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서울 북촌 골목에 자리한 한지가헌이 전통 한지의 미감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풀어내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전시와 아카이브, 체험 프로그램, 공예 상품 유통까지 아우르며 한지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지가헌의 중심은 1층 전시 공간 한지마루로, 계절마다 기획전이 열려 한지가 기록재료를 넘어 조형적·감성적 매체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지역의 풍토를 담은 한지가 섬세한 수공을 거쳐 새로운 창작 오브제로 변화하는 최근 전시들은 전통 소재가 현대 미술·디자인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지닌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한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지하 공간은 체험과 연구 기능을 강화한 한지자료저장소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는 전국 19개 전통 한지 공방에서 제작한 370여 종의 한지가 보관돼 있으며, 품종·용도·제조 방식에 따라 다른 특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학생, 연구자에게도 개방된 이 아카이브는 전통 종이를 문화기술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 역시 활발하다. 관람객들이 사진을 한지 위에 출력해보는 ‘한지인화소’는 종이 질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특유의 물성을 경험하게 해 국내외 방문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한지 공예 워크숍, 전통 공방 연계 강연,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통 소재를 일상 속 문화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한지가헌은 공예품 유통에서도 역할을 넓히고 있다. 엽서, 책갈피 같은 소품부터 조명, 노트, 부채 등 생활형 제품까지 한지를 활용한 공예 상품을 선보이며 전통 재료가 현대 생활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 같은 구조는 한지가헌이 단순한 전통 홍보관을 넘어 전통·예술·디자인·관광이 만나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이끌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관계자는 “한지는 2026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한지가헌이 북촌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한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전통이 살아 숨쉬는 문화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