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서초 양재 엘타워서 성과공유회
지난 2년간 건강·약물 상담 등 파일럿 공개
내년부터 고도화·상용화로 본격 확산 준비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소아과 전문의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의과대학 4학년 학생보다는 나은 상태의 상담 주치의가 집에 한 명씩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유덕규 기자

“소아과 전문의가 없습니다. 저희는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두꺼운 육아 상담책을 찾아보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질문을 하면, 소아과 전문의까지는 아니겠지만 의과대학 4학년 학생보다는 좀 나은 상태의 상담 주치의가 집에 한 명씩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의 말이다. 그는 18일 서울 양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진행된 ‘2025 디지털헬스케어 유공표창 및 성과보고회’에서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진행된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회(NIPA)가 지원하는 사업들에 대해 표창과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초거대 AI: AI 기반 보건의료 서비스 선도’를 주제로 발표했다. 황 대표에 따르면 카카오헬스케어는 AI을 활용해 소아의료 공백 문제 해결에 나섰다.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AI 기반 건강 상담 서비스로 부모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2년 전 과제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소아의료 환경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더 잘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백업 진료과도 없는 소아의료

황 대표는 한국 소아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지역에서 소아 전문의가 없고, 백업 진료과도 없다”며 “성인 의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불과 한 달 전에도 부산·경남 지역에서 고등학생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 끝에 뇌전증 발작으로 심정지가 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의 의료 과소비 문제도 언급됐다. 황 대표는 “OECD 국가 중 의료 이용률이 굉장히 높다”며 “미국 같으면 가정에서 셀프케어를 하거나 일반의약품으로 해결할 일들을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에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접근성이 좋다 보니 생기는 역설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과제는 이런 문제들을 AI 기술로 일정 부분 해결하거나 경감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과제에는 카카오헬스케어를 비롯해 13개 기업과 13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목표는 총 10개의 AI 서비스 개발이다. 이 중 의료진용 서비스가 4개, 일반 국민 대상 서비스가 6개다. 대국민 서비스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이 겪는 건강 문제를 6개 영역으로 나눠 AI 챗봇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진용 서비스는 바쁜 외래나 응급실 환경에서 AI가 환자 병력을 정리하고 진료 추천을 해주는 방식이다.

◇ “저작권 가이드라인 절실하다”

황 대표의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학습 데이터 확보였다. 그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병원 내 진료 데이터뿐 아니라 음성 상담 데이터, 학회나 환자 단체의 Q&A, 그리고 교과서와 학회 가이드라인 같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적정한 가격에 합의하고 저작권을 확보해서 만들어내는 데 거의 2년이 걸렸다”며 “모델 트레이닝보다 데이터 정제에 시간이 더 걸리고, 그보다 더 오래 걸린 게 출판사·학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저작권을 협의하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가 AI 위원회에서 저작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저작 인쇄물에 대한 초안이 나온 상태지만 아직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 대표는 정부에 “국가에서 AI를 전략적으로 키우려면 데이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오픈하라는 게 아니다”며 “저작물을 만든 사람들의 기여분도 인정해야 하니까, 적정 수준의 비용이 어떻게 지불돼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세 가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첫째,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 모델·멀티 클라우드’ 방식이다. 둘째, 카카오의 ‘카나나(Kanana’, 업스테이지의 ‘메드솔라(MedSolar)’, 아이젠사이언스의 ‘미어캣(Meerkat)’ 등 3개 AI 기업의 서로 다른 크기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조합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이다. 마지막은 의료 분야 특성상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정합성 검증이다. 황 대표는 “저희가 학습하는 데이터 중 웹 크롤링으로 확보한 것은 없다”며 “모든 데이터는 참여 병원, 환자 단체, 학회, 출판사와 적법한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 “AI 주치의가 목표”

서비스는 카카오톡 채널 챗봇 형태로 제공된다.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안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을 높였다. 1차 연도였던 지난해에는 소아 건강 상담, 약물 상담, 희귀 질환 상담 일부를 파일럿으로 선보였다. 2차 연도인 올해는 이를 고도화하고, 대국민 파일럿 서비스 3종과 의료진 파일럿 2종을 추가했다.

의료진용 서비스 중 하나는 소아 감염·호흡기 질환에서 과거 유사 사례를 AI가 추천해주는 것이다. 처음 증상을 호소한 환자들이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 확률과 함께 보여준다. 또 다른 서비스는 응급실에서 간호사와 의사가 환자 중증도 분류(트리아지)에 활용할 수 있는 AI다. 증상을 입력하면 어떤 순서로 환자를 봐야 하는지 자동으로 분류해준다.

특히 눈에 띄는 서비스는 희귀질환인 ‘당원병’ 상담이다. 당원병은 국내 환자가 500~1000명에 불과한 극희귀질환이다. 이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는 전국에 5명 이내이고, 그중 한 교수가 절반 이상의 환자를 담당한다. 황 대표는 “당원병 환자는 24시간 보호자가 교대로 깨어 있어야 한다”며 “밤에 저혈당 등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수시로 카카오톡으로 의료진과 상담을 한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서비스의 최종 목표를 전문의 수준까지는 부족해도 의대생보다 나은 수준의 주치의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아과 전문의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의과대학 4학년 학생보다는 나은 상태의 상담 주치의가 집에 한 명씩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3차 연도인 내년에는 나머지 파일럿 서비스 2종을 추가하고, 기존 서비스들의 최종 고도화와 상용화 준비를 진행한다. 오는 2027에는 대국민 서비스로 본격 확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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