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형인데 위험?’…동양인 혈액형, 수혈 오진 부르는 구조적 문제
cis-AB·DEL 혈액형, 기존 검사로는 판별 어려워…“수혈 시스템 바뀌어야”
AB형 혈액형을 가진 환자에게 AB형 혈액을 수혈했는데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
최근 삼성서울병원 조덕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의 혈액형 특성이 현재 수혈 기준이나 검사 장비로는 정확히 구분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며, 국내 수혈 시스템 개선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던지고 있다.
연구팀은 수혈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트랜스퓨전(Transfusion)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cis-AB형, Asian-type DEL, Mia·Dia 항원 항체 등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기존 검사로는 판별하기 어려운 혈액형과 항체의 존재를 다뤘다. 이들 특이 혈액형은 잘못 분류될 경우 수혈 후 용혈 반응이나 면역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cis-AB형은 일반 AB형으로 오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환자에게 AB형 혈액을 수혈하면 항원-항체 반응으로 인해 용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Asian-type DEL 역시 기존 검사법에서는 RhD 음성으로 판정되지만 실제로는 RhD 항원을 소량 보유하고 있어, 잘못 수혈 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조덕 교수는 “기존 서구 중심 수혈 기준이 보편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검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Mia나 Dia 항체 등 동아시아에서 자주 발견되는 항체가 서구 기준으로 개발된 검사 키트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실제로 급성 용혈 반응이나 태아 신생아 용혈 질환 사례가 국내외에서 보고된 바 있다.
임하진 전남대병원 교수는 “정확한 유전자 검사와 희귀 혈액형 관리, 수혈자-헌혈자 매칭 시스템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