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자산관리까지 확장… 제도 정비는 여전히 과제로

국내 핀테크 업계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가 26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막해 28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행사는 ‘핀테크×AI, 금융에 취향을 더하다(FinTech×AI: The Personalization of Finance)’를 주제로, AI 기반 금융 자동화와 개인화 기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현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 등 주요 핀테크 기업과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총 128개 기업·기관이 참여했으며, 99개 부스를 통해 각 사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각 부스에서는 올해 핵심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와 데모가 진행돼 관람객이 AI 기반 금융 서비스의 변화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현장 / 사진=송정현 기자

핵심 키워드는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가 올해 금융권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이유는 고객 기대 수준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챗GPT 등 고도화된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금융 사용자도 자연어로 요청하면 작업을 대신 처리해 주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반면 기존 은행 챗봇은 정해진 시나리오 안에서만 답변이 가능한 구조여서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금융권은 고객의 의도를 맥락 단위로 이해하고 판단·실행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방식을 차세대 전략으로 채택했으며, 생성형 AI 확산과 맞물리며 올해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KB금융그룹은 투자 성향 분석, 포트폴리오 진단, 리밸런싱 제안을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투자분석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투자에 관심이 올라간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카드상담 AI 에이전트와 KB부동산 AI에이전트, 화법 코칭 솔루션을 제공하는 보험상담교육 AI 에이전트 등을 함께 소개했다. 

iM뱅크 부스에서 AI에이전트 뱅킹 서비스 시연을 체험할 수 있다. / 사진=송정현 기자

iM뱅크는 개인 자산 관리와 금융 조언을 통합한 AI 에이전트 뱅킹 서비스를 소개하며 이용자 경험 확장에 속도를 냈다. 나의 자산 고민을 적으면, 에이전트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나 전략 등을 제시하는 모의 시스템을 통해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핀테크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경쟁에 적극 나섰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기반 금융 AI 에이전트 비전을 공개하고 보험·소비·소상공인 등 분야별 시나리오를 시연했다. 사용자가 입력한 금융 문제를 분석해 최적 시점에 솔루션을 제시하고 실행까지 수행하는 자율주행형 모델을 목표로 한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토스 부스에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오른쪽)가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에게 ‘토스 포스’를 설명하는 모습 / 사진 제공=비바리퍼블리카

소상공인 서비스 경쟁도 뜨거워

올해 행사에서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기조와 맞물려,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되는 실용형 핀테크 서비스도 대거 주목받고 있다. 결제 인프라 고도화부터 상권 분석, 신용·대출 관리까지 기능이 넓어지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토스는 ‘토스 카페’ 콘셉트 부스를 통해 얼굴인식 간편결제 페이스페이,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토스플레이스, POS 시스템 등을 시연했다. 여기에 상권 매출·방문 데이터를 분석하는 토스 애널리틱스, 사업 실적 기반 신용도 평가 SOHO 스코어, 금융사 조건을 비교해 대환을 돕는 대환대출 서비스까지 더해 소상공인 경영 지원 기능을 시연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통합 단말기 ‘Npay 커넥트’를 앞세웠다. 결제·리뷰·쿠폰·적립·주문을 한 기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했고, 결제 직후 화면에 뜨는 QR을 통해 고객이 바로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단말기는 얼굴인식 결제 페이스사인(Facesign)도 지원한다.

뱅크샐러드는 소상공인을 위한 AI 기반 사업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소상공인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마이데이터로 불러온 보유 대출 및 매출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점수를 올리고, 금리인하요구권을 대신 행사해 금리를 줄일 수 있다. 또 대환대출을 통해 더 나은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기술은 앞섰지만, 제도적 정비는 과제로 남아

AI 에이전트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제도적 기준의 부재가 꼽힌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기술 고도화 속도에 비해 제도 정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서비스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AI가 학습하거나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기준 부재는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과의 연동을 필요로 하면서 고객 DB, 계좌 정보, 계약 파일 등 민감한 데이터와 연결될 가능성을 높여 보안 취약성 우려를 키운다.

데이터 활용 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만큼 판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을 검증·통제할 체계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와 안전장치 마련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올해 핀테크 위크는 금융 서비스가 에이전트형 초개인화 서비스로 전환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금융권 전반에서 AI가 먼저 판단과 실행을 시도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며, 앞으로의 금융은 사용자가 묻기 전에 AI가 먼저 제안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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