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급호텔이 만든 일상의 빵집... 호텔 나루 서울 ‘아티장 베이커리 마포 에이트’를 만든 주인공
인터뷰 - 호텔 나루 서울 류근호 총주방장·이강훈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
호텔 나루 서울 - 엠갤러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아티장 베이커리 마포 에이트’가 지난 10월 리브랜딩 오픈했다.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도심형 베이커리 카페로의 변신이다. 이 특별한 공간의 탄생 배경과 철학을 듣기 위해 호텔의 F&B를 총괄하는 류근호 총주방장과 페이스트리를 책임지는 이강훈 총괄 셰프를 만났다.
두 셰프는 “특급호텔 베이커리의 높은 품질은 유지하되,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친근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밤섬의 재생 스토리, 베이커리 철학이 되다
“밤섬은 여의도 개발 때 폭파되었다가 자연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 섬이에요. 그 재생력과 생명력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강훈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는 베이커리 컨셉의 시작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마포 에이트는 유일하게 밤섬이 보이지 않는 호텔 내 식음업장이지만, 오히려 밤섬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4미터 높이의 대형 나무와 밤섬 식물을 표현한 신비로운 그래픽 월이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포 에이트’의 ‘8’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호텔 주소인 마포대로 8번지를 뜻하면서, 동시에 무한대를 상징하는 숫자 8의 형태처럼 자연의 무한한 순환과 조화를 의미한다.
류근호 총주방장은 반얀트리 서울, 윈 마카오, 솔레어 마닐라, 마리나 베이 샌즈 싱가포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등 국내외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거쳐 2022년 3월 호텔 나루 서울 오픈 멤버로 합류했다.
그가 호텔 전체 F&B를 운영하며 추구하는 철학은 명확하다. “특급호텔이라고 하면 부담감이나 거리감이 있잖아요. 우리는 문턱을 낮춰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푸짐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농담처럼 비싼 코스 요리 먹고 집에 가서 라면 먹는다고 하는데, 저희 호텔에 오신 분들이 배고프게 나가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총주방장으로서 그는 조식, 중식, 석식이 운영되는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부아쟁과 바, 브런치와 애프터눈티가 주요 상품인 라운지&데크, 아티장 베이커리 마포 에이트, 그리고 웨딩과 마이스 등 연회 이벤트와 룸서비스까지 전 호텔 식음업장의 메뉴 기획과 운영을 총괄한다.
“총주방장에게는 주방 운영과 관리, 인적 관리를 위한 리더십, 빠르게 바뀌는 식음 트렌드를 반영할 R&D 분야의 강점이 필요합니다. 제철을 맞은 로컬 식재료에 현대적인 조리법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장인의 손길로 만든 8가지 맛의 조화
대표 메뉴인 ‘유기농 건강 8곡 에이트 브레드’는 마포 에이트의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아마씨, 호밀, 보리, 해바라기, 통밀, 호두, 무화과, 피칸 등 8가지 재료의 풍미를 온전히 살린 이 빵은 3kg의 큰 덩어리를 200g 단위로 고객이 원하는 양과 모양으로 잘라 판매한다.
이강훈 셰프는 리츠칼튼 서울에서 2003년 경력을 시작해 콘래드 서울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오프닝, JW 메리어트 동대문 등을 거쳤다. 외식업체 제품개발실과 카페 컨설팅 경험도 있는 그는 “호텔 베이커리 특유의 클래식함과 도심 베이커리 카페의 트렌디함을 모두 담으려 했다”고 설명한다.
“200g 두께로 썬 빵을 팬에 앞뒤로 진한 색이 날 때까지 구운 다음 버터나 올리브 오일, 소금을 살짝 뿌려 드시면 곡물의 맛을 잘 느끼실 수 있어요. 갈릭 오일이나 꿀과도 잘 어울립니다.”
특히 오후 6시부터 30% 할인이 적용되는 해피아워 팁도 공개했다. “화이트 초콜릿 브리오슈가 남아 있다면 꼭 사서 다음날 프렌치 토스트로 드셔보세요. 수분이 약간 날아간 브리오슈를 우유에 계란을 풀어 충분히 담갔다가 오븐에 구워 드시면 아주 촉촉한 프렌치 토스트를 집에서 즐기실 수 있어요.”
