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마유라 김현정 사케 소믈리에 “한 잔의 사케로 공간의 온도를 완성하다”
300년 된 히노키 스시 카운터와 장인의 손길이 담긴 예술 작품, 그리고 불의 리듬이 살아 있는 철판 스테이션까지… JW메리어트서울의 파인다이닝 ‘타마유라’는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는 곳이다. 그 중심에서 손님이 머무는 순간의 온도와 감정을 완성시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타마유라의 사케 소믈리에 ‘김현정’ 지배인이다.
그녀에게 사케는 요리의 뒤를 지켜주는 ‘그림자’이자, 손님과 셰프, 그리고 두 문화의 감각을 잇는 다리다. 2018년 타마유라 리뉴얼 오픈부터 함께해온 김현정 지배인은 한국 고객의 미각, 계절의 결, 공간의 흐름을 누구보다 깊이 읽어내며 타마유라만의 사케 프로그램을 구축해 왔다. ‘우카이 X 타마유라’ 갈라 같은 국제적인 컬래버레이션에서도 페어링 디렉터로 활약하며, 일본 정통성과 한국적 편안함이 공존하는 다이닝 경험을 완성한다.
코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타마유라만의 시그니처 사케로 채워진 다이닝을 꿈꾸는 김현정 지배인. 그녀가 말하는 사케 서비스의 철학, 공간이 빚는 미식의 깊이, 그리고 한 잔이 만들어내는 교감의 순간에 대해 들어보았다.
Q. 2018년 타마유라 리뉴얼 오픈부터 함께 하셨다. 당시 타마유라는 어떤 콘셉트와 비전을 가지고 시작했나.
타마유라는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 레스토랑으로 출발했다. 300년 된 히노키로 만든 스시 카운터, 불의 리듬이 살아 있는 데판야키 스테이션, 그리고 임충섭 작가 등 예술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험이 된다. 무엇보다 손님이 오롯이 자신만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다이닝이 핵심이다. 결국 타마유라가 지향하는 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진 미식의 경험이다.
Q. 사케 소믈리에로서 타마유라의 사케 프로그램을 처음 구상할 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사케는 요리의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너무 앞서 나가도, 너무 뒤로 물러서도 안 된다. 타마유라의 사케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셰프의 철판 요리와의 조화, 그리고 한국 고객의 미각에 맞는 균형감에 중점을 뒀다. 알코올 도수나 향의 강도보다는, 한 모금 마셨을 때 입안에서 요리의 맛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Q. 타마유라는 철판 카운터, 프라이빗 다이닝룸, VIP룸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공간의 특성에 맞춰 사케 서비스나 추천 방식을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나.
철판 카운터에서는 셰프의 요리와 불의 흐름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요리의 온도감과 템포에 맞춰 즉흥적으로 제안한다. 반면 프라이빗 다이닝룸은 정제된 코스와 함께 비교적 희귀한 빈티지 사케나 한정주를 제안해, ‘오직 그 자리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한다.
Q. 사케 소믈리에로서 고객이 타마유라에서 보내는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사케 서비스가 있나.
고객에게 사케를 ‘추천’하기보다 ‘함께 고른다’라는 마음으로 접근한다. 잔을 고르고, 향을 맡고, 첫 모금의 인상을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타마유라만의 온기를 만드는 시간이다. 어떤 날은 고객의 취향을 한마디 대화 속에서 읽어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예상 밖의 페어링으로 놀라움을 드리기도 한다. 그 모든 교감이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이다.
Q. 지난 10월과 11월에 진행된 '우카이 X 타마유라 갈라' 같은 특별한 이벤트에서 사케 소믈리에의 역할은 어땠나.
이번 ‘우카이 X 타마유라 갈라’에서는 단순히 주류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페어링 디렉터이자 서비스 조율자로 참여했다. 셰프팀과 함께 코스의 구성과 요리의 흐름을 세밀하게 검토하며, 어느 순간에 어떤 주류가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질지, 그 온도, 잔의 형태, 제공량, 서비스 속도까지 일일이 맞춰 나갔다.
또한, 우카이 팀이 가진 일본 문화와 미학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내가 가진 한국 고객에 대한 감각과 취향에 대한 전문성을 더해 조율했다.
그 덕분에 일본의 정통성과 한국 고객이 느끼는 편안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균형 잡힌 다이닝 경험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결국 한 잔의 사케 혹은 와인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요리와 손님, 두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손님이다.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한 점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맛을 완성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를 찾아내는 것이 타마유라 팀의 가장 큰 목표였다.
타마유라 팀은 계절마다 바뀌는 식재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그에 어울리는 사케와의 조화를 세밀하게 연구한다. 사케 역시 계절에 따라 향과 질감,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봄과 가을에는 향이 풍부한 소슈나 쿤슈 스타일을, 겨울에는 누룩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사케를 선보인다. 이처럼 ‘계절과 재료’의 균형을 완벽히 맞추는 것이야말로 타마유라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Q. 타마유라가 2018년 오픈 이후 그동안 타마유라의 사케 프로그램은 어떻게 발전해왔나? 타마유라의 사케 라인업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초기에는 일본 주요 양조장의 사케를 선별해 소개하는 단계였다면, 타마유라만의 사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다. 요리의 정체성이 뚜렷하다 보니, 이를 온전히 담아낼 사케가 필요했다. 먼저 출시된 ‘다이긴조 겐슈’는 타마유라의 프리미엄 코스에 어울리도록 정제된 향과 깊은 여운을 살린 사케다. 반면 ‘토쿠베츠 준마이’는 조금 더 편안하면서도 음식과 함께할 때 조화를 이루는 밸런스를 중시한다. 두 사케 모두 타마유라의 철판 요리와 코스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빚은 결과물이라, 자연스럽게 ‘타마유라를 대표하는 사케’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다이긴조 겐슈’와 ‘토쿠베츠 준마이’에 이어, 세 번째로 출시된 ‘준마이다이긴죠 텐쥬’는 감귤류와 스파이스의 진한 풍미가 특징으로 페어링 되는 음식의 맛과 식감을 최대한 끌어 올려주는 향미가 아주 매력적이다. 계속해서 라인업을 확장하며 언젠가는 코스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오직 타마유라의 시그니처 사케와 쇼추로만 구성된 다이닝을 선보이고 싶다.
Q. 타마유라를 한국 최고의 사케 다이닝으로 만들기 위한 비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
나에게 타마유라의 사케 서비스는 ‘공간과 순간에 어울리는 미식의 완성’이다. 같은 사케라도 잔의 온도, 조명, 대화의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단순한 음료 제공이 아닌, 그날 온도와 감정을 담아내는 미식 서비스로서 사케 문화를 확장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