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자산관리 한 번에… 은행권, ‘유산 기부 신탁’ 주목
금융권, 의료·공익기관과 협업… 상속·기부 아우르는 신탁 해법 제시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이 ‘유산 기부 신탁’을 새로운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내세우고 있다. 생전에는 자산을 관리·증식하고, 사후에는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지정된 기관에 재산을 이전할 수 있는 구조로, 기부 문화 확산과 동시에 맞춤형 상속·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중앙대학교의료원과 유산 기부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은행은 유언대용신탁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의료원은 기부금을 연구와 환자 복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140여 개 기부처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부자의 사후 자산 이전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서울대학교병원과 손잡고 신탁을 활용한 유산 기부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고객은 생전에 자산을 신탁해 관리받고, 사후에는 잔여 재산을 병원으로 기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유산 기부 컨설팅, 맞춤형 신탁 설계, 자산 증식 지원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기부 목적과 자산관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대한적십자사와 ‘우리내리사랑 신탁서비스’ 공동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대표 상품인 ‘우리 나눔신탁’을 활용하면 일부는 상속·증여에, 일부는 기부에 배분하는 등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대용신탁, 부동산 신탁, 장애인 신탁 등 다양한 신탁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고객의 노후 생활 안정과 자산 승계를 아우르는 종합 관리가 가능하다.
은행권의 유산 기부 신탁 확대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상속·증여와 자산관리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융사들은 법률·세무 전문가와 협업해 고객 상황에 맞는 맞춤형 신탁 구조를 제시하면서, 자산가들의 수요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자산관리와 기부 문화의 경계에 선 이 상품이 금융권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