각 산지 특산물로 만드는 건강한 빵
마포 에이트의 메뉴는 전국 및 세계 각지의 특산물을 활용한다. 충남 공주 밤식빵은 위에 페이스트리를 올려 식감의 재미를 더했고, 영국 말돈 소금빵, 프렌치 버터 크루아상, 트러플 머쉬룸 치아바타, 케이지 프리 에그타르트 등이 인기다.
이강훈 셰프가 특별히 애정하는 메뉴는 트러플 머쉬룸 치아바타다. “트러플, 표고버섯, 캐러멜라이즈한 양파와 치즈를 곁들인 특색 있는 메뉴로 꾸준히 인기가 있어요.”
시그니처 티 ‘웰니스 브레스’로 만든 프랑스 스타일 젤리 ‘빠뜨 드 프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이다. “흔한 기성 젤리와 달리 탄탄한 식감 뒤 부드러운 질감, 시그니처 티의 향을 담았어요. 개발에 오랜 시간과 시도가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제품으로 나와 뿌듯합니다.”
영감의 원천
두 셰프의 영감 원천은 독특하다.
류근호 총주방장은 지금도 쉬는 날 서점을 방문해 요리 서적을 본다.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부터 외국 요리 관련 서적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태리 요리의 집대성 ‘더 실버 스푼’과 프랑스 요리 거장 알랭 뒤카스의 ‘그랑 리브르 드 퀴진’에서 지금도 많은 교훈과 영감을 얻습니다.”
그는 일본 드라마 ‘밤비노’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밤비노가 이탈리어로 애송이, 어린아이라는 뜻인데요, 어린 요리사가 성장하는 내용이에요. 드라마에서 재미있는 레시피가 나오면 다음 날 직원들과 같이 만들어 먹어보고 의견도 나누고 변형을 해보기도 했어요.”
이강훈 셰프는 의외로 ‘KBS 6시 내고향’을 즐겨 본다. “영감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대중성과 유행, 지역 특산품 등 다양한 정보가 있어서 재료와 메뉴에 참고해요. 재미도 있고요.”
식음업장에서 진행하는 연말 특별 메뉴와 프로모션
연말을 맞아 특별한 메뉴들도 준비됐다. 부아쟁에서는 통영산 삼베체 굴과 포항초, 락펠러 오이스터, 허브 버터를 곁들인 랍스터, 제철 방어와 키조개 카르파치오, 독도 꽃새우 타르타르, 한우와 트러플 등 고급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코스를 선보인다.
“부아쟁은 프랑스어로 '이웃, 가까운 사람들'이란 뜻이에요. 이름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셰어링 메뉴로 코스가 구성되어 있어요. 부아쟁에서 밤섬과 한강을 바라보며 윤슬같이 반짝이는 샴페인이나 나루 까베르네 쇼비뇽을 곁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류근호 총주방장의 추천이다.
마포 에이트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3종을 준비했다. 이강훈 셰프는 “다크 초콜릿 무스와 초콜릿 쿠키, 라즈베리 콩포트의 상큼함이 어우러진 ‘스노우맨 빌리지’를 추천합니다. 겨울 숲 속에 눈사람이 나란히 서있는 디자인으로 아이도 어른도 좋아해요.”
수제 초콜릿으로 만든 박스 안에 7종류의 수제 초콜릿을 담은 ‘윈터 가넷 기프트 박스’도 특별하다. “연인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안에 반지를 넣어 프로포즈를 해도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서 호텔의 인기 패키지인 프로포즈 패키지에도 포함해보려고 해요.”
호텔 나루 서울의 식음업장별 특색
류근호 총주방장은 각 업장의 컨셉을 설명했다. “레스토랑 부아쟁은 조스퍼 오븐과 비장탄을 사용해 3주 동안 자체 드라이 에이징으로 고기의 풍미와 육질을 극대화시킨 포터하우스, 티본, 립아이 스테이크가 대표 메뉴입니다. 12월 1일부터 평일 런치는 샐러드와 에피타이저도 취향대로 푸짐하게 드실 수 있도록 세미뷔페 스타일로 변경했어요.”
