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 기기 ‘코그테라’, 경도인지장애 첫 공식 치료 기기로 허가
비약물 인지 중재 치료, 식약처 허가로 제도권 진입… 디지털 치료 기기 시장 확대 기대
디지털 치료 기기를 이용한 인지 중재 치료가 제도권 내 치료 수단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이모코그(공동대표 이준영·노유헌)는 자사가 개발한 모바일 기반 디지털치료기기 ‘코그테라(Cogthera)’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디지털 치료 기기 제7호로 허가됐다고 23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MCI) 적응증으로는 국내 최초 사례다.
‘코그테라’는 5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전문의 처방을 통해 제공되는 모바일 앱 기반 디지털 치료 기기다.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준영 교수와 중앙대 의과대학 노유헌 교수가 공동 설립한 이모코그의 첫 상용화 제품으로, 수십 년간의 인지 중재 연구와 ‘메타 기억’(자기 기억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 이론에 기반한 훈련법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 기기는 매일 제공되는 맞춤형 인지 중재 훈련을 통해 기억력, 집중력, 언어능력 등 주요 인지기능 저하를 완화하거나 악화를 지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기억 처리 방식을 스스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음성 명령 중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이모코그는 서울시보라매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전국 7개 병원에서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해 ‘코그테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주요 평가 지표인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ADAS-Cog 14) 기준으로 12주 치료 종료 시점까지 인지기능 저하가 유의미하게 지연됐으며, 치료 후 일정 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지연 효과(delayed effect)’도 확인됐다.
또한 임상 참여자의 평균 훈련 이행률은 85%에 달해 고령 환자에게도 디지털 기반 치료의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준영 공동대표는 “‘코그테라’는 국내 디지털 치료 기기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제품”이라며 “단순한 증상 관리가 아닌, 인지기능 악화 지연 효과를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인지 중재 치료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이번 임상을 통해 확인했다”며 “특히 고령층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치료에 참여했다는 점은, 디지털 치료 기기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모코그는 이번 허가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의 혁신의료기술 고시 절차를 거쳐 병의원 내 본격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경제성 평가 자료 구축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독일 자회사 ‘코그테라 GmbH’를 통해 디지털 치료 기기 건강보험 등재 제도(DiGA)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허가는 디지털 기술이 인지기능 저하 초기 단계에서 실질적인 치료 옵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제도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외 치매 예방 전략에서 비약물 개입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디지털 기반 솔루션의 임상 효과가 실제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