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MRI로 종양 추적·적응치료 가능…환자 안전성과 정밀성 높이지만 국내 보급은 초기 단계

보건복지부가 10월 1일 자로 ‘방사선 조사 중 자기공명영상 유도 기술(MRgRT)’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 기술은 특정 장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MRI로 종양을 실시간 추적하면서 방사선을 조사하는 ‘MRI 유도 방사선치료’ 전체 기술군에 대한 제도적 인정이다. 국제 학술 논문과 산업 보고서를 바탕으로 MRgRT 기술의 임상적 의의와 시장 현황을 짚어봤다.

MRI 기반 방사선치료는 1.5테슬라(T) 자기공명영상(MRI)과 선형가속기(LINAC)를 결합해 치료 중에도 종양의 형태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방사선을 쏘는 기술이다. 종양 주변의 정상조직을 피하면서 표적 부위만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고, 호흡이나 장기 움직임에 따라 치료 계획을 즉석에서 다시 세우는 ‘온라인 적응치료(Adaptive Radiotherapy)’도 가능하다(Seminars in Radiation Oncology, 2024).

국제 의학 학술지 JAMA Network Open(2024)은 1,700명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에서 MRI-LINAC 치료의 급성 3등급 이상 독성 발생률이 1.4%에 그쳤다고 보고했다. 또 Radiation Oncology(2023)은 1.5T MRI-LINAC의 온라인 적응치료가 임상 현장에서 구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여러 연구에서 MRgRT는 기존 CT 기반 방사선치료보다 연성조직(췌장·간·전립선 등)에서 표적 정밀도가 높고, 환자별 선량 조정이 쉽다는 점을 확인했다(Frontiers in Oncology, 2025).

이번 급여화로 입체조형치료(54,460원), 정위적 방사선 분할치료(163,380원), 세기변조 방사선치료(108,920원) 등의 수가가 신설됐다. 이전까지는 환자가 최대 40만 원을 전액 부담했지만, 급여 적용으로 본인부담률이 적용돼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 전망이다. 의료현장에서는 경제적 접근성 개선으로 기술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에 도입된 엘렉타 ‘유니티(Unity)’ 시스템. 1.5테슬라(T) 자기공명영상(MRI)과 선형가속기를 결합해 실시간 종양 추적과 정밀 방사선치료를 구현한다. /사진 제공=엘렉타코리아

국내에서는 엘렉타의 ‘Unity(1.5T)’와 뷰레이의 ‘MRIdian(0.35T)’이 대표적인 MRI-LINAC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MDPI Cancers, 2025). 다만 미국 뷰레이(ViewRay)는 2023년 7월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한 뒤 사업 재편에 들어갔고(PR Newswire, 2023.7),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엘렉타 Unity가 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급여화는 특정 기업이 아닌 MRgRT 기술 전반에 적용되는 제도적 조치다. 향후 보급 확대는 병원의 장비 투자 여력과 인력 숙련도, 치료 표준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엘렉타코리아 권창섭 대표는 “이번 급여화를 통해 MRI 기반 정밀 방사선치료의 임상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필요한 환자들이 시기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준원 방사선종양학과장은 “CT 기반보다 연성조직 경계를 선명하게 구분하고, 치료 중 위치 변화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장점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MRgRT가 췌장암·전립선암 등 움직임이 많은 종양의 치료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영국·독일·호주 등 다수의 연구 기관이 종양 부피 감소와 치료 안정성 향상을 보고하고 있으며(Frontiers in Oncology, 2025), 종설 논문들(ScienceDirect, 2024)도 정밀성과 안전성 향상 효과를 인정했다. 다만 치료 시간과 비용, 숙련 인력 부담이 크고 표준 프로토콜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보급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밀 의료·AI 기반 방사선치료 자동화 정책과 맞물려, MRgRT의 표준화 여부가 향후 국내 정밀 의료 발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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