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BUS 2025] 부산 의료 AI 축제 대성황 마무리… 현장 자동화 혁신 사례 봇물
부산대·부산대병원 주최로 의료 AI 전문가 집결
응급실부터 수술실까지 AI 자동화 성과 발표
범용AI 시대 의료혁신 방향 모색 “데이터 표준화·수가체계 정비 등”
인공지능(AI)이 의사를 능가하는 진단 정확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 전 과정이 AI로 자동화되고, 독거노인 500명을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15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개막한 ‘AI BUS 2025’는 이같은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의 의료 혁신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AGI, 지성과 생명을 품다’를 주제로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부산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병원, THE AI가 공동 주최한다. 첫째 날인 15일은 ‘AGI, 환자의 옆에 선 두 번째 의사’를 주제로 의료 현장의 AI 혁신 사례와 미래 비전을 집중 조명했다.
◇ 골든타임 구하는 AI, 응급실부터 연구실까지 혁신
의료 현장에서 AI가 만들어내는 가장 극적인 변화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가 제시한 용인세브란스병원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거 응급차가 도착하면 응급실 직원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당직 의사가 누구인지 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의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단계마다 사람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시간적 손실이 생명과 직결되는 골든타임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AI 도입 후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환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당직 의사 연락, 위치 파악, 도착 예상 시간 계산, 그에 맞춘 응급실 조치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김 대표는 “응급차가 들어오면 환자 상태 체크부터 당직 의사 위치 파악, 도착 시간 예측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을 거쳐야 했는데, AI로 이런 단계를 자동화하면 생명과 직결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도 마찬가지다. 국립암센터와의 협업 프로젝트에서는 수술 진행 상황과 종료 시점을 예측해 다음 수술 준비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간호사가 수술실에 직접 들어가 소독하고 상황을 확인한 뒤 다음 수술 준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수술 시간을 예측해 자동으로 다음 환자와 의료진을 준비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진료와 연구 영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네이버헬스케어가 개발한 심텀체커는 280개 이상의 증상을 분석해 어느 진료과를 방문해야 할지 안내한다. 기존에는 전문 상담사가 증상을 듣고 적절한 진료과를 안내했지만, 이제는 AI가 초진 환자와 문진하고 적절한 진료과 안내와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클로바노트는 진료 소견과 치료 결과 등을 자동으로 정리해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 의사를 넘어선 AI, 연구혁신의 새 차원 열다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의료진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이날 컨퍼런스에서 주목받았다. 차동철 네이버헬스케어 연구소 의료혁신센터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의사보다 정확한 의료 진단 AI가 공개되어 진단 정확도가 의사보다 4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여러 AI 모델이 가상 의사 패널을 구성해 서로 토론하며 진단하는 에이전트 시스템을 통해 달성한 결과다.
의료 연구 분야에서는 더욱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조민성 AWS 헬스케어 사업총괄이 소개한 에이전트 AI는 기존 연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영상의학과에서 CT 종양 이미지 분석, 유전체 검사팀에서 변이 데이터 분석, 항암제 반응 분석 등을 부서별로 따로 진행했다. 각 부서의 결과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데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렸다.
에이전트 AI는 이 모든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시켰다. 마스터 에이전트가 전체 업무를 파악하고 서브 에이전트들에게 작업을 분배한 뒤, 각각의 결과를 종합해 최종 인사이트를 자동으로 도출한다. 조 총괄은 “키모세라피를 받은 환자들 중 생존율이 가장 좋은 사람들의 바이오마커 5개를 찾아달라고 질문하면, 에이전트 AI는 자동으로 코호트 분석, 회귀분석, 생존분석을 수행해 결과를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해당 바이오마커와 관련된 환자를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하고, 영상의학 전문 에이전트가 종양의 형태를 분석해 어떤 환자의 수술 성공률이 더 높은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 조 총괄은 “사람이 며칠에 걸쳐 반복적으로 해야 했던 일들을 몇 시간 만에 자동화해서 연구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현실과 이상 사이, 한국 의료 AI의 과제와 미래
혁신적인 가능성 뒤에는 현실적인 과제들이 놓여 있다. 의료 AI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의료 AI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데이터 표준화 문제를 꼽았다.
김민우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는 “의료 데이터는 병원마다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어 공유가 어렵다”며 “차후에는 공공적으로 공유되는 형태로 나아가야 인공지능 모델의 발전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민 JLK 대표도 “다양한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데, 적어도 11개 이상 사이트에서 모으지 않으면 유니버셜하면서도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기가 힘들다”고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병원 현장에서 AI 도입이 저조한 이유로는 수가 체계 미비가 지적됐다. 성상민 부산대 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은 “경제성 측면에서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수가가 정확하게 안 되니까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제들 속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들이 주목받았다. 김동민 JLK 대표가 소개한 뇌졸중 치료 솔루션에는 전국 179개 병원이 등록했고, 70여 곳에서 실제 보험 청구를 하고 있다. 특히 경북 지역 한 병원에서는 이 솔루션을 사용했을 때 환자들의 치료 시간이 1시간 정도 줄어들고 퇴원 시간도 4일 정도 단축되는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윤명숙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팀장은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의료 AI를 사용할 줄 아는 의사가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AI 시대 의료진의 역할 변화를 전망했다.
이상엽 부산대 의무부총장은 개회사에서 AI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증폭시키고 우리가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또 “AI BUS는 그동안 AI 기술 발전과 사회적 확산을 이끌어 왔으며, 이제는 단순한 학술 행사를 넘어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설계하는 혁신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곳에서 나누는 통찰과 경험이 각 기관의 AI 전략 수립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나침반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