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레시피가 메뉴로…외식·유통업계 신제품 개발 이어져”
식음료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과거 유명 셰프나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신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된 레시피나 방송 콘텐츠가 실제 메뉴 출시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SNS에는 간단한 간편식부터 이색 조합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된다. 소비자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와 도구, 그리고 실제 후기를 통해 손쉽게 따라 하며, 전문가 레시피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빠른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버거킹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 8월 출시한 닥터페퍼 제로 피클팝은 해외에서 유행한 닥터페퍼+피클 조합을 응용한 메뉴로, 예상보다 빠른 재료 소진을 기록했다.
앞서 소비자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꽉 통새우와퍼, 온라인 재출시 요청이 많았던 통모짜와퍼, 수학 강사 정승제의 개인 조합을 상품화한 정승제 치즈버거 등도 모두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치킨치즈마요버거 세트를 새롭게 선보이며 라인업을 넓혔다.
가격 전략에서도 소비자 목소리가 반영됐다. 지난 4월 단기간 진행한 와퍼 3900원 프로모션은 큰 호응을 얻었고, 온라인 재진행 요구가 이어지자 8월 다시 열렸다. 2017년 출시 후 단종됐던 트러플 머쉬룸 와퍼는 꾸준한 요청에 힘입어 2023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돌아왔고, 10주간 약 200만 개 판매 성과를 거뒀다.
써브웨이도 SNS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를 공식 메뉴로 도입했다. 온라인에서 유행한 타코 샐러드를 정식 출시하면서 풀드포크와 스파이시 쉬림프 2종을 선보였다. 단순히 유행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백질 함량을 늘리고 채소 선별을 강화했으며, 아보카도를 기본 재료에 포함하는 등 기존 레시피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레트로 감성을 활용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삼립은 지난해 삼립호떡 출시 50주년을 맞아 tvN 예능 서진이네2에 제품을 간접광고(PPL) 형태로 노출했다. 출연자들이 아이슬란드 식당에서 선보인 디저트 메뉴가 좋은 반응을 얻자, SPC삼립은 이를 모티브로 한 꿀호떡 샌드, 바닐라크림 꿀호떡, 쌀 커스터드 호떡 신제품 3종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NS 유행이나 방송 화제성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지점을 포착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소비자 참여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