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쥐는 힘을 뜻하는 ‘악력’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교적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악력이 중장년층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이성범·송지윤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oGES) 자료를 활용해 40세 이상 성인 3만 5천600명을 평균 4.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악력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전국 38개 건강검진센터에서 수행된 기초·추적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추적 기간 전체 대상자 중 526명이 새롭게 심혈관질환을 진단받았다.

연구팀은 체격 차이에 따른 영향을 보정하기 위해 절대 악력을 체질량지수(BMI)로 나눈 ‘상대 악력’을 지표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상대 악력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남성의 경우 악력 상위 25% 집단은 하위 25% 집단 대비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36% 낮았고, 여성은 3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연령, 운동량, 흡연, 음주 등 주요 생활 습관 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악력과 심혈관질환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으로, 관찰 연구 특성상 악력 향상이 심혈관질환 예방으로 직접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이성범 교수(왼쪽)와 송지윤 교수. /사진 제공=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연구진은 악력이 단순한 근력 수치를 넘어 전반적인 신체 기능과 건강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성범 교수는 “악력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근력 저하 관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송지윤 교수는 “악력은 혈액 검사나 정밀 검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지표로, 심혈관질환 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악력을 활용한 신규 심혈관질환 발생 예측: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oGES) 코호트 기반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IF 3.8) 2025년 1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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