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신탁으로 진화하는 보험… 금융권 ‘맞춤형 상속 관리’ 확산
보험사 신탁 서비스 강화… 분할 지급·수익자 지정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상속·자산 이전을 둘러싼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은행들은 ‘유산 기부 신탁’, ‘가업승계 신탁’ 등을 내놓고 의료·공익기관과 협업을 확대하는가 하면, 보험사들은 종신보험과 결합한 신탁 상품으로 고객의 상속·세금 설계를 돕고 있다. 단순히 목돈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망 이후에도 가족의 삶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금융권 자산관리 서비스가 진화하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이 최근 출시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계약자가 생전에 신탁을 통해 사망보험금의 지급 방식을 미리 지정해 두면, 사망 후 보험금은 일시금이 아닌 분할 지급으로 전달하거나 특정 목적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싶을 때 매년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설계하거나, 미성년 자녀에게 생활비를 나눠 지급해 전 배우자나 제3자의 자금 유용을 막는 식이다. 분할 지급되는 동안 사망보험금 잔액은 정기예금 등으로 운용돼 이자까지 더해진다.
교보생명도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통해 유가족 맞춤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자녀 교육비나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거나, 고령 배우자의 생활비·의료비를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사망보험금을 목돈으로 남기는 대신, 생전에 의도한 목적에 맞게 유가족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이 같은 신탁은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세대별 맞춤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상속세 재원 마련, 학자금 지원, 장기 생활비 보장 등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설계할 수 있어 ‘사후 자산관리’의 새로운 해법으로 꼽힌다. 기존에 보유한 종신보험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신탁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서 활용도를 높인다.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신탁을 통한 맞춤형 상속 관리’는 금융권의 핵심 서비스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 전에 수수료 체계와 운용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접근성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가족 간 이견이 생겼을 때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금융권의 신탁 제도가 상속 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