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올 뉴 디펜더 옥타, 모험의 정점 찍다
올 뉴 디펜더 옥타(OCTA) 운전석에 앉는 순간, 무언가 달랐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마자 거대한 심장이 깨어난다. 저음의 포효가 캐빈을 가로지르며 내장재를 떨게 만든다. 이건 단순한 SUV가 아니다.
'옥타'라는 이름은 그저 멋있게 들리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그 이름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귀한 광물, 다이아몬드의 결정 구조에서 비롯됐다. 팔면체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이 이름은 단단함을 넘어 희소성과 강인함, 불변성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올 뉴 디펜더 옥타는 랜드로버가 만든 가장 강력한 디펜더이자, 우리가 알던 디펜더의 세계를 아예 갈아엎은 존재다. 눈으로 보기 전엔 믿기 힘들다. 몰아보기 전엔 상상조차 안 된다. 하지만 단 5분의 시승이면, 누구나 확신하게 된다.
외관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디펜더 특유의 전통적인 실루엣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더 정교하면서 강렬하게 변화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고는 일반 모델 대비 28mm 높아졌고, 전폭 68mm 넓어졌다. 그 확장된 차체는 마치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듯하며, 쿼드 테일파이프는 그 마지막에 강렬한 시각적 한 방을 더한다. 단단히 여며진 디자인 언어 속에서 힘과 속도, 기술과 감성이 조화롭게 살아 숨 쉰다.
험준한 지형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 역시 철저하다. 프런트와 리어 범퍼는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돼 더 넓은 접근각과 이탈각을 확보했다. 여기에 견고하게 마감된 언더바디 보호 구조까지 더해져, 어떤 도전적인 노면이라도 기꺼이 맞서 싸우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전면부 휠 아치도 기존보다 넓어져 오프로드 성능에 실질적인 힘을 보태는 동시에, 독보적인 스타일을 부여한다. 새롭게 적용된 글로스 블랙 프런트 그릴은 단지 멋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옥타만의 정체성을 또렷이 각인시키는 디테일이다. 빛에 따라 유려하게 반짝이는 그릴의 곡면은 도시와 자연, 온로드와 오프로드 어디서든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만든다.
실내는 전통과 혁신이 맞닿는 경계 위에서 럭셔리와 터프함의 완벽한 균형을 이뤄낸다. 시선을 먼저 사로잡는 건 옥타만의 특별한 소재 조합이다.
외관 컬러인 페트라 코퍼와 감각적으로 맞물리는 번트 시에나·에보니 컬러의 세미 애닐린 가죽, 여기에 크바드라트 소재가 더해져 실내는 따뜻하고 고급스럽다. 가죽의 결감은 부드럽지만 탄탄하며, 색감은 깊이 있으면서도 세련됐다.
퍼포먼스 시트는 옥타만을 위해 새롭게 설계됐다. 기존보다 더욱 깊이 있게 조여주는 볼스터는 코너링 시에도 몸을 단단히 지지해주며, 헤드레스트와 일체화된 독특한 디자인은 스포츠 시트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시트 안쪽 숄더 부분에 자리한 디펜더 워드마크는 고성능 모델만의 자부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소리다. 옥타에 들어선 순간, 탑승자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전신으로 '경험하게' 된다.
처음으로 적용된 바디 앤 소울 시트는 단순한 사운드 시스템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음반 아티스트와 작곡가들이 사용하는 업계 선두주자 캐나다 서브팩과 협업해 개발된 이 시스템은 사운드를 저주파 진동으로 변환해, 음악의 베이스를 시트 등받이를 통해 몸으로 전달한다. 등에 실려오는 비트, 허리 아래로 퍼지는 진동, 고막이 아닌 심장으로 전해지는 음의 흐름은 마치 공연장 1열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사운드를 마주하는 기분을 준다.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2개의 햅틱 앰프, 1열 등받이에 장착된 4개의 진동 변환기가 만들어내는 이 입체적 사운드는 단순한 오디오의 영역을 넘어서, 주행 중 몰입을 극대화하는 감각적 장치가 된다. 음악이 켜진 순간, 실내는 일종의 콘서트홀이자 안마실, 그리고 감정의 피난처로 탈바꿈한다.
이 시스템은 15개 스피커를 갖춘 700W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과 함께 작동해 풍부하고 정교한 음장감을 선사한다. 단순히 음이 울리는 게 아니라, 공간을 감싸듯 펼쳐지는 음향의 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시스템이 단순한 감각 자극을 넘어 웰니스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점이다. 또한, 영국 코번트리 대학과 공동 개발한 진정, 균형, 활력 등의 다양한 사운드 트랙을 활용한 웰니스 기능은 진동 음향 테라피를 통해 탑승자의 심박수 변동에 영향을 미쳐 불안감을 완화하고 인지 반응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파워트레인은 4.4리터 V8 트윈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kg∙m(다이내믹 런치 모드 시 81.6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ZF 8단 자동변속기와 고·저단 전환이 가능한 트랜스퍼 케이스 그리고 지능형 AWD 시스템이 조합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4.0초이며, 최대 1m 깊이의 도강 성능도 갖췄다.
