 달러 커머스 데이터로 구글·메타와 경쟁
“AI는 기존 채널 대체 아닌 새 선택지 추가할 것”

디어뮤드 길(Diarmuid Gill) 크리테오 CTO는 “광고는 언제나 사람과 브랜드를 연결해 왔지만, 이제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테오

“100달러 이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찾아줘.”

인공지능(AI)에 말하면 곧바로 최적의 제품을 비교·추천하고, 심지어 구매까지 대신한다. 광고의 타깃이 ‘사람’에서 ‘AI 에이전트’로 바뀌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20년간 쌓은 1조 달러 규모의 커머스 데이터로 무장한 크리테오는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디어뮤드 길(Diarmuid Gill) 크리테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광고는 언제나 사람과 브랜드를 연결해 왔지만, 이제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캐번에서 자라 파리에서 글로벌 연구개발(R&D) 팀을 이끄는 길 CTO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30년 넘게 제너럴일렉트릭(GE), 후지쯔, AOL 등 주요 기술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4개 대륙에 걸친 640명 이상의 엔지니어와 연구원을 이끌며 매일 수십억 건의 요청을 처리하는 딥러닝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 광고의 타깃이 ‘사람’에서 ‘AI’로 바뀐다

크리테오가 최근 미국과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쇼핑 목적으로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71%는 매주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87%는 두 개 이상의 AI 도구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의류(78%), 전자제품(76%), 여행(60%), 식료품(59%) 등 거의 모든 쇼핑 카테고리에서 AI 활용이 확산하고 있다.

길 CTO는 이러한 변화를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고 정의한다. 소비자의 선호도와 목표, 그리고 동의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비교하며 구매까지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추론과 계획 수립, 도구 활용 능력을 결합해 자율적인 AI 팀원처럼 행동함으로써, 기존의 추천 시스템이나 단순 챗봇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챗봇과 달리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이해하고, 일련의 행동을 계획한 뒤 적절한 도구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선택하고, 이러한 단계를 실행하며,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크리테오는 이미 에이전틱 커머스를 구현한 솔루션을 파일럿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화형 광고다. 이 솔루션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기반으로 한 대형언어모델(LLM) 추천 기술을 유통 업체 사이트에 삽입해,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소비자가 “100달러 이하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찾고 있다”고 입력하면, AI는 특정 브랜드의 오버이어(over-the-ear) 헤드폰과 같은 구체적인 조건에 맞는 제품을 바로 제안한다. 현재 해외 시장에서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파일럿을 진행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 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도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진행되고 있다. ‘오디언스 에이전트’는 마케터가 아직 고려하지 않았을 수 있는 보완적인 입찰과 순위 결정, 수요 예측, 잠재 고객군을 제안하고,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여러 세그먼트를 테스트·조합한 뒤 각 안에 대한 어피니티(affinity) 점수를 제공한다. 최소한의 설정만으로도 더욱 효과적인 캠페인 오디언스를 빠르게 구성할 수 있다.

크리테오가 B2B용으로 개발한 ‘오디언스 에이전트’의 모습. /크리테오 유튜브 캡처

길 CTO는 “AI 에이전트가 쇼핑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광고 전략 역시 에이전트와 그들이 대변하는 소비자 모두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글·메타와 다른 무기, 20년간 쌓은 ‘허가 기반 데이터’

AI 에이전트가 부상하면서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도 AI 쇼핑 에이전트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 크리테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길 CTO는 “방대한 커머스 데이터”라고 답했다.

크리테오는 지난 20여 년간 아마존을 제외하면 업계 최대 수준의 허가 기반(permissioned) 커머스 데이터 풀을 구축해 왔다. 전 세계 1만7000여 개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200여 개 글로벌 유통 파트너, 수천 개의 오픈 웹 퍼블리셔를 기반으로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전자상거래 매출 흐름을 포착하고 있다. 45억 개의 상품 재고관리단위(SKU)와 하루 7억2000만 명의 활성 이용자를 아우른다.

길 CTO는 “실시간 카탈로그, 가격, 재고, 구매 의도 신호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법적으로 활용이 제한된 경쟁사들과 달리, 크리테오의 데이터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AI 모델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챗GPT와 같은 범용 AI 모델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 우위라는 설명이다.

크리테오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머스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상품 카탈로그 텍스트와 이미지, 가격 흐름, 리뷰, 이용자 행동 신호, 제품 정보를 하나의 디지털 공간으로 통합해, 커머스에 특화된 단일 기반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입찰과 순위 결정, 광고 소재 생성, 수요 예측, 상품 추천 등 모든 하위 기능은 이 동일한 기반 모델에서 정보를 얻어 작동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신호 간의 패턴을 종합적으로 포착하고, 실시간으로 정확한 추천을 제공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MCP를 활용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MCP는 브랜드와 유통 업체 웹사이트 전반에서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연동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에이전틱 네트워크 효과를 구현하는 표준 연결 방식이다. 서로 다른 AI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이 맥락 정보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 더 정교한 커머스 경험과 효율적인 캠페인 실행을 가능하게 한다.

크리테오는 자체 MCP를 통해 AI 에이전트에 상품과 소비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확한 가격과 재고 유무, 확장된 상품 속성 정보를 지속 반영하는 실시간성, AI 에이전트의 정확한 추론을 돕는 구조화된 데이터, 명확한 파트너 조건에 따라 승인된 AI 에이전트와 플랫폼에만 접근을 허용하는 통제된 방식이 특징이다.

◇ “AI는 기존 채널 대체 아닌 새 선택지 추가할 것”

30년 이상 기술 산업에 몸담은 길 CTO는 AI의 부상을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으면서도, 에이전틱 커머스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AI는 기존 채널을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선택지를 하나 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모바일, 리테일 미디어 등 그간의 혁신 흐름을 돌아보면, 이전 방식을 없애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더하며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설명이다.

길 CTO는 “에이전틱 커머스 역시 같은 흐름을 따를 것”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등장한 채널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새로운 채널 중 하나가 되겠지만, 기존 방식을 대체하기보다는 더 큰 커머스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디언스 에이전트’의 가동 모습. /크리테오 유튜브 캡처

크리테오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를 준비하면서 윤리적 과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에이전틱 AI가 편향적이거나 차별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는 한편 AI 투명성과 편향 대응에 대한 새로운 기준에 선제적으로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테오는 프랑스의 수학·컴퓨터과학 분야 연구기관인 INRIA와 ‘페어플레이(FAIRPLAY)’라는 다년간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온라인 학습, 공정성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학습, 그리고 게임이론·경제학과 AI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공정성과 프라이버시를 고효율 다중 에이전트 학습 시스템에 직접 내재화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책임도 중요한 과제다. 생성형 AI는 상당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크리테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42%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고 전담 지속가능성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AI 최적화를 통해 단 며칠 만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 줄이는 성과를 냈다.

길 CTO는 자신의 리더십 철학을 “신뢰와 권한 위임,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 신중하게 활용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최고의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데 집중한 뒤, 이들이 성장하고 탐구하며 각자의 역량과 경험, 인사이트를 새로운 도전에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자가 감당할 수 있고 또 기꺼이 맡고자 하는 만큼의 책임과 주인의식을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과 관련해 길 CTO는 “쇼핑은 점점 대화를 통해 이뤄지고, AI 비서가 구매 과정을 돕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술과 데이터, 파트너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러한 환경에서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상품 탐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하는 AI 에이전트 중심 환경에 맞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고객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프론트엔드 중심의 솔루션을 대규모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지를 한층 더 확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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