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수가 밝힌 ‘中 AI 성공 공식’
구샤오둥 상하이교통대 교수, TRAIN 기조연설
중국 정부, 대규모 펀드·인프라·인재 육성 동시 추진
미국 제재에 자립 기술 개발로 대응, AI 전환점 평가
한국 AI 시장 긍정적 “강점 산업에 AI 접목해야”
중국 인공지능(AI) 급성장 비결은 정부 주도 체계적인 생태계 구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댁모 재정 지원과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3축 전략’이 지금의 중국 AI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구샤오둥(顾小东) 상하이교통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TRAIN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중국 정부는 공급-수요-환경 측면에서 체계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 교수는 중국 AI 발전의 조건으로 고대 중국 철학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를 인용했다. “AI 시대 도래라는 적절한 시기(천시), 거대한 시장과 IT 대기업의 자금력이라는 적절한 장소(지리), 우수한 인력 기반이라는 적절한 인재(인화)를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홍콩과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연구소 연구 조교를 거쳐 네이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자연어처리와 지능형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 전문가로, 2020년부터 상하이교통대 소프트웨어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중국 정부의 3대 정책 축
구 교수는 중국 정부의 AI 정책을 공급·수요·환경 3개 측면으로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대규모 AI 산업 펀드를 조성하고 국가급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했다. 날씨가 좋고 기업이 많은 동부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서부 지역에 컴퓨팅 인프라를 집중 배치했다. 또 국가 연구소를 설립해 대학과 산업 협력을 촉진하고, AI 기업에 세금을 감면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정부가 직접 시장을 열어줬다. 정부 주도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스마트시티·지능형 교통 등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특정 지역에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도 운영했다.
환경 측면에서는 2024년경 AI 규제 법안을 제정하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육성했으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했다.
구 교수는 “정부가 기업 간 경쟁만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는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 미국 제재에 자립으로 대응
구 교수는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을 중국 AI 발전의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미국이 고성능 칩과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고 1000개 이상 중국 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며 “가장 큰 도전이었지만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대규모 펀드로 SMIC 등 칩 기업을 지원했고, 미국 소프트웨어 대안을 개발했다. 구 교수는 “딥시크 같은 순수 중국 개발 모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며 “그전까지는 오픈AI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인재 육성에도 공을 들였다. AI를 대학의 주요 학과로 지정하고, 대학 내 AI 연구기관과 국가 연구소를 대폭 확대했다. 특히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해외 인재를 높은 연봉 패키지로 유치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추진했다.
구 교수는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많은 대학이 필요한 게 아니라 세계 인재를 유치하고, 최고 기업·대학과 협력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강점 산업에 AI 접목하라
구 교수는 한국 AI 시장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자·자동차 제조 등에서 우위가 있다”며 “이런 강점 산업에 AI를 통합해 차세대 AI 제품을 만드는 게 AI 발전의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국가급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협력도 중요하다”며 “자원 공유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기회도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은 양국 간 틈새를 메우는 전문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술 격차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TRAIN(Trustworthy AI International Network)은 AI 신뢰성 국제연대다. 기술과 산업·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질적인 문화와 제도·정책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민간이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출범했다. 국내 AI 신뢰성 기업인 씽크포비엘이 출범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부산IT융합부품연구소, 법무법인 원 등이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