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로 알려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국민 건강 통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37%가 BMI 25 이상으로 비만에 해당해,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국내 진료 지침과 보험 정책 논의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가 총괄한 한국·태국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세계적 학술지 란셋 당뇨병·내분비학에 위고비 동아시아 3상(후기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했다. 임수 교수는 앞서 2022년 동아시아 3a상 임상시험을 총괄해 세마글루티드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고한 바 있으며, 이번 3상 결과는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44주간 체중 16%·허리둘레 11.9cm 감소

연구팀은 한국과 태국의 12개 의료기관에서 BMI 25 이상 비당뇨 비만 성인 150명을 모집해, 세마글루티드 2.4mg을 주 1회 주사 투여한 뒤 44주간 위약군과 비교했다. 이전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은 서양인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7 또는 30 이상에 맞춰져 국내 및 아시아 진료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임상시험 결과, 위고비 투약군은 44주 차에 평균 체중이 16.0% 감소해 위약군(-3.1%)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허리둘레는 11.9cm 줄어 복부 비만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체중 감량 성공률 역시 투약군에서 ▲5% 이상 96.0% ▲10% 이상 78.0% ▲15% 이상 53.0%로, 위약군(각각 25.0%, 10.4%, 4.2%)보다 월등히 높았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위고비 투약군의 89.1%가 메스꺼움, 변비,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을 호소했으나, 위약군(77.6%)과 비교해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대부분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며 기존 GLP-1 계열 약물에서 보고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 비만 기준인 BMI 25 이상을 적용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며 “비교적 낮은 BMI에서 비만이 흔한 동아시아 환자들에게도 위고비가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기준이 적용된 만큼, 향후 비만 진료 지침과 보험 정책 논의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분별한 사용 주의 필요

한편,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글로벌 임상 및 시판 후 사례에서는 위장관 부작용 외에도 췌장염, 담낭 질환, 위 마비 등이 보고됐다. 미국·유럽에서는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 사용 시에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야 하며, 생활 습관 교정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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