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빛으로 잇는 한국과 베트남의 우정, 북두칠성 아래의 두 나라 이야기
호찌민 주석 탄신 135주년과 한-베 수교 33주년을 기념하며
2025년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해이다. 베트남은 통일 50주년, 독립 80주년, 그리고 호찌민 주석 탄신 135주년을 맞이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3주년을 기념한다. 이 숫자들 뒤에는 두 나라가 함께 축적해 온 우정의 층위가 담겨 있으며, 현대 사회의 격변 속에서도 단단히 이어져 온 협력의 결이 존재한다. 두 나라는 종합적 협력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통합의 지도자, 호찌민 주석
호찌민 주석은 베트남 독립을 이끈 혁명가이자, 분열된 민족을 하나로 묶어낸 지도자로 평가된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여러 이름을 사용하며 식민 지배를 받던 민족에게 자유와 자주를 되찾기 위해 헌신했다. ‘호찌민’이라는 이름 자체는 뜻을 밝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890년 베트남 중부 응에안성에서 태어난 그는 21세에 조국을 떠나 세계 각지를 돌며 독립의 길을 모색했다. 프랑스, 영국, 미국, 소련, 중국 등을 오가며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존엄과 자유를 추구했다. 1945년 9월 2일 하노이 바딘 광장에서 발표된 독립선언문은 미국 독립선언문의 구절을 인용하며 인간 존엄의 보편적 가치를 천명했다.
그의 리더십은 통합을 기반으로 했다. 이념·지역·계층을 넘어 모두를 하나로 묶어낸 그는 권력욕을 경계하며 소박한 삶을 유지했다. 베트남 국민이 지금도 그를 ‘호 아저씨’라 부르는 이유다.
33년간의 비약적 발전, 한-베 관계
1992년 12월 수교 당시 약 5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량은 지난 30여 년간 빠르게 증가해 2024년 기준 약 86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이는 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한 교역 협력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되며, 양국은 2030년까지 1,500억 달러 달성을 공동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한국은 베트남의 주요 투자국이며, 누적 투자액은 약 9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삼성, LG, 현대, 롯데 등 한국 기업 약 1만 개가 베트남 산업 생태계에 깊게 자리 잡았다. 특히 삼성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인적 교류도 크게 확대되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30만 명, 한국에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은 약 7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문화 가정은 양국을 잇는 또 다른 가교가 되고 있다.
2022년 양국은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2025년 8월에는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 또 럼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며 양국 관계의 심화를 재확인했다.
문화와 예술로 승화되는 우정
한국과 베트남의 우정은 경제지표를 넘어 문화적 공명 속에서 자라 왔다. 박항서 전 감독이 만들어낸 특별한 감동은 스포츠를 넘어 양국 국민의 정서적 연결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베트남 청년층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베트남 음식과 전통문화는 한국 사회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매년 열리는 베트남 문화 축제에는 수많은 한국인이 참여하고 있다.
2025년 1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시회 ‘빛으로 잇는 우정, 북두칠성 아래의 두 나라 이야기’는 이러한 교류의 정점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빛 조각가 부이 반 뜨(BUI VAN TU)와 한국의 스토리텔링 조각가 문희(Moon-E)의 협업작으로, 빛과 이야기를 통해 양국 유대를 시각화했다.
북두칠성, 두 나라가 걸어온 길을 밝히는 빛
전시는 일곱 개의 빛 큐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큐브는 호찌민 주석의 생애와 한-베 관계의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전시 기획 의도에 따르면 첫 번째 큐브 ‘자유를 향한 바람’은 호찌민의 소년기와 독립 의지를 표현하고, 일곱 번째 큐브는 최근 양국 협력의 새로운 단계 진입을 상징적으로 조명한다.
작품들은 물질이 아닌 빛을 매개로 정치와 이념을 넘어선 인간적 유대를 강조한다. 서로 먼 하늘의 별이라도 같은 하늘 아래서 서로를 비추듯, 한국과 베트남도 빛으로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
지난 33년 동안 양국은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종합적으로 확장하며 필수적 파트너로 성장했다. 두 나라는 식민지 경험과 전쟁을 극복하고 현대적 국가 발전 모델을 구축해 왔다. 한국의 한강의 기적과 베트남의 도이머이 개혁은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호찌민 주석의 통합적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참고할 메시지를 던진다.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더 큰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통찰은 한-베 관계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 양국은 AI,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교육, 환경 등 미래 산업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달랏 포럼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협력 플랫폼 논의도 진전되고 있다. 산업·문화·과학기술이 어우러지는 협력의 지평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북두칠성처럼 두 나라가 서로의 길을 비추는 별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과 베트남이 쌓아온 우정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이다. 호찌민 주석이 꿈꿨던 자유와 평화, 인간 존엄의 가치는 양국의 미래에서 더욱 깊게 뿌리내릴 것이다.
글
권성택 (사)한베경제문화협회(KOVECA) 회장
※ 교역·인구 등 수치는 양국 정부 및 국제기구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