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함, 버텨온 끝에 맞이한 '탁류'…"내 인생길 밝혀줘" 눈물[인터뷰]
박서함이 '탁류'를 통해 존재감을 넓혔다. 첫 정극 연기에 사극, 액션까지 과제가 많았을 터, 어려운 숙제를 무사히 해낸 박서함은 작품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지난 15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디즈니+ '탁류'를 마친 박서함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극 중 박서함은 뛰어난 무과 실력으로 장원급제해 포도청에 새로 부임한 종사관 '정천'을 연기했다.
박서함은 지난 2022년 퀴어 드라마 '시멘틱 에러'로 얼굴을 알렸다.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만큼, 활발한 활동을 기대했으나 곧바로 군백기를 맞이했다. 그 이후 다시 배우 박서함으로 대중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 '탁류'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걸어온 박서함은 '탁류'를 통해 사람이자 배우 박서함으로서 변화를 맞이했다.
Q. '탁류'를 통해 첫 정극에 도전했다.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3년 공백기가 있었다.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워낙 대단하신 감독님, 작가님이라 리딩 준비를 열심히 해갔다. 막상 만나 뵀는데 제 인생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유치원, 초등학생 시절, 아이돌 연습생 생활, 가족 이야기까지 사소한 것까지 다 해드렸다. 감독님께서 마지막에 '잘 버텼구나'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께서 어떤 지점 때문에 저를 뽑으셨을까 생각해 봤다. '정천'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버티는 인물이지 않나. 그런 점을 저와 비슷하게 봐주신 것 같다. 또 감독님께서 제게 '선한 인상'이라고 해주셨는데, 정천 역시 선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라 선택된 것 같다."
Q. 첫 사극에 액션까지 소화해야 했다.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당연히 부담감과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배우러 다녔다. 사극톤을 걱정하니 로운 배우가 성우 학원을 추천해 줘서 다니고 아나운서 학원도 다녔다. 너무 불안하니까 집 벽에다 대본을 붙여놨다. 액션이나 사극톤이나 죽어라 연습한 것 같다."
"액션은 감독님께서 저에게 미션을 주셨다. 승마하며 활 쏘는 것, 그리고 깔끔하고 섬세한 검선이었다.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 7시간 정도 액션 연습하고 승마도 4시간 탔다. 1년 내내 정말 꾸준히 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안되던 게 되는 순간이 생겼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성취감을 느꼈다."
Q. 첫 액션에 스스로 점수를 매겨본다면.
"처음이니까 100점 만점에 47점하겠다. 자신감을 찾기 전이었다면 15점이라고 했을 거다."
Q. 많은 연기파 선배들과 함께하는 현장이었다.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선배들에게 조언받은 것도 있을까.
"이렇게 선배님들이 많은 현장이 처음이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주셨고, 덕분에 저도 용기가 생겨서 많이 여쭤보면서 리딩도 부탁드렸다. 정말 감사한 현장이었다."
"저는 최귀화 선배님과 많이 호흡을 맞췄다. 촬영할 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최귀화 선배님과는 산책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선배님께서 갑자기 대사를 하실 때가 있다. '리딩할까' 하면 제가 긴장할 걸 아시니까 대사를 툭 던져주신 거다. 그때 귀화 선배님만의 수업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지환 선배님과는 촬영 없는 날 만나서 수업을 받기도 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
Q. 또래인 로운, 신예은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두 사람은 저에게 늘 100을 줬다. 제가 고민하고 있으면 두 사람이 "형만큼, 오빠만큼 정천을 아는 사람은 없어"라고 똑같이 이야기해 줬다. 얼어 있는 저를 녹여준 친구들이다. 저에게는 두 사람이 '모닥불' 같은 존재다."
Q. 전작 '시멘틱 에러'로 사랑받은 후 곧바로 입대하게 됐다. 시기적으로 아쉽지 않았나.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신기하고 감사했다. 계속 아쉬워할 수만은 없어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의 저는 지금보다 더 부족한 상태였고, 좋은 기회로 작품을 했어도 불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하늘에서 '시간을 줄게 열심히 발전해서 돌아와'라고 해준 것 같다."
Q. 배우로서는 아직 신인이지만, 가수 활동 시기를 합하면 데뷔 10년 차다.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배우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꿈은 없다. 당장은 죽어라 열심히 해서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당장의 목표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늘 말씀드리지만 함께 작업하고 싶은 분들이 너무나 많다. '탁류'를 통해서 만난 로운이에게는 '내 롤모델은 너야'라고 할 정도였다. 저보다 어린 배우님도 그렇고 함께 하는 동료, 선배님들도 그렇고 모두 다 부럽고 닮고 싶다. 요즘은 그런 마음으로 즐기면서 연기하고 있다."
Q. '탁류'는 박서함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제 눈물 버튼 질문이다. '탁류'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 제 인생길을 밝혀준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연기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많이 얻고 배운 현장이었다. 정말 감사해서 죽기 전에도 생각날 것 같다. (웃음)"
"제가 성격적으로 워낙 걱정이 많고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높은 편도 아니다. 항상 저를 궁지에 몰아넣고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었다. '탁류'를 하면서 선배님들이 '자신을 아껴야 오래 활동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탁류'를 하며 성격적으로도 많이 변했다. 저를 변화하게 해준 작품이다."
'탁류'로 사극 도전까지 무사히 마친 박서함은 곧바로 차기작에 돌입, 촬영에 한창이다. 그가 출연하는 내년 방영 예정인 tvN 로맨스 드라마 '우주를 줄게'는 혐오 관계로 시작된 사돈 남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난 형과 언니를 대신해 20개월 조카를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동거 로맨스 드라마로, 박서함은 엄친아로 통하는 최연소 팀장 역할을 맡아 '로맨스 장인' 수식어를 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