놀라운 건, 이 강력한 힘이 아주 부드럽고 예리하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핫-비(hot-vee) 구조로 배치된 평행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는 1800rpm에서 6000rpm까지 토크를 빈틈없이 뿜어낸다. 그 결과 응답성은 즉각적이고, 가속은 끊김이 없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세하면서 저속에서도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느낌은 놀랍도록 민감하고 세련되며, 연료 효율과 배출가스 저감에도 일조한다. 기술적 진보가 이렇게 감각적으로 다가온 건 오랜만이다.
4출구 액티브 배기 시스템은 주행 모드에 따라 톤을 달리하며, 조용한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묵직한 배기음은 실로 예술적이다. 심장을 울리는 베이스톤은 주행의 몰입도를 확 끌어올린다. 브렘보 캘리퍼를 장착한 400mm 프런트 브레이크 디스크는 어느 속도에서든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아주며, 스티어링 휠은 디펜더 역사상 가장 날카로운 응답성을 자랑한다. 핸들링은 무게감 있으면서도 정밀하고, 긴급한 조향에도 차체는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서스펜션도 눈에 띈다. 디펜더 최초로 도입한 유압식 인터링크 6D 다이내믹스(6D Dynamics) 서스펜션은 단순히 울퉁불퉁한 길을 부드럽게 넘는 수준이 아니다. 온로드에선 롤과 피칭을 거의 완전히 억제해 마치 스포츠 세단처럼 평탄한 자세를 유지하고, 오프로드에서는 휠 아티큘레이션을 극대화해 극단적인 노면에서도 바퀴가 바닥을 움켜쥔다.
주행 중인 노면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그에 따라 다이내믹 설정을 최적화하는 옥타의 모든 기능은 강화된 드라이브 모드를 통해 탁월함이 배가된다. 기본 컴포트 모드 외에도 스티어링 휠의 투명 시그니처 로고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스티어링과 스로틀 및 서스펜션 설정을 모두 조정해 궁극의 퍼포먼스 중심 온로드 경험을 제공하는 다이내믹 모드로, 길게 누르면 옥타 모드로 전환한다.
옥타 모드는 디펜더 최초의 퍼포먼스 오프로드 전용 드라이빙 모드로, 오프로드 런치 기능과 맞물려 거친 지형에서도 최적의 트랙션과 제동력을 이끌어낸다. 이 외에도 지형 반응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며, 모래, 진흙, 자갈, 눈, 암석 등 각기 다른 조건에 최적화된 세팅을 제공한다.
물웅덩이를 만났을 때는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 기능이 한몫한다. 이 기능은 보닛 아래 땅을 뚫어 보는 듯한 시야를 제공하며, 눈앞의 장애물이 두렵지 않게 만든다. 특히 물웅덩이나 바위가 섞인 혼합 지형에서 이 기능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시야 확보는 자신감을 낳고, 자신감은 곧 통제력으로 이어진다. 옥타는 그렇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날 시승 행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순간은 단연 택시 드라이빙이다. JLR 코리아는 이 특별한 경험을 위해 영국 본사에서 오프로드 테크닉 교육을 정식 이수한 히데야키 미요시 인스트럭터를 현장에 초청했다. 그의 운전 아래 옥타는 말 그대로 오프로드의 물리 법칙을 다시 쓴 듯했다.
앞서 직접 스티어링을 잡고 간단한 워밍업을 통해 디펜더의 기초적인 주행 성능을 체험했다면, 이 채석장에서의 택시 드라이빙은 옥타라는 괴물의 진짜 본능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마치 다카르 랠리를 방불케 하는 거친 노면 위에서 옥타는 돌과 진흙, 물과 경사로를 맹수처럼 유연하고 거침없이 질주했다.
차량은 빠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코스를 누비며, 드라이버는 마치 기계와 하나가 된 듯 정교한 조작으로 모든 장애물을 통제했다. 시야는 지형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요동쳤고, 바닥이 출렁이는 느낌에 몸을 가누기도 벅찼지만, 바로 그 혼돈 속의 질서가 옥타의 진정한 매력이었다. 차체는 온통 진흙으로 뒤덮였지만, 그 모습조차도 옥타에는 트로피 같은 흔적처럼 느껴졌다. 깨끗함보다 더 강력한 매력이었다.
옥타와 옥타 에디션 원의 국내 판매 가격은 각각 2억2497만원, 2억425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