20층에 위치한 라운지&데크는 뷰(View)와 브런치(Brunch)를 함께 즐기는 '뷰런치'가 인기다. “김치볶음밥은 처음에는 약간 생소한 듯했으나 지금은 재방문 고객에게 사랑받는 인기 메뉴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되 그 안에서 변화를 모색한다는 가치관을 담으려고 꾸준히 노력합니다.”
연회 행사와 레스토랑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레스토랑은 다양성, 연회 행사는 정확성”이라고 정의했다. “연회 행사는 행사 성격이나 식단 요구에 따라 맞춤 설정이 가능하고 한식, 중식, 일식의 코스 요리나 뷔페, 도시락, 칵테일 리셉션, 커피 브레이크 등 다양한 스타일을 준비합니다.”
‘마포 에이트’는 다양한 미식을 선보이는 공간
“베이커리 카페는 객단가가 낮은 편이라 신규 고객 유입이 많아요. 호텔 입구에 있어서 가볍게 들어와 호텔의 맛과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다른 업장으로 재방문하게 되는 첫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류근호 총주방장은 마포 에이트가 단순히 빵과 음료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전문 파티시에와 베이커의 기술과 전국 및 전세계 각지 양질의 재료가 만난 다양한 미식을 선보이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메뉴 개발의 철학과 과정
이강훈 셰프는 클래식과 혁신 메뉴의 균형에 대해 “대중적인 것과 유행하는 것을 전통적인 것에 더한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메뉴 개발은 출시 전에 많은 시도와 의견 수렴 등의 긴 과정을 거쳐요. 팀원들과 다양한 토론을 통해 여러가지 아이템을 추려서 팀 내부에서 먼저 1차 테이스팅을 하고, 보완할 점들을 개선한 뒤에 마포 에이트팀과 2차 테이스팅을 해서 서비스팀의 이야기를 반영해요. 그리고 총지배인님과 다른 부서 부서장들과 함께 최종 테이스팅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출시합니다.”
계절별 메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철 식재료 수급”이라고 강조했다. “일년 중 가장 맛있는 계절에 가장 좋은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는 가장 기본이자 맛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기후 변화로 기존 생산지역에서 조금씩 이동을 했어요. 기후에 따라 변화하는 생산지를 살피며 그 계절에 나오는 질 좋은 재료를 꾸준히 수급하는게 최우선입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 호텔 나루 서울
호텔 나루 서울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지어진 건물답게 F&B 운영에서도 이를 실천한다.
류근호 총주방장은 “유기농 산물과 자연 방목 달걀을 사용하고, 멸종 위기 해산물이나 자연 친화적이지 않게 재배된 재료는 지양하고 있어요. 최대한 제철 로컬 식재료를 선호하는 이유가 신선함도 있지만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절감하자는 의미도 있어요.”
3년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
류근호 총주방장은 오픈부터 지금까지 3년을 함께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처음 고객을 맞이한 순간’을 꼽았다. “반년 이상 오픈 준비를 했어요. 건물 공사부터 공간이 완성되고 비어있던 공간이 주방이 되는 과정을 거쳐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주방에서 새로운 시작을 마주하던 긴장과 열정 가득한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올해 10월에는 호텔 개관 3주년을 맞아 태국 푸켓의 5성급 럭셔리 프라이빗 풀 빌라 리조트 'V 빌라스 푸켓 - 엠갤러리 컬렉션' 총괄 셰프 피수트 '농' 나한을 초청해 스페셜 디너 'Goût de Thaïlande(타이의 맛)'를 3일 동안 진행했다. “해외 엠갤러리와 함께 평소 접하기 어려운 타이 식재료와 프렌치 조리법의 조화를 선보여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이강훈 셰프는 흥미로운 계획을 밝혔다. “이제 국내에서도 바나나, 패션프루트 같은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통 과정을 위해 냉동 또는 가공을 한 재료가 아닌 국내 재배 과일이란 좋은 선택지가 생겼죠. 생산지에서 바로 온 열대과일을 활용한 국내 열대과일 미식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밤섬이 자연의 힘으로 다시 태어났듯, 호텔 나루 서울의 ‘아티장 베이커리 마포 에이트’는 특급호텔 베이커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인정신은 지키되 문턱은 낮추고, 클래식은 유지하되 일상을 담아내는 이들의 실험이 호텔 F&B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티장 베이커리 마포 에이트는 호텔 나루 서울 G층에 위치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