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3스타 강민구 셰프와 손잡고 한식 파인다이닝 글로벌화 나서

서울 장충동에 F&B R&D 센터 ‘컬리너리랩’(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파라다이스가 서울 장충동에 F&B(식음료) 전문 연구개발 센터인 '컬리너리랩 바이 파라다이스(Culinary Lab by Paradise)'를 본격 가동하며 한식 파인다이닝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야심찬 행보에 나섰다.

컬리너리랩 현장을 직접 취재한 결과, 이곳은 메뉴 개발을 넘어 한식의 세계화와 지속가능한 식문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는 종합적인 미식 콘텐츠 허브로 기능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투자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R&D 센터로 주목받고 있다.

파라다이스 컬리너리랩 총괄 컨설턴트 강민구 셰프와(왼쪽에서 다섯 번째) 컬리너리랩 팀원들

컬리너리랩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인 강민구 셰프가 총괄 컨설턴트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하드웨어의 제약 없이 식재료와 메뉴를 연구하고, 후학들의 진로 컨설팅과 실무 교육에도 활용해 한식 파인다이닝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되는 공간”이라고 이 곳을 설명했다.

실제로 미슐랭 3스타 셰프도 개인적으로 이런 규모의 R&D 센터를 갖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레스토랑 운영에만도 요리 개발, 직원 관리, 회계 업무 등 다양한 일들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은 사실상 사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셰프들은 계속 창조를 해야 하고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레스토랑 운영의 현실적 부담 때문에 그런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공간이 있다면 정말 셰프들의 꿈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컬리너리랩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각기 다른 기능으로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각 층별로 전문화된 시설을 갖춰 효율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컬리너리랩 지하 1층은 파라다이스만의 자체 브랜드 커피를 개발하는 전문 로스터리 공간으로 운영된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지하 1층은 파라다이스만의 자체 브랜드 커피를 개발하는 전문 로스터리 공간으로 운영된다. 현재 전문 헤드 로스터 2명이 상주하며, 생두를 직접 선정하여 로스팅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로스터리는 네덜란드 브랜드의 고급 로스팅 기계를 도입해 샘플 로스팅과 대량 생산이 모두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로스팅이 완료된 원두는 500g, 1kg 단위로 포장할 수 있는 별도 포장실도 갖춰져 있어 완전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파라다이스는 이곳에서 생산한 커피를 계열 호텔과 리조트의 레스토랑과 바에 공급할 예정이며, 객실용 캡슐 커피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컬리너리랩 2층 키친(사진촬영=서미영 기자)

2층은 메뉴 연구를 수행하는 테스트 키친으로, 이곳이야말로 컬리너리랩의 핵심 공간이다. 한식·중식·베이커리 등 다양한 요리를 연구할 수 있도록 각 분야별 전문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또한, 중식 전용 웍(wok) 스테이션과 베이커리 전용 오븐 등도 갖춰져 있어, 각 요리 분야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해 지하에 위치한 일반적인 호텔 주방과는 차별화된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컬리너리랩 3층 네트워킹 공간(사진촬영=서미영 기자)

3층은 네트워킹 공간으로, 셰프들 간의 교류와 직원 교육, 각종 토론이 이뤄지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통창으로 설계돼 장충동 일대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개방감이 뛰어나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강민구 셰프와 파라다이스 소속 셰프들 간의 정기적인 미팅이 이뤄지며, 메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 교환과 테이스팅이 진행된다. 또한 조리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운영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컬리너리랩 구축에 있어 남다른 투자 철학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설을 만들 때는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파라다이스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내부 전용 시설이라는 점을 활용해 기능성에 집중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이다 보니 인테리어보다는 셰프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장비나 연구에 필요한 도구들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며 "셰프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현재 컬리너리랩에는 로스터 2명을 포함해 총 6명의 셰프가 근무하고 있으며, 향후 운영 규모 확대에 따라 3-4명을 추가로 충원할 예정이다. 특히 로스터리 부문은 파라다이스 계열사 전체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인력을 늘려갈 계획이다.

컬리너리랩은 파라다이스그룹의 ESG 경영 실현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조리 고등학교와 지역 대학을 연계한 실무 교육 및 진로 컨설팅을 통해 차세대 한식 인재를 키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개인 셰프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규모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및 문화재단과 협력해 푸드테라피, 쿠킹클래스 등의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요리를 통한 치유와 소통의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 측면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친환경 재료를 우선적으로 조달해 지속가능한 식문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컬푸드 활성화와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셰프들의 연구 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교육 콘텐츠 플랫폼 구축도 추진된다.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는 요리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한식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파라다이스, 강민구 셰프와 ‘컬리너리랩’ 본격 가동

컬리너리랩의 궁극적인 목표는 2028년 완공 예정인 서울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이 호텔은 파라다이스그룹의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최고급 호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차별화된 F&B 서비스다.

파라다이스는 컬리너리랩에서 개발된 메뉴와 노하우를 플래그십 호텔뿐만 아니라 계열 호텔 전체에 적용해 일관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호텔별로 제각각인 F&B 품질을 표준화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 시내 호텔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독창적이고 고품질의 F&B 서비스는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라다이스는 컬리너리랩을 통해 다른 호텔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파라다이스가 컬리너리랩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자사 호텔의 F&B 품질 향상을 넘어선다. 대한민국 미식을 새롭게 브랜딩하고 한식을 세계적 콘텐츠로 부상시키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강민구 셰프의 한식 철학과 그룹의 미식 비전을 융합해 탄생한 컬리너리랩을 통해 한식의 국가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센터 역량을 기반으로 인재 양성, 지역 농산물 활용, 친환경 재료 도입 등 지속가능한 식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는 개별 기업의 수익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K-푸드의 세계적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체계적인 연구개발 시설의 구축은 한식의 품격 향상과 세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라다이스의 컬리너리랩 구축은 국내 호텔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호텔들이 F&B를 단순히 부대사업으로 여겨왔다면, 이제는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F&B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전문적인 연구개발 시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른 호텔 그룹들도 파라다이스의 사례를 주목하며 유사한 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컬리너리랩은 앞으로 한국 호텔업계의 F&B 발전을 이끄는 선도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한식의 세계화와 미식 문화 발전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