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BUS 2025] 대한민국 의료 AI, 앞으로 나아가려면
“AI는 의사 대체 불가…활용할 줄 아는 의사가 경쟁력”
데이터 표준화·수가 체계 정비가 산업 발전 관건
한국 의료 인공지능(AI)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술의 파도를 거스르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5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AI BUS 2025’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윤명숙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팀장은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의료 AI를 사용할 줄 아는 의사와 그리고 그거를 활용할 줄 아는 의사가 좀 더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의료 AI가 의사를 대체할 순 없더라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성상민 부산대학교 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이 좌장을 맡고, 윤명숙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팀장, 김민우 부산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 김동민 JLK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한국의 의료 AI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성 원장은 “과거에는 AI가 의사의 진단이나 치료를 완전히 커버할 수 있는 단계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의사 고유의 진단·치료·판단 능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도 “AI가 발전하며 동시에 상당한 부분이 의사와 근접하거나 능가하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료 AI 업계는 과거 정확도 중심에서 현장 워크플로우 개선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민 JLK 대표는 “처음에는 정확도나 인공지능 자체가 분석해내는 결과들에 포커싱했다면, 지금은 의료 AI가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전체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JLK는 뇌졸중 환자의 전주기 표준 프로토콜을 커버하는 13개 솔루션을 개발해 전국 179개 병원이 등록했고, 70여 곳에서 실제 보험 청구를 하고 있다. 그는 “경북 지역 한 병원에서는 우리 솔루션을 썼을 때 환자들의 치료 시간이 1시간 정도 줄어들고 퇴원 시간도 4일 정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AI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데이터 표준화 문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의료 데이터는 병원마다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어 공유가 어렵다”며 “차후에는 공공적으로 공유되는 형태로 나아가야 인공지능 모델의 발전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다양한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데, 적어도 11개 이상 사이트에서 모으지 않으면 유니버셜하면서도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기가 힘들다”며 “한국은 팩스(PACS)가 잘 보급되어 있어 영상 의료 영상이 잘 축적되어 있고 70% 정도는 아이콘 표준을 따르고 있지만, 나머지 30%는 다른 형태”라고 설명했다.
병원 현장에서 AI 도입이 저조한 이유로는 수가 체계 미비가 지적됐다. 성 원장은 “경제성 측면에서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수가가 정확하게 안 되니까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미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영상 데이터가 많은데 이게 공공으로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공유받을 수 있는 형태”라며 “차후에는 조율이 잘 돼 이러한 데이터들이 공공적으로 공유가 되는 형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명숙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팀장은 정부의 의료 AI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AI 기반 영상 진단·분석 사업 개발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의료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치료 후 일상생활 관리에 중점을 둔 포스트 케어 분야와 디지털 치료기기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 원장은 정부 부처별 중복 사업 문제도 제기했다. “과기부, 복지부, 산자부, 중기부, 심지어 국토부에서도 헬스 관련 과제가 나온다”며 “국가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팀장은 “과기정통부는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현장에서 실증할 수 있는 기간을 주도적으로 맡아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는 이를 잘 만들어서 현장에 녹여들게 도와줘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성 원장은 “차트에 적힌 정보가 사람마다 기술하는 패턴도 달라 문장을 전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AI가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했을 때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최근 LLM을 활용해서 표준화를 해보면 굉장히 놀랍다”며 “문맥을 컨텍스트로 이해하는 영역에서는 이미 충분히 학습이 된 것 같고, 표준화해서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것은 굉장히 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출력해서 다시 EMR에 넣거나 하는 형태로 편하게 활용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보험 청구할 때 귀찮은 문서들도 자동으로 생성해주고 있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보고 영상을 체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활용하는 게 좋다"
패널들은 AI 시대 의료진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성 원장은 “생성형 AI가 발달하면 모든 차트를 읽어서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의사와 똑같은 AI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LLM을 활용해 보험 청구 등 귀찮은 문서들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능이 있어서, 의사들이 환자를 보고 영상을 체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며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패널들은 한국 의료 AI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데이터 표준화, 수가 체계 정비,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AI BUS 2025는 부산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병원, THE AI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대학교 AI대학원, AIEDAP, 부산광역시 교육청, 부산대학교 라이즈 사업단이 함께 참여하는 부산 대표 AI 컨퍼런스다. 올해는 ‘AGI, 지성과 생명을 품다’를 주제로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이 의료와 교육 분야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