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성인 전용 21가 백신 ‘캡박시브’ 허가…고령층 폐렴 예방 공백 메운다
국내 성인 IPD 74% 커버…‘전 생애 예방’ 패러다임 제시
한국MSD가 성인 전용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캡박시브(Capvaxive)’의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 백신은 8개의 신규 혈청형을 추가해 국내 성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의 약 74%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단백접합 백신 중 가장 넓은 범위다.
21일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MSD 조재용 백신사업부 전무는 “국내 폐렴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며 “성인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예방 공백을 메우기 위해 캡박시브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소아 중심 예방에서 성인 맞춤형으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폐렴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이며,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면역력 저하와 만성질환 등으로 폐렴구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1세 소아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이 97%에 달한다. 이에 따라 소아에서 백신 혈청형 감염은 크게 줄었지만,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비백신 혈청형 감염이 성인과 고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조 전무는 “소아 예방으로 일정 수준의 간접 보호 효과가 생겼지만, 성인에서는 다른 혈청형이 주된 원인으로 바뀌고 있다”며 “MSD는 소아와 성인을 구분한 투트랙 백신 전략으로 연령별 맞춤 예방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백신의 한계 넘어…국내 성인 IPD 74% 커버
캡박시브는 기존 13가·15가·20가 백신에서 다루지 못했던 8개의 신규 혈청형(15A, 15C, 16F, 23A, 23B, 24F, 31, 35B)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국내 성인(19세 이상) IPD 원인균의 약 74%(2017~2019년 기준), 미국 기준으로는 84%(2018~2022년)를 커버한다.
전체 8,400여 명이 참여한 임상시험 중 주요 연구인 STRIDE-3에서는 백신 미접종 성인 2,656명을 대상으로 캡박시브와 기존 20가 백신(PCV20)을 비교했다. 캡박시브는 공통 혈청형 10개에서 비열등성을, 추가 혈청형 중 10개에서 우월한 면역반응(p<0.0001)을 보였다.
또한 18~49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면역가교(immunobridging) 분석에서도 모든 21개 혈청형에서 50~64세 성인과 비열등한 면역반응을 확인했다.
8% 잃고 30% 얻는 전략…혈청형 변화 반영한 설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최정현 감염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성인의 침습성 질환 중 약 30%는 기존 백신으로 예방이 어렵다”며 “캡박시브는 이러한 비백신 혈청형 감염을 보완해 국내 고령층의 입원과 사망률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캡박시브는 기존 20가 백신(PCV20)과 공통 혈청형이 10개뿐이어서 약 8%의 커버리지를 포기하는 대신, 새로 추가된 혈청형으로 20~30%의 예방 범위를 확보한 전략”이라며 “면역원성은 입증됐지만, 실제 예방 효과는 리얼월드 데이터 축적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소아 백신 접종이 보편화되면서 비백신 혈청형이 성인 감염의 주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캡박시브는 최신 역학 변화를 반영한 설계로 성인 폐렴 예방의 실질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가격·NIP 논의는 “아직”
캡박시브는 지난 8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으며, 한국MSD는 2026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 전무는 “환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병의원에서 PCV20은 약 10만 원, 65세 이상이 무료로 맞는 23가 다당질 백신(PPSV23)은 약 5만 원 수준이다.
국가예방접종(NIP) 포함 여부는 향후 경제성 평가 결과에 따라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MSD는 오는 11월 대한감염학회 학술대회에서 관련 경제성 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 생애 예방’으로 확장하는 백신 전략
한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소아 중심의 백신 체계에서 벗어나 성인과 노인을 아우르는 ‘전 생애(lifecourse) 예방접종’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캡박시브 허가는 고령화 사회가 요구하는 예방 전략 변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