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통 샴페인 하우스 페리에 주에, 여성 리더십으로 지속가능성 말하다
프랑스 200년 전통 샴페인 하우스, 첫 여성 셀러 마스터 세브린 프레송 방한
서울 ‘Women Leaders’ Gathering’서 지속가능한 리더십 논의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200년 전통 샴페인 하우스 페리에 주에의 첫 여성 셀러 마스터 세브린 프레송(Séverine Frerson)이 서울을 찾았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서울 도산공원 인근 메종 르서클에서 열린 Women Leaders’ Gathering 행사에 참석해 한국 각 산업의 여성 리더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리더십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주최했으며, 식품·콘텐츠·패션·금융 등 여러 산업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 9인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조직과 산업에서 여성 리더십이 수행하는 역할,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영의 의미에 대해 경험과 의견을 나눴다.
◇ 200년 하우스, 첫 여성 리더가 전한 변화의 메시지
1811년 프랑스 에페르네에서 설립된 페리에 주에는 자연과 예술의 조화(Art of Nature)를 철학으로 삼고 있다. 창립 이후 200년 넘게 이 가치는 하우스의 모든 활동에 일관되게 반영돼 왔다.
프레송은 2020년 8대 셀러 마스터로 임명됐다. 이는 하우스 역사상 최초의 여성 리더 등장이자, 전통과 혁신이 만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20년 이상 와인학을 연구하고, 이전에는 파이퍼-에이드식에서 품질·환경·양조 부문을 총괄했다.
그가 이끄는 페리에 주에는 생산 과정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제초제 사용을 중단하고, 포도밭 내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한 하우스의 탄소 배출량을 10년 만에 55%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레송은 “자연의 조화 없이는 진정한 럭셔리가 존재할 수 없다”며 “리더십 역시 지속가능한 가치 위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샤르도네 중심의 플로럴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반영한 블렌딩을 선보이며, 브랜드 전통을 계승하되 다음 세대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 여성 리더십, 편견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Women Leaders’ Gathering의 첫 세션은 Breaking Barriers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각 산업의 여성 리더들이 자신의 경력에서 마주한 도전과 편견, 그리고 이를 극복한 경험을 공유했다.
행사를 주관한 지민주 페르노리카 코리아 전무는 “첫 여성 임원으로 선임됐을 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스로 벽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며 “리더십은 결국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프레송 역시 “어릴 때부터 와인 양조를 꿈꿨지만, ‘여자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편견은 남이 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야 하는 벽”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세션 Leadership in 2025 and Beyond에서는 공감, 다양성, 지속성이 미래 리더십의 핵심 가치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여성 리더십이 단순히 조직 내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프레송은 “지속가능성은 환경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며 “사람과 조직, 그리고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것 역시 지속가능한 리더십의 일부”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완벽함보다 진정성”, “전문성을 넘어 리딩의 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등의 메시지를 공유하며 후배 세대에게 실질적 조언을 건넸다.
행사 후반에는 셰프 황하늘이 준비한 5코스 디너와 함께 페리에 주에의 전 라인업이 페어링됐다. 그랑 브뤼, 블랑 드 블랑, 벨에포크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샴페인은 ‘지속가능한 여성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미식적으로 표현했다.
첫 코스의 그랑 브뤼는 맑고 투명한 풍미로, 서로 다른 요소의 조화를 상징했다. 두 번째 코스의 블랑 드 블랑은 섬세함과 강단의 균형을, 메인 코스의 벨에포크는 우아함과 지속성을 담았다. 행사에 참석한 한 리더는 “샴페인의 풍미와 요리의 조화가 마치 리더십의 다양성과 협력을 상징하는 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Women Leaders’ Gathering은 단순한 브랜드 이벤트를 넘어, 지속가능한 리더십이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논의한 자리로 평가된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산업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미래 세대에게 균형과 진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송은 “리더십은 빠르게 달리는 능력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통의 무게를 짊어진 하우스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샹파뉴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여성 리더십이 만난 이번 만남은 전통 산업이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200년의 역사 위에 세워진 여성 리더십, 그것이 페리에 주에가 제시하는 다음 시대의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