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인벤트서 공개된 ‘Kiro’… AI 개발 돕는 유령
코딩 전 설계 검토 “원치 않는 코드 방지”
명세서 3단계로 나눠 정확도 높여

리인벤트 2025 행사장에 설치된 ‘하우스 오브 키로(House of Kiro)’ 유령의 집 컨셉 부스. /김동원 기자

버너 보겔스(Werner Vogels)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기술책임자(CTO)가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코딩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보겔스 CTO는 무대에 클레어 리구오리(Clare Liguori) AWS 키로(Kiro)팀 수석 개발자를 초대해 ‘스펙 드리븐 디벨롭먼트(Spec-Driven Development·명세서 기반 개발)’ 개념을 소개했다. AI가 바로 코드를 생성하는 대신, 먼저 명세서(specification)를 작성해 개발자가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 “AI에게 원하는 것 설명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리구오리 수석 개발자는 현재 AI를 사용하는 어려움을 소개하며 “지난해부터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면서 소통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I가 생성한 코드는 좋았지만, 최종 소프트웨어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점점 더 길고 상세한 프롬프트를 작성하게 됐고, 마크다운 형식으로 작성한 뒤 복사해서 붙여넣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리구오리 CTO는 “AI에게 긴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과정이 본질적으로 명세서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명세서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히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겔스 CTO는 앞서 기조연설에서 아폴로 우주선의 가이던스 시스템이 4만5000줄의 코드를 정밀한 명세서로 관리해 달 착륙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하며 “명세서가 AI 코딩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요구사항→설계→작업으로 나눠 AI와 소통

Kiro는 AWS가 올해 7월 처음 공개한 AI 통합개발환경(IDE)이다.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VS Code)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클로드(Claude) 소넷 4.5 모델을 사용한다. 11월 정식 출시됐고, 현재 25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사용 중이다. 유령을 마스코트로 삼아 독특한 브랜딩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이번 리인벤트 행사장에도 ‘하우스 오브 키로(House of Kiro)’라는 유령의 집 컨셉 부스를 설치해 "개발자의 악몽과 공포"를 테마로 한 체험 공간을 운영했다.

Kiro의 스펙 드리븐 디벨롭먼트는 개발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눈다. 먼저 요구사항(Requirements)을 작성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설계(Design)를 생성한다. 개발자가 설계를 검토하고 수정한 뒤, 구체적인 작업(Tasks)으로 나뉘고, 이후 실제 코딩이 진행된다.

리구오리 수석 개발자는 “기존 AI 코딩에서는 ‘전자 게임 만들어줘’처럼 모호한 요청을 하면 AI가 100만 가지 가능한 결과 중 하나를 추측해서 만든다”며 “아마 그중 하나만이 여러분 머릿속에 있는 것과 일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펙 드리븐 디벨롭먼트에서는 "AI가 바로 코드로 넘어가지 않고, 먼저 요구사항, 설계, 작업을 생성하고, 이것이 머릿속 내용과 맞지 않으면 Kiro에게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레어 리구오리 AWS 수석 개발자는 “AI가 생성한 코드는 좋았지만, 최종 소프트웨어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AWS가 Kiro를 개발한 이유를 밝혔다.

◇ Kiro로 Kiro 만들며 검증

AWS는 Kiro를 개발하면서 프로토타입 단계부터 실제로 Kiro를 사용했다. 리구오리 수석 개발자는 “첫 프로토타입은 AI 코딩만 가능했지만, 그 순간부터 Kiro로 Kiro를 만들 수 있었다”며 “Kiro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서 스펙 드리븐 디벨롭먼트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많은 아이디어를 반복 실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적용 사례로 시스템 알림 기능 개발 과정도 소개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에이전트가 사용자 입력이 필요할 때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설계 단계에서 AI가 에이전트 코드 내부에 복잡한 알림 시스템 전체를 구축하는 설계안을 내놨다. 그는 “만약 AI 코딩으로 바로 진행했다면 원하지 않는 많은 코드가 생겼을 것”이라며 “명세서 과정 덕분에 이것이 생각보다 훨씬 큰 프로젝트라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결국 명세서를 수정해 에이전트 코드 외부에 별도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리구오리 수석 개발자는 “AI는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신속한 프로토타이핑을 가능하게 했다”며 “과거에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수작업으로 코딩하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분 만에 사용자에게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제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커서·깃허브 코파일럿과 경쟁

Kir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구글의 제미나이 코드 어시스트(Gemini Code Assist), 커서(Cursor) 같은 AI 코딩 도구들과 경쟁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8년까지 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90%가 AI 코드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초 14%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성장이다.

AWS는 이번 리인벤트에서 Kiro의 발전된 형태인 ‘Kiro 자율 에이전트’도 공개했다. 이 에이전트는 며칠간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AWS는 이를 보안 에이전트, 데브옵스 에이전트와 함께 ‘프론티어 에이전트(Frontier Agent)’로 분류하며, 단순히 개발자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팀의 일원처럼 작동하는 AI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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