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공백기·결혼 이후 변화? "제 몸의 코어로 있는 게 연기구나" [인터뷰]
공블리였고, 명불허전 '로코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렸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질투의 화신', '괜찮아, 사랑이야', '최고의 사랑', '파스타' 등 공효진의 출연작은 그것만으로도 대중에게 볼만한 작품이라는 태그가 되었다. 그런 그가 하정우 감독의 영화 '윗집 사람들'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윗집 사람들'은 독특한 작품이다. 아랫집 부부 정아(공효진)는 윗집 부부의 부부 관계 소리에 괴로워하면서도, 자기 집 인테리어 공사 소음을 참아준 이들 부부를 위해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남편 현수(김동욱)와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 정아는 윗집 부부가 꺼내는 19금 대화에 당황하면서도 "아, 네"하는 대답으로 그들과의 시간에 짐짓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공효진 역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괜찮다'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배우 공효진'은 현장에서 의견을 제시한다. 그런 공효진을 보며 이하늬는 "프로듀서"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만큼 작품에 대해 뜨거운 공효진이다.
Q. 이하늬는 "공효진이 이 작품의 프로듀서 역할"이라고까지 말했다. 영화 '윗집 사람들'에 유독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남다른 애정으로 보이면 다행이다. 잔소리를 많이 한 것 같다. 하정우 감독님이 남성이고, '윗집 사람들'의 화자에 가까운 정아는 여자 캐릭터라서 심리적인 측면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제 방에서 '침대에 앉아봐도 돼요?'라고 물어볼 때, 방문이 조금 열려있는 게 맞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원래 카메라 동선에 맞춰서 방문이 닫혀있었다. 그런데 문을 일부러 열고 들어가는 건 어색할 것 같았다. 그런 디테일이 있지 않나. 문이 열려있고, 닫혀있고, 그런 작은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아마 이하늬가 그렇게 표현한 것은 캐스팅 당시 제가 소통의 중간 다리 역할을 많이 해서가 아닐까 싶다. (웃음)"
Q. 어떤 이유로 하정우 감독의 캐스팅에 중간 다리가 될 정도로 그를 신뢰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디로 가든, 어디로든 가겠지'라고 생각했다. '가다 말겠지'가 아니고, 어디로 가든 목적지로 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처음 하정우 감독님에게 받은 각색 전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원작 영화 '센티멘탈'이 정말 재미있었다. 원작 영화를 보고 하정우 감독님과 나눈 대화 속에서 같은 부분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만 있으면 다 될 것 같다고 믿었다. 또, 하정우 감독님의 색으로 각색을 잘 해내실 거라는 믿음도 당연히 있었다. 그리고 하정우 감독님, 이하늬, 김동욱, 그리고 저까지 네 명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든 재미있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하정우 감독과 함께한 지난 2012년 개봉작 '러브 픽션'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러브 텐션'도 언급됐다. 현장에서 그때 이야기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때 추억을 많이 이야기했다. 그때가 '추격자' 근처였던 것 같다. 그때 제가 더 선배였기에, 제가 좀 더 유연했고, 하정우는 아마 첫 로맨스였을 거다. '로맨스 공부 더 해야겠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어렸다. 그리고 그 작품 속 남녀는 서로에게 날이 서 있었다. 그때도 편안하고 친했지만, 둘이 배틀하듯 치열하게 연기했다. 이번에는 서로 보완해 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참을 때도 있었다. 감독님이시기에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모두 결정해 주셔야 했다. 그리고 하정우 감독님도 조금 더 편하게 양해를 구하신 것 같다."
Q. '윗집 사람들' 속 정아는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동시에 개성 강한 세 사람을 모두 스펀지처럼 받아줘야 했고, 동시에 후반부에는 감정을 터트려야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어떻게 임했나.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극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이라 캐릭터 각자가 어느 지점을 응시하는가 역시 굉장히 중요했다. 후반부 감정선으로 가기 위해 웃긴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잘 배치된 것 같다. 평소의 저도 사실 정아처럼 '괜찮아'하는 스타일이다. 제 스케줄을 만나는 상대의 분위기에 맞춰 미뤄가며 따라 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거절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제가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저와 함께 할 때, 타인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저 자신이 정아와 닮아있다고 생각하며 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아가 현수에게 '해보자'라고 이야기한다. 저는 그 대사를 내뱉을 때 '지금까지 미뤄온 이별을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을 안았을 때, 따뜻함이 느껴지더라. 손을 내밀고, 잡고 하는데 제 말에 저도 동요가 되더라. 그 장면을 찍을 때, 이하늬가 옆에서 울고 있었다. 이하늬가 울면 안되는 장면이라 다시 찍었다. 남자 스태프들도 그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 울더라. 남자분들께서도 정아에게 이입하신 것 같다. 그 감정이 닿아서 다행이다. 거기에서 감동이 닿았다면, 저처럼 감정이 잘 쌓여온 게 아닐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Q.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다,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작품 활동이 줄어들었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을 것 같다.
"팬데믹 당시에는 그냥 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연애도 하고 있었다. 팬데믹 상황에 기대어 아무런 압박감 없이 쉬었던 것 같다. 저에게는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고, 동시에 저를 많이 돌아보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윗집 사람들'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전 괜찮아요'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하늬가 '프로듀서 역할까지 했다'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한 것 같다. 하정우 감독님도 그렇지만 '577 프로젝트', '싱글라이더'를 함께한 제작팀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마음도 잘되길 바랐다."
Q. 공백기 동안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변화들도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은 걸 느꼈다. 팬데믹 상황에서 잠시 일을 쉬며 너무 즐거워서, 아침에 현장에 가서 밤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 그 몇 달 동안의 삶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 20여 년 동안 연기를 잘 해왔다고, 그러니 그동안 하던 일의 반을 줄이고,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좀 다른 패턴으로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팬데믹 시기 동안 '별들에게 물어봐'에 임하며 정말 너무너무 열심히 했다. 예전에는 배우로서만 서 있었다면, 이제는 감독님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다. 그 마음이 '윗집 사람들'에서도 이어진 것 같다. 제 생각보다 '연기'라는 것이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일인 걸 깨달았다. 제 몸에 코어로 있는 게 연기구나. 다음 작품이 없을 때는 그 코어가 없어서 엔도르핀이 없는 시기였구나. 삶에서 살짝 의미가 빠지고, 코를 빼둔 상태였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연기는 늘 저에게 버겁고, 어렵고,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일은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추라는 걸 절실하게 깨달은 것 같다."
Q. '로맨틱 코미디=공효진'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지금 말씀하신 과정을 통해 맡고자 하는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까.
"제가 제일 잘 하는 부분인 것 같긴 하다. 제가 캐릭터 연기를 제대로 해봤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도전을 해보고 싶다. 제가 사극도 안 해봤다. 액션도 근처에도 안 가봤고, 제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액션에 도전한다. 결혼하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빨리, 여러 가지 경험해 봐야겠다. 예전에는 좀 겁이 났던 것 같다. '잘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도전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