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 마리아나에 새겨진 아픈 기억... 마리아나관광청, 강제징용 역사 재조명
광복 80주년을 맞아 태평양의 푸른 바다로 유명한 마리아나 제도에서 잊혀졌던 한국인들의 아픈 역사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사이판과 티니안으로 대표되는 이 열대 휴양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천 명의 한국인이 강제 징용되어 희생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마리아나관광청이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마리아나를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기억과 성찰의 공간'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나섰다.
마리아나관광청은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마리아나 제도에 남겨진 한국인의 역사적 발자취를 조명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맑은 바다와 열대 자연으로 대표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마리아나 제도가 동시에 일본군의 주요 군사 거점이자 격전지였던 아픈 역사를 지닌 장소임을 널리 알리는 취지다.
당시 수천 명의 한국인이 강제로 징용되어 군사시설 건설과 탄약 운반 등 전쟁 수행을 위한 노동에 동원됐으며, 특히 티니안 섬에서는 약 5,000여 명의 한국인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져 당시의 아픔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는 사이판에 위치한 '태평양 한국인 위령 평화탑'과 '수중 위령비'의 정화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쟁 당시 강제 동원된 한국인의 아픈 역사를 소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배우 송혜교 씨가 한국인의 흔적을 알리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이판과 티니안 지역에 한국 역사 안내서 1만 부를 기증하기도 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된 이 안내서는 사이판 월드리조트 리셉션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비치됐으며,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동굴, 위령비 건립 배경 등 주요 유적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 구정회 이사는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마리아나 제도에 남겨진 한국인의 아픈 역사와 희생을 되새기며, 마리아나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역사적 공감과 교육적 가치를 지닌 여행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마리아나와 한국 간의 역사적 연대를 기반으로 기억 관광과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