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달라져도 성능 유지…소아 천명음 감지 AI 고도화 모델 개발
소아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천명음(쌕쌕거림)’을 환경이 달라져도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AI 모델이 개발됐다. 기존 AI 모델을 고도화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인 모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팀(제1저자 광주과학기술원 김준우 박사후연구원)은 기존 학습 환경과 의료기기, 환자 연령 등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수집된 호흡음에서도 천명음을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AI 모델을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천명음은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고음의 이상 호흡음으로, 천식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소아는 성인보다 기관지 구조가 좁아 호흡기질환에 취약한 만큼, 이러한 호흡음 변화를 더욱 정확하게 인지해 상태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팀은 기존의 AI 모델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학습에 사용된 환경과 다른 조건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호흡음은 의료기기 종류, 청진 위치, 환자 연령·성별 등 이른바 ‘메타데이터’에 따라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데, 기존 모델들은 이러한 영향력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메타데이터별 영향력을 학습 과정에 반영하는 두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AI가 메타데이터의 중요도를 자동으로 판단해 학습 가중치를 조정하는 ‘적응형 메타데이터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연구자가 해당 비중을 설정하는 ‘메타데이터 활용 모델’이다. 특히 환자 연령이나 사용 기기처럼 환경 변화에 민감한 요소에 따라 학습 비중을 달리해, 새로운 조건에서도 성능이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모델 성능 검증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소아 환자 호흡음 데이터 2,134개와 연령 분포와 수집 환경이 다양한 국제 공공데이터(ICBHI) 6,898개가 활용됐다. 학습 환경과 조건이 다른 데이터에 대해 천명음 감지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 적응형 메타데이터 모델의 평균 정확도는 84.97%로 기존 모델(79.14%) 대비 7.37%포인트 향상됐다. 메타데이터 활용 모델 역시 84.58%의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단순히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이 달라질 경우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기존 의료 AI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다기관 임상 환경이나 실시간 모니터링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김경훈 교수는 “청진은 오랫동안 의사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 왔지만, AI 기반 정량적 분석 기술이 이를 보조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소아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질환에서 나타나는 이상 호흡음을 더욱 안정적으로 인지하고,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 가능한 AI 청진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의료 정보 분야 국제학술지 ‘IEEE Journal of Biomedical and Health Informatics(IF 6.8